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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03
씬1. 인서트 (낮)
화면 가득 보이는 ‘사망신고서’. 수정의 이름 등이 이미 기재되어 있다.
그 아래, 보호자란. 이름 백홍석을 쓴 손이, 관계란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그 손의 주인, 홍석이다.
주민센터 창밖에서 비치는 햇살이 홍석의 얼굴을 비켜간다.
메마르고 삭막한 홍석의 얼굴. 마른침을 힘겹게 삼키곤, 떨리는 손으로... 써 나간다.
수정의 이름 아래에 마지막으로 써볼 그 글자, 아... 버... 지...
서서히 암전되며.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제3회’
씬2. 대법정 (낮)
판사가 선고를 하고 있다.
판사 : 피고인 박기준은 진실을 회피하고, 거짓으로 일관, 개전의 정이 없다 할 것이다.
이에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3조 1항, 형법 제 268조를 적용
피고인석에 앉은 PK준, 입가가 점점 비틀어진다. 그 위로
판사(소리) : 징역 8년을 선고한다. (판결봉 두드리는 소리, 탕탕탕)
PK준, 입가가 비틀리다가 픽 실소를 터뜨린다.
방청석에 있는 팬들의 항의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양쪽에서 정리들이 PK준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확 뿌리치며 거칠게 일어나는 PK준.
PK준 : (목을 왼쪽 오른쪽 한번 씩 꺾고, 천천히 돌리며) 진실? 그래. 내가 숨겼어. (킥킥 거리며) 알고 싶어? 말해줄까?
판사들과 주변 정리들 당황하는.
판사의 눈짓에 따라 정리들이 PK준을 잡고 끌고 가려는데
PK준 : (안간힘을 쓰며 뿌리치며 외치는) 운전대 잡은 년이 누군지! 무죄로 빼주겠다고 한 놈이 누군지!
(PK준의 입을 막으려는 거칠게 뿌리치곤) 그 놈은 바로! (외치는데, 그 소리가 묵음으로 변하며, 그 위로)
민성(소리) : (해맑은) 아빠! 아빠아아!!!
씬3. 강동윤의 침실 (낮)
동윤, 벌떡 몸을 일으키며 꿈에서 깨어난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옆에 서 있던 민성이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민성 : .. 아빠.. 나쁜 꿈 꿨어?
동윤 :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민성 : (다가와서 동윤의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아주며, 해맑고 다정하게) 아빠. 걱정마. 꿈은 반대래.
동윤, 그런 아들을 본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이다.
씬4. 서회장네 식당 (낮)
지원, 식탁 옆에 선 채로 채소즙을 마시며, 식탁 의자에 걸어놓은 외투를 챙기며,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다. 분주하다.
지원 : 네네. 지금 지하 주차장입니다. 날렵하게 파킹하고 바로 올라가겠 (하다가) 아악!!!
(채소즙을 한 모금 마시곤) .. 어떡하죠? 접촉사고가 나 버렸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올라가겠습니다.
지원, 핸드폰을 끊곤 다급하게 달려 나간다.
서회장 : (나가는 딸의 등에 대고) 정때(저녁 때) 비온다더라. 운전 단디해라이.
지원(소리) : 아빠는 담배조심!!
서회장 : (그런 딸이 귀여워 허허허 너털웃음을 웃는, 젓가락으로 멀리 있는 찬을 집으려는데)
동윤 : (근처에 앉아 있는, 그 찬을 들어 서회장 앞으로 당겨주는) 곧 당내 경선이 시작됩니다.
서회장 : (찬을 먹으며 오물거리는) 그래에. 거, 경선자금이 마이 들낀데 돈은 우째 마련할라 그라노?
동윤 : (국을 뜨다가 멈칫. 둥! 보는) 장.. 인.. 어른.
서회장 : 올해는 장아찌가 참 잘됐네. 니두 함 무거봐라.
동윤 : 자금은 장인어른께서 마련해주신다고 (하는데)
서회장 : (OL) 맞다 그랬제. (장아찌 하나 입에 더 넣고 오물거리며) 나가 드이 정신이 없다 내가.
동윤 : (안도하는데)
서회장 : 걱정마래이. 재판 끝나고 금마 무죄 받고 나오면, 바로 지원해 주꾸마.
(하며, 장아찌 하나를 동윤의 밥그릇에 올려주며 미소로 보는)
동윤 : ... (당황스럽기만 하다) 장인어른... 경선은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재판은 아무리 빨라도 두 달 이상 걸립니다.
자금 지원을 먼저 (하는데)
서회장 : 동윤아 (부르곤 국을 두어 숟갈 천천히 떠서 먹는다)
동윤 : (그런 서회장을 보며 다음말을 기다리고 있다)
서회장 : (국을 한 두 숟가락 더 떠서 먹고는) 내는, 니 경선자금을 대는 게 아이다.
우리 지수 사고친 거, 무마하는 비용을 대는 기다.
동윤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회장 : (한 손을 들어 동윤의 말을 막으며, 국과 찬을 먹으며) 금마가 유죄를 받으면 우리 지수도 골치 아파질낀데.
와 돈을 미리 주겠노. 니한테.
동윤 : (다급하다) 장인어른.
서회장 : (OL) 순리대로 하자. 재판부터 시원하게 끝내뿌라.
