2024년 4월 20일 오전 9시
청산도 영화 '서편제' 촬영장
● 지정시
▲ 바다, 그 쓸쓸한 존재 앞에서 (고안나)
▲청산도 (박두진)
▲ 고도를 위하여 (임영조)
● 투어 일정
19일 14:00 천관문학관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의 삶과 문학) - 16:00 완도타워 - 17:30 호텔 체크인 - 18:30 저녁식사 - 20:00 완도해변 산책 커피숍 - 22:00 호텔 취침
20일 05:00 기상 - 05:40 아침식사 - 06:20 호텔 체크아웃 - 06:40 승선 - 07:00 출항 - 08:00 청산도 도착 슬로시티 유채꽃 투어 - 09:00 시낭송대회 – 11:00 범바위 – 12:30 승선 – 13:00 출항 – 14:00 완도 도착 점심식사, 행사 종료
● 참가신청
○대회참가(선착순 15명), 초대낭송(선착순5명), 심사위원(선착순 10명) ○참가비 138,000원 (1박2일 모든 일정) ○입금계좌 하나은행 853-910040-10507 (김흥식), 입금후 문자메시지(010-5314-2603)로 참가자성함 전화번호 거주도시이름 참가분야(대회참가, 초대낭송, 심사위원) 선택
주최 ETB문학채널
주관 시시콜콜
후원 알파크, 여원공연시낭송연구회
바다, 그 쓸쓸한 존재 앞에서 / 고안나
다 비워지더라
빈틈없이 채웠던 욕망의 잔재들
정해진 시간 앞에 내 것은 하나도 없더라
내려앉은 하늘과 먼 수평선, 흐느적거리는 안개
개펄 위 모래알갱이 속에 작은 흔적 하나 꿈틀대더라
철철 넘치도록 채웠던 땀방울
썰물이 비워내듯 억새풀잎처럼 말라가는 것을
달라질 것 없는 우리들의 삶
채웠다 비웠다 두레박 같은 것
해질녘 빈 개펄처럼 비워지는 것을
돌아서 우는 파도소리
안타까운 파도의 뒷모습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나처럼
파도의 뒷모습 보고 있는 것일까
가서 오지 않는다 해도
다시 온다해도
서러울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파도의 뒷모습
그렇다
새삼 그리울 것도 그립지 않을 것도 없는
바다, 그 쓸쓸한 존재 앞에서
청산도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너머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고도를 위하여 /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말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 표지 그러진 금표비(禁標碑) 꽂고
한 십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達磨)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體位)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 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