동윤 : (수저를 내리고 정자세로) 이대론 경선을 치룰 수 없습니다. 약속하신대로 자금을 집행해 주십시오. (하는데)
지수와 민성이 들어와 식탁에 앉는다.
동윤, 말을 멈춘다.
민성, 동윤의 옆에 앉는다.
서회장 : (인자하게) 민성아. 마이 무으라.
민성 : 네 할아버지 (하는데)
서회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서회장 : (받는) 아이고 욕본다. 아침부터 와? .. 러시아 원유공장 중도금을 땡기달란다고? 아이고야. 단디 전해라이.
(동윤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통화하는) 우리는 약속을 한게 아이고 거래를 한기다.
밸브공사 끝날 때까지는 한 푼도 못준다이. 알겄나?
그런 서회장을 보며 저항할 수 없는 동윤의 모습에서.
씬5. 단독주택 계단 (낮)
황반장 : 홍석아! 거 서라!
2층 계단을 다급하게 달려서 내려오는 홍석.
흰 봉투를 들고 그 뒤를 다급하게 따르는 황반장.
홍석 : 조형사! 시동 걸어! 빨리!
씬6. 주택가 골목길 + 조형사의 차 안 (낮)
다급하게 운전석에 올라타는 조형사.
달려 나오는 홍석, 조수석에 올라탄다.
홍석 : 시동 걸라고. 어서! (하다가 보면)
조형사 : (당황해서 주머니 여기저기 뒤지며) 어? 키가 어디 갔지?
홍석의 시선에 대문에서 달려 나오는 황반장이 보인다.
홍석 : (다급한) 빨리 가자니까. 빨리!
조형사 : (다급한) 키가 없습니다. 키가. (고개 숙이며 차 바닥을 여기저기 찾는)
달려온 황반장이 조수석 문을 연다.
홍석, 어휴! 어쩔 수 없다.
홍석, 한 손으론 머리 긁적이고 한 손으론 조형사의 뒤통수를 툭! 때리는데서.
씬7. 근처 수퍼마켓 평상 (낮)
홍석과 황반장이 평상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조형사는 자동차 키를 찾아서 골목 곳곳을 열심히 헤매고 있다.
황반장 : (봉투 내밀며) 니 형편 내가 아는데 ... 이 돈을 우예. (하는데)
홍석 : 아, 반장님은 형편이 좋아서 내가 결혼할 때 방값 보태줬습니까?
황반장 : 그래도 우리 찬우 등록금을 와 니 돈으로 (하는데)
홍석 : (OL) 우리 수정이 돈입니다.
황반장 : (보는)
홍석 : 내가요. 한 달에 5만원 씩 꿍쳤거든요. 수정이 대학가면 첫 등록금 댈라구요...
(황반장이 들고 있던 봉투를 받아서 반으로 접어, 황반장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받으세요.
반장님 덕분에.. 그 놈 잡았잖아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
황반장 : (본다. 보는데... 울컥할 것 같은 얼굴이다)
조형사 : (달려오며) 찾았습니다. 아. 요놈이 자동차 뒷바퀴에 숨어 있었네.
홍석 : 아이고. 우리 반장님. 감동 먹어서 울기 전에 내가 재밌는 얘기 해주까요?
조형사 : (신나서 앉으며) 네! 해주세요! (기대하며, 눈 초롱초롱해서 귀 기울이는)
홍석 : (황반장 보며) 조형사, 또 파혼 당했습니다.
조형사 : (어리벙)
황반장 : (그렁했던 얼굴이 가시며, 웃음기 머금는) 진짜가?
조형사 : (홍석보고) 재밌어요? 내가 파혼당한 게?
홍석 : 근데요. 파혼통보도 문자로 받았답니다.
조형사 : 선배니임!!!
황반장 : (키득키득 웃다가, 조형사 툭 치며) 재밌다 조형사야.
조형사 : (일어나서 씩씩거리며) 저요. 다음에 결혼할 땐 아무한테도 안 알릴 겁니다. 엄마 아빠도 모르게 결혼해 버릴 겁니다.
(씩씩거리며 차를 향해가는)
황반장과 홍석, 나른한 오후에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웃다가
황반장 : (본다. 보다가) 홍석아.. 니는.. 웃는 기 참 보기 좋다.
홍석 : 웃어야지요. (음료수 한 모금 마시곤) 수정이가 이 세상에 있어도, 이 세상에 없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더라구요.
내가 수정이 아빠라는 거!
햇살 쏟아지는 얼굴에 웃음을 짓는 홍석의 얼굴에서.
씬8. 달리는 동윤의 차 안 (낮)
동윤과 혜라가 뒷좌석에 앉아 있다.
혜라, 서류철을 들고 보고를 하고 있다.
혜라 : 16개 광역시도별로 기본지원을 해야 합니다. 연령별, 직업별 조직은 추가 지원을 해야 하구요.
동윤 : 그래서 총액은?
혜라 : 당내 경선에만 최소 420억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동윤 : 내부 자금은?
혜라 : 경상비 정돕니다. 일주일을 버티기 힘듭니다.
동윤 : (답답하다. 마른세수를 한다) ... 대책을 세워봐.
혜라 : (OL. 단호한) 대책! 없습니다!
동윤 : (뜻밖의 반응에 보는)
혜라 : 조직라인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돈냄새를 빨리 맡는 사람들이니까요.
동윤 : ... 그래서?
혜라 : (침 삼키곤 각오한 듯) 회장님의 제안 받아들이십시오.
동윤 : (얼굴이 굳는다. 눈썹이 꿈틀 거리는 그 눈빛에서 선행되는)
동윤(소리) : (다급한) 무죄 판결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씬9. 서회장 서재 (낮)
동윤 : 이번 재판. 장인어른께서 도와 주셔야 합니다.
서회장 : (허허 웃으며) 그라믄.. 재판도 내가 하고, 선거 자금도 내가 대고. 그라란 말이가?
동윤 : ...
서회장 : .. 니는 머하고?
동윤, 서회장을 보다가, 핸드폰을 건다.
동윤 : (단호한) 나야. 전에 준비한 불출마 선언문. 전송해. (서회장을 보면)
서회장 : (여유있게 앞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벽면의 TV를 켠다)
동윤 : 국내 언론사 모두. 지금 바로 전송하고 (하는데)
동윤(소리) : 대치동 학원 골목 뒤에 8층짜리 건물이 있어.
동윤, 놀라서 TV를 보면!!!
TV 화면에 보이는... PK준이 녹화한 핸드폰 동영상 화면.
동윤 : 그룹 방계회사 소유야. 조용해지면 넘겨주지.
PK준 : 왜요? 왜 그걸 나한테 주지?
동윤 : 그날 밤 교통사고, 아내하고 있었던 일, 영원히 입 닫는 댓가야.
놀란 동윤.
서회장, 리모컨으로 TV를 끈다.
서회장 : 쎄빠지게 벌믄 머하노? 이런데 새나가는 돈이 젤로 아깝다. (은단 먹는)
동윤 : ....
서회장 : 동윤아. 니는 칼을 가짔고,. 내는 창을 가짔다.
동윤 : ...
서회장 : 둘 다 내리놓자.
동윤 : ....
서회장 : .... 내 자식이 싼 똥은 내가 치우겠지만도, 니가 싼 똥까지 와 내가 치아야 되겠노?
동윤 : 저를... 버리실 겁니까?
서회장 : (미소) 내한테 그런 재주는 없다. 한 번 버린 놈을.. 우예 또 버리겠노?
그 동윤의 얼굴 위로..
혜라(소리) : 지난 10년, 의원님을 모셨습니다.
씬10. 달리는 동윤의 차 안 (낮)
혜라 : 처음으로.. 뒤로 물러서라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동윤 : (OL) 혜라야
혜라 : 지금! 물러서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으실 겁니다.
혜라가 동윤을 보는 단호하면서도 안타까운 눈빛에서.
씬11. 서울역 광장 일각 (낮)
- 적당한 역으로 끼익! 급하게 도착하는 조형사의 차.
다급하게 내리는 홍석과 조형사가 저만치 보이는 경호팀 쪽으로 뛰어간다.
경호팀장 : (대머리를 벅벅 긁으며) 거, 첫날부터 늦고 그래.
조형사 : (꾸벅) 죄송합니다.
홍석 : (OL) 얘가 키를 잃어버려서요.
조형사 : (불끈해서 우씨 하는데)
저만치서 달려오는 동윤의 차.
팀장이 절도 있게 지시를 하자 경호형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경호팀장 : 전방1조! 후방2조! 사이드3조! (홍석과 조형사를 보고) 밀착 경호!
팀장의 지시에 따라 다급하게 달려가는 경호형사들.
도착하는 차! 내리는 동윤과 혜라.
홍석과 조형사가 동윤을 마크하며 함께 걷는다.
혜라, 홍석을 보았다. 누군지 안다. 놀란다.
동윤의 귀에 대고 무언가 말하려는데, 굳은 얼굴을 보곤,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걸어가는 곳. 광장 일각에 설치된 “사랑의 한끼 식사” 밥차다.
그 앞, 수십 명의 노숙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경과)
동윤, 앞치마를 두르고 국밥을 국자로 퍼서 다가오는 노숙자들의 식판에 부어주고 있다.
혜라, 근처에서 그 굳은 얼굴의, 뭔가 다른 생각에 잠긴 동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그 동윤의 모습 위로 짧게 플래시되는..
// 서회장 서재 (씬9의 연결)
동윤 : 저를... 버리실 겁니까?
서회장 : (미소) 한 번 버린 놈을.. 우예 또 버리겠노? 내한테 그런 재주는 엄따.
동윤을 바라보던 혜라가 흠칫, 놀란다.
동윤이 노숙자들에게 국밥을 떠주며, 뭔가 딴 생각에 잠긴 얼굴로 픽.. 실소를 흘린다.
그 동윤의 얼굴 위로. 다시 짧게 플래시되는.
// 서회장 서재 (씬9의 연결)
서회장 : 원주 시멘트 공장 알제? 매출은 쪼매내도 끼니는 안 거르고 살끼다.
도장은 맽기놓고 가라. 이혼하고, 선거 포기하믄, 니 명의로 돌리노꾸마.
동윤, 국밥 가득한 국자를 든 채로, 생각에 잠겨 멈춰있다. 그 얼굴에 실소.
식판을 들고 기다리던 노숙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보고 있다.
다급하게 다가오는 혜라.
생각에 잠긴 동윤의 얼굴 위로..
// 서회장 서재 (씬9의 연결)
서회장 : 동윤아. 먹이는 던져줄 때 무야 되는기다.
다급하게 달려온 혜라.
혜라 : 의원님 (하는데)
동윤 : (혼잣말처럼) 사람이... 사람이... 왜 먹이를 먹지?
노숙자들 : (웅성이는)
혜라 : 기자들이 있습니다. 어서. (바로 하라는)
동윤 :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다. 실소가 배어 나오는 모습에서)
// 서회장 서재 (씬9의 연결)
서회장 : 와? 맘에 안 드나? 그래도 굶는 거 보다는 안 낫겠나? 그자?
혜라, 마음이 급하다.
혜라 : 의원님!!
동윤, 식판을 들고 선 노숙자들의 그 남루하고 비굴한 얼굴을 둘러본다.
그들 하나 하나의 표정을 일별하는 동안.
동윤(소리) : (혜라에게. 혼잣말처럼)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 사람들처럼..
주인이 던져 주는 먹이를 먹고 살 순 없잖아. 안 그래?
혜라 : (주변에서 들을까봐 신경 쓰며) 보는 눈이 많습니다. (하는데)
동윤, 국자를 내려놓듯이 바닥에 툭 던진다.
튀는 국밥. 피하는 노숙자.
놀라는 혜라.
이 사람 뭐지? 하는 표정의 홍석.
카메라 플래시 터진다.
노숙자들, 투덜거린다.
혜라 : (기자들에게) 며칠 강행군을 하셨어요.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내겠(하는데)
동윤 : (OL, 자르며, 한걸음 앞으로 나가 기자들 앞에 서며, 단호하게) 약속 하나 드리겠습니다.
제가 당선 되면, 전국의 역! 공원! 등지에서, 노숙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식사를 전면! 금지시키겠습니다!!!
혜라, 놀란다.
화난 노숙자들이 여기저기서 투덜거리고 욕설을 하고 웅성거린다. ‘저 자식 뭐야?’ ‘밥 주러 왔다가 밥통을 걷어차?’하는데
그 중의 한 노숙자.
노숙자 : 당신이. 배고픈 설움을 알어? 어!!!
동윤 : (OL, 노숙자들을 돌아보며) 왜!!! 왜! 배가 고픕니까? 여러분은 오늘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무엇을 했습니까?
오직 이 밥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까?
노숙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간다.
다급해진 혜라.
혜라 : (애꿎은 경호팀장에게 어서 모시라고 손짓하지만)
경호팀장 : (난감하기만 하다)
동윤 : (대사 이어지는)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고 얻은 이 밥이!!! 누워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냐 이겁니다!!!
노숙자들, 웅성거림과 불만은 더욱 커져만간다.
동윤 : (기자들쪽을 보며)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직업 교육기관을 확충하겠습니다. 흘린 땀만큼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인생을 걸고, 두려움을 박차고, 도전하지 않고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당연한 진실!!!
(노숙자들을 보며) 길바닥에 드러누워만 있어서는 한 끼의 밥도 먹을 수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하는데 날아오는 음식물들, 옷에... 뒤엎어진다)
순간, 동윤을 막아서는 홍석, 조형사, 그리고 경호형사들.
동윤을 경호해서 차를 향해 간다. 날아오는 식판, 그릇, 음식물들.
홍석, 동윤을 경호하며 달리면서, 피하고 손으로 치고 잘 막다가,
조형사를 향해 날아오는 식판을 막으려고 조형사를 감싸다가 악!!! 팔에 식판이 닿는다.
홍석, 아파서 팔을 잡고 동동거린다.
차 앞에 도착했다. 따라서 달려온 기자들.
기자1 : (마이크 내밀고)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동윤 : (차 앞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 왔습니다.
저는!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차에 타는)
씬12. 동윤의 차 안 (낮)
동윤과 혜라가 차에 탄다. 급하게 출발하는 차.
혜라가 다급하게 손수건을 꺼내 동윤의 몸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 주려 하는데
동윤 : (그 손을 밀치곤) 한오식품 비상장주식 전량 매각해.
혜라 : (그 각오를 안다) 네!
동윤 : 최우선 지정가의 반값, 아니 십분의 일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당장 던져!
혜라 : 알겠습니다. (보다가) 그런데...
동윤 : (보는)
혜라 : 재판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동윤 : (뭔가를 결심하듯, 단호한 얼굴에서)
씬13. 강동윤의 대선 캠프 안 (낮)
캠프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벽에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다. 두 가지 종류다.
힘찬 강동윤의 사진과 함께 / ‘가자 강동윤과 함께! 정의의 시대로!’ , ‘페어 코리아! 페어 강동윤’ 이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다.
카메라, 일각의 방을 향해 다가간다.
장병호(소리) : 대법관을 사임하라... 이 말인가.
씬14. 대선캠프 강동윤 집무실 (낮)
소파에 앉은 장병호, 어이없는 얼굴이다.
장병호 : 허허. 고작 뺑소니 재판 때문에...
혜라 : (맞은편에 앉은) 명분도 준비해뒀습니다. 시기도 적당하구요.
장병호 : 이봐. 나 대법관이야. 그까짓 가수나부랭이 하나 구하자고(하는데)
동윤(소리) : (OL) 저를 구하시는 겁니다.
장병호가 보는 곳, 막 세수를 끝낸 동윤이 욕실에서 나오며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다가오고 있다.
장병호 : 물어봐도 되겠나? 이 재판이 자네한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동윤 : (수건을 장병호의 근처에 함부로 집어 던지곤) 곤란한 질문은 안하시는 분 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책상 쪽으로 가는)
장병호 : ..... 무리한 부탁은 안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네.
동윤 : (스킨 병을 열며) 임기 4개월 남은 대법관한테, 차기 정권의 초대총리가 될 기회를 드리는 게, 무리한 부탁인가요?
장병호 : (!)
동윤 : (스킨 바르며) 아직 성북동에 사십니까?
장병호 : (... 동요하며 보고만 있는)
동윤 : (책상 위에 있는 재판 서류를 집어 들어, 장병호에게 내미는) 총리공관이 어디지?
혜라 : 삼청동입니다.
동윤 : 잘됐군. 이사하기도 가깝고.
장병호 : ...... (보다가 갈등하며. 받는)
동윤 : (단호하게) 사법시험 수석합격. 최연소 중수부장. 최연소 지검장. 최연소 대 법관.
30년 동안 쌓아 오신 법률지식과 법조인맥. 이번 한 번의 재판에, 다 쏟아 주십시오!
그 결연하고, 단호한 동윤의 모습에서.
씬15. 홍석의 거실 (밤)
홍석과 미연 소파에 앉아 있다.
홍석,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미연, 홍석의 팔에 밴드를 붙여주고 있다.
미연 : 재주도 좋아요 우리 신랑. 숟가락 피하고, 젓가락 피하고, 하필 식판에 맞냐? (등을 툭 치며) 파스 갈자. 등 올려.
홍석 : 됐어. 내일 갈자.
미연 : (무슨 소리야? 싶은) 샤워해야지?
홍석 : 샤워? ... 어제 했는데.
미연 : (허, 어처구니없는)
홍석 : (타이르듯) 미연아. 우리나라 물 부족 국가야.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지.
미연 : (고개 절레절레. 쯧쯧) 어쩌다 이렇게 안 씻는 남자랑 결혼했을까?
미연,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주방 쪽으로 간다.
홍석 : 그러게. 남자 얼굴보고 결혼하면 안되는데, 우리 마누라 실수했네.
미연 : (식탁에 저녁 차리며) 내가 미쳤지. 평생 사모님 소리 듣게 해준다는 말에 혹 해서..
홍석 : (식탁으로 가며) 내가 매일 불러주잖아. 어서 밥 차리세요 사모님! (하고 앉다가, 멈칫)
미연이 식탁에 숟가락을 세 개 놓았다.
홍석의 앞에, 자신의 앞에, 그리고 옆자리에 놓인 수정의 숟가락 젓가락.
미연 : (돌아서서 밥 푸면서) 참, 오늘 재활용 쓰레기 내 놓는 날인데 당신 밥먹고 (하다가, 밥그릇 들고 돌아서다 보면,
홍석이 식탁에 놓인 수정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몰래 치우려는 중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 어색한 잠시)
홍석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재활용 쓰레기, 베란다에 있지? (하는데)
미연 : (식탁에 밥을 놓고 앉는다. 어색한 미소) ... 식탁이 참 넓어 보인다. 그치?
홍석 : ... 미연아.
미연 : .. 알어. 근데 나 자꾸 잊는다. 우리 수정이 없는 거 아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수정이 깨워서 학교 보내야지...
어젠.. 수정이 교복다림질 하다가 우리 수정이 없는 게 꿈인지 진짠지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눈물 그렁해지는,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오는)
홍석 : 미연아 (아내의 손을 꼬옥 잡아주며) 우리 둘이 같이 밥 먹고..
미연 : ..
홍석 : 같이 웃고..
미연 : ..
홍석 : 같이 늙고
미연 : ..
홍석 : 나중에 우리 .. 같이 수정이 만나면
미연 : ..
홍석 : 미연아. 그때 우리.. 같이 울자. 응?
미연 : (눈물 그렁해서 그런 남편을 보고.. 끄덕인다. 고맙고 따뜻한 기분이다) 홍석씨...
홍석 : 왜? 사모님.
미연 : (픽. 옅은 미소 번지며) ...내가 어쩌다 이런 남자랑 결혼했을까..
홍석 : (장난스레) 얼굴보고 한 거잖아.
미연 : 장조림 잘됐어. 먹어봐.
홍석 : 그래? 손대지마. 나 혼자 먹을 거야.
장조림 그릇을 자기 앞에 가져오는 홍석의 손을 툭치는 미연. 서로가 서로를 보는데 잔잔한 웃음이 번진다.
부부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거실 소파위에 걸린 가족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수정이, 그런 엄마 아빠를 바라보고 있다.
씬16. 서울지검 앞 (낮)
화면 밝아지면.. 서울지검을 배경으로 마이크를 들고 뉴스멘트를 따고 있는 지원.
지원 : 뺑소니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류스타 PK준의 공판이, 오늘 오후2시 서울 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지난 해 아시아 앨범판매 1위를 기록하고 연매출 액만 (하는데)
정우(소리) : (OL) 어이! 3백원!!
지원 : 3백원에 이르는 (하다가 멈추는, 멍해서 보는)
정우가 뻔뻔스런 얼굴로 지원에게 다가오고 있다.
정우 : 아유 잘 만났네. 노는 돈 있으면, 3백원만 빌립시다.
어이없어하는 지원의 얼굴에서.
씬17. 최정우 검사 사무실 (낮)
계장과 여직원, 서류 준비 하느라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있고
정우, 의자에 길게 앉아서 하품 찍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지시하고 있다.
정우 : 증거물 사본 챙기시고, 국과수 담당자 출석요구도 하시고 (하는데)
지원 : (들어오는)
정우 : (인상 찡그리곤) 검사는 검사실에! 기자는 기자실에! 내보내!
지원의 앞을 막아서는 여직원.
지원 : (미소로) 전 기자가 아니라 채권잔데요. (여직원의 옆으로 비켜서서 정우의 앞에 가서 선다. 손 내밀며)
노는 돈 있으면 3백원 돌려주시죠.
정우 : 나랏일 하는 검사한테 커피 한 잔 뽑아줬다 생각하시고 (일어나 가려는데)
지원 : (그 앞을 막곤) 나라에 세금 바치는데 검사한테 삥까지 뜯길 순 없죠.
정우 : (허!!! 지갑 꺼내서 만원 지폐 하나 내밀며) 돈 많은 아가씨, 잔돈은 있을라나?
지원 : (만원을 자기 지갑에 넣곤, 천원과 동전을 하나씩 꺼내 책상 위에 올려서 9700원을 맞추며)
PK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데, 공소유지 가능할까요?
정우 : (지원이 꺼내는 천원짜리, 오백원짜리, 백원짜리, 십원짜리 등을 어이없어 보다가) 국과수 증거 목록이 한 박스야.
차량 판독도 끝났구. 이 재판. 원숭이한테 검사복 입혀서 앉혀만 놔도, 무조건 유죄야. 아! 대충 하고 나가.
지원 : (아랑곳하지 않고 돈 세며) 오랜만에 반말 들으니까 기분 좋은데요.
정우 : (짜증이 나는) 욕까지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지원 : (OL) 근데요. 좋은 검사, 능력있는 검사, 그 많은 검사들 다 제쳐두고,
(정우를 빤히 보며) 왜 근무평점 꼴찌 검사한테 이 사건을 맡겼을까요?
정우 : (화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아가씨. 취미를 바꿔보지. 기자놀이 그만하고, 그 뭐야. 승마, 그래 좋네.
승마 배워서 제주도에 목장 몇 개 있지? 대관령에도 두어 개 있고.
지원 : 아는 게 많으시네. (돈 세는)
정우 : 말 타고 댁네 목장만 한 바퀴씩만 돌아도 일년은 가겠네. (하는데)
지원 : (정우의 손을 잡아 올려서 그 위에 천원짜리와 동전 뭉치 가득하게 9700원을 올려 놓아주는)
것도 아세요? PK준 담당 변호사 바뀐 거?
정우 : 내가 맡은 사건만 한 달에 400개야. 하루에 변호사만 열 명씩 바껴.
(받은 잔돈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구겨 넣곤, 저만치 가려는데)
지원(소리) : 장병호 대법관!
정우, 멈칫 선다.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그 얼굴에서.
씬18. 서울지법 대법정 안 (낮)
굳은 얼굴의 정우가 법복을 입고 검사석에 선 채 바라보는 곳. 대법정 안이다.
피고인석에 PK준이 수의를 입은 채 서있고 변호인석엔 장병호가 기립해 있다.
후문으로 들어오는 합의부 판사들.
부장판사가 착석하기 전, 장병호만이 알아볼 눈인사를 한다.
장병호, 답례의 눈웃음을 보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정우.
위의 그림이 흘러가는 동안
지원(소리) : 법조개혁안에 반대해서 얼마 전에 사임한 장병호! 법조계의 양심 장병호! 그 사람이 바로 PK준의 변호사에요.
뭔가 불길한 기분으로 장병호를 바라보는 정우.
정리의 착석 구령에 따라 모두가 자리에 앉는데서.
씬19. 달리는 홍석의 차 안 + 서울지법 정문 앞 (낮)
홍석,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통화중이다.
홍석 : 그래. 그래. 4시 노량진 수산시장은 패스! 어. 6시에 태릉선수촌에서 만나자. 후보도착이 몇 시라고? 5시50분?
어. 수고혀. 조형사. (끊는)
법원 정문으로 들어가는 홍석의 차. 홍석이 뭔가를 발견하곤 얼굴이 굳어진다.
// 법원 정문 앞.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1인 시위중이다.
그 소녀가 들고 있는 피켓. ‘PK준 무죄! 언제나처럼 오빠를 믿습니다. 웃는 얼굴로 돌아오세요.’
// 운전하는 홍석. 굳어진 얼굴로 그 소녀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씬20. 서울지법 내부도로 (낮)
홍석의 차가 서행하고 있다.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소녀팬들이 여기저기 십여 명씩 모여 서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 플랜카드. 머리띠. 그 구호들.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믿어요. 당신의 결백을” 등등.
참담한 심정의 홍석이 운전을 하며 그 소녀들을 스쳐 지나가는데
저만치 모여 있는 소녀무리들.
한 소녀가 법원에서 달려 나와 뭔가를 외치자 소녀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며 기뻐한다.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불길해지는 홍석의 얼굴에서.
씬21. 대법정 안 (낮)
정우 : (벌떡 일어난다) 재판장님! 변론을 기각해 주십시오.
피고인석 앞에 서서 변론을 펼치고 있는 장병호의 얼굴 위로,
정우(소리) : 지금 변호인은 정상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정우 :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사고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법정을 모독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장병호, 사람 좋은 얼굴로, 금테 안경을 바로 하며 소리 없는 너털웃음을 웃는다.
장병호 : (온화한) 법정을 모독하는 건, 검찰 같은데요. (재판장을 향해) 저희 변호인은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고함만 지르고 있구요.
방청석에 앉은 소녀팬들의 옅은 웃음이 번진다.
그 일각, 홀로 앉은 홍석. 그 얼굴,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다.
재판장 : 변호인 계속 하세요.
장병호, 리모콘을 들고 누르면, 재판장 일각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또는 프로젝션)에 보여지는 사진들.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생긴 도로의 사진들이 연속적으로 몇 장 보여 진다. 그 위로
장병호(소리) : 사고 현장 10킬로미터 이전부터의 도로상태입니다. 5월 초, 폭우로 지반이 붕괴되고 산사태가 일어났지요.
장병호 : 이후, 복구가 늦어져 이렇게 백 여개의 이르는 웅덩이가 생겼습니다.
장병호, 손짓을 하면 정리들이 도로모형을 가지고 피고인석 앞 증언대에 올려놓는다.
장병호 : (대사 이어지는, 정우를 보며) ‘자극의 일반화‘ 현상을 아십니까?
정우 : ...
장병호 : 동일현상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게 되면, 유사한 다른 현상을 체험해도 (주머니에서 작은 모형 자동차를 꺼낸다)
이전에 반복적으로 체험한 현상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심리학 용업니다. (손으로 모형자동차를 움직여
증언대 위에 올려진 도로모형에, 파여진 웅덩이를 달려가며) 수백 개의 웅덩이를 달려온 박기준은
(모형의 끝에 설치된 쓰러진 인체모형을 넘는 모형 자동차) 다시 한 번 차량의 진동을 느꼈습니다.
(방청석을 보며) 또 하나의 웅덩이로 생각했겠지요.
정우 : (OL. 일어나며) 재판장님! 변호인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추론에 불과 (하는데)
장병호 : (OL) 증거를 제출합니다. (변호인석에 가서 서류 들고 오며) 미국 교통연구소 소속 시뮬레이션 드라이버 24명에게
동일한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 결과! 24명 전원이! 웅덩이와 인체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하는데, 방청석에서 터지는 소녀들의 환호와 박수.
장병호 : (화난 듯이 방청석을 향해) 조용하세요! 재판에 임하는 피고인도 변호인도 검찰도 그리고 여러분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마감한, 한 소녀에 대한 추도의 마음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말에 방청객의 소녀들 조용해지는.
장병호 : (숙연한 목소리로)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단호해지는) 하지만 한 소녀의 죽음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 또한 없어야 합니다. (돌아서며, 재판장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르면, 가해자가 사고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뺑소니로 처벌 할 수 없습니다.
인지하지 못한 범죄는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있어도 법적으론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본 변호인은 피고인 박기준의, 뺑소니 혐의에 대하여 전면 무죄를 주장합니다!!!
방청석 일각에 앉아 있던 홍석, 충혈된 눈, 부들부들 떨리는 손,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벌떡 일어나려는데
그 팔을 잡는 손, 지원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만류하는 지원의 모습.
(시간경과)
정우, 피고인석 옆에 서서 변호인석에 앉은 장병호를 바라보며
정우 : 본 검찰은 변호인의 변론을 듣고 싶습니다. 궤변이 아니구요!
장병호 : (미소로 보는)
정우 : (화난 얼굴이다. 보다가 진정하곤. 재판장을 보며) 당시 피해자 백수정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마치고,
아버지와 통화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습니다. 그런 여학생이 왜 길에 쓰러져 있었을까요?
(단호한) 따라서! 변호인의 주장은 전제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여학생이 왜 그 시간에 도로에 (하는데)
장병호 : (OL) 일반적인 여학생은 그러지 않습니다.
정우 : (보는)
장병호 : 하지만 만약... 피해자가... 일반적인 여학생이 아니라면요?
정우 : (의도를 알 수 없다) ...
장병호 : (힘차게) 증인을 신청합니다. 지금 대기중입니다. 당일 증언이 가능합니다.
정우 : (다급하게) 부동의 합니다! 증인은 상호협의를 거친 뒤, 기일을 다시 정하고 (하는데)
장병호 : (OL) 검찰은! ... 그렇게 이 재판에서 이기고 싶습니까? (재판장을 보며) 재판장님.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증인 신청을 수락해주십시오.
재판장 : (차분하고, 온화한) 증언 준비하세요.
일각, 문이 열리고 정리들의 인도를 받으면서 들어오는 17세의 소녀.
소년원 수의를 입은 효진이다.
홍석, 그 얼굴을 안다. 놀라는 홍석에서.
(시간경과)
증인석에 앉은 효진, 장병호가 심문중이다.
장병호 : (딸을 대하듯이. 다정한 소리로) 증인은 보름 전에 마약류 및 성매매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
지금은 소년원에 수감중이지요?
효진 : (고개 숙이고. 작은 소리로) ... 네에.
장병호 : (마이크 높이를 고쳐서, 효진의 입 위치에 맞추고) 피해자 백수정과 중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지요?
효진 : (낮은 소리. 하지만 마이크덕분에 좀 더 크게 들린다) ... 네에.
장병호 : 어떻게 친해졌습니까?
효진 : 수.. 수정이는.. 저하고 .. 같이.. 아저씨들을 만났어요. 돈 많은 아저씨들.
순간, 놀라는 정우.
웅성이는 방청객들. 그때
홍석(소리) : (절규하듯) 거짓말이야!!
홍석, 방청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을 향해 다가가며
홍석 : 효진아! 니가 왜! 니가 왜이래? (달려오는 정리들, 홍석을 잡아끌고 나가려 한다) 우리 수정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정리들에게 끌려 나가며) 효진아! 왜 거짓말을 하니? 니가! 왜! (하는데)
홍석, 끌려 나간다. 닫히는 문.
고개 숙인 효진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씬22. 대법정 안 (낮)
정리들에게 끌려나온 홍석, 그들을 뿌리치고 다시 법정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을 막아서는 정리들.
홍석, 미치겠는 마음이다.
그때 걸려오는 핸드폰. 보면, 발신자명 “수정이엄마”다.
홍석, 울컥하는 마음이다. 심호흡하곤, 진정하고 받는다.
홍석 : .. 미연아. (하는데)
미연(F) : (다급한) 홍석씨 무슨 일이야? TV 속보에 우리 수정이가.
씬23. 어느 식당 앞 (낮)
서빙복을 입고, 식당 옆 모퉁이에 서서 통화하는 미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 안. 대형TV에 자막 속보가 떠 있다.
“PK준 사건 피해자, 원조교제 소녀로 밝혀져”.
식당안의 손님들과 종업원들, 삼삼오오 TV를 보며 쑥덕거리고 있다.
순간, 다시 자막이 바뀐다. “PK준 사고 소녀, 상습마약복용혐의”.
미연 : 오보지? 당신이 방송국에 전화해. 아까부터 자막에..
홍석(F) : 미연아 그게..
미연 : (불안한) 우리 수정이한테 무슨 일 생긴 거지? (다급한) 당신 지금 법원이지. 내가 갈게.
씬24. 대법정 밖 (낮)
홍석, 미치겠는 마음이다. 성난 짐승처럼 대법정 앞을 몇 걸음씩 왔다갔다 하며
홍석 : 오지마. 미연아. 내 말 잘 들어. 집에 가서 기다려. 전화도 받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말고.
알았지 미연아. 오지 말라니까. 여보! 말 좀 들어... 수정이 엄마!!! .. 그래. 집에 가서 기다려. (끊는)
홍석이 바라보는 곳, 대법정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홍석, 근처 소파에 함부로 털썩 앉아 마른세수를 한다. 미치겠는 마음이다.
씬25. 대법정 안 (낮)
증인 심문을 마치고 나가는 효진, 비틀거리자 정리들이 부축해서 데려나간다.
장병호 : (그런 효진의 뒷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다가, 효진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차분한 목소리로)
피해자 백수정은 사고 당일, 증인 한효진에게 받은, 유코틴 4밀리그램을 복용 하였습니다.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구요. 그래서 도로에 (하는데)
정우 : (OL. 일어서며) 수감중인 증인의 말만 듣고 사건을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장병호 : 증거를 제출합니다. (옆에 놓인 서류를 들며) 피해자 백수정의 사후 부검서 입니다.
플래시 // 1부 58씬. 윤창민, 수정의 링거에 주사하는 장면.
장병호(소리) : 다량의 유코틴 성분이, 사후에도 피해자의 체내에 남아있었다는 부검 자료 입니다.
장병호 : 아울러, 항정신성 전문의 6인의 소견서도 증거에 첨부하겠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 숙인 채, 씨익 미소를 짓는 PK준의 얼굴에서.
씬26. 최정우 검사실 (낮)
쿵!!! 벽에 부딪히는 정우.
홍석, 정우의 멱살을 잡고 충혈된 눈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홍석 :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 보라구!!!! (하는데)
지원과 계장과 여직원이 홍석을 뜯어 말린다.
간신히 떨어지는 홍석.
정우 : (후. 거친 숨을 한번에 몰아쉬고.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마음의 번민을 숨기기 위해서 위악적으로)
나는 검사로서 사실을 확인하는 겁니다.
홍석 : (소파에 앉은. 화난 눈으로 보는)
정우 : 정말.. 따님이.. 원조교제나 마약하고 상관이 없습니까?
지원 : (일어나려는 홍석을 만류하며, 그런 정우를 혐오스럽게 보는)
정우 : 아, 근데 효진이라는 걔는, 왜 그 따구 증언을 하는거야!
홍석 : (터지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거 알아내라고 월급 받는 게 당신들 검사 아냐!
정우, 외면하고 자기 자리로 가려는데 전화기를 들고 있던 여직원이 말한다.
여직원 : 부장님이 찾으세요.
정우, 후. 짜증나는 발걸음으로 나가버린다.
지원, 홍석을 안타깝게 보다가 정우의 뒤를 따라 나간다.
씬27. 검찰청 복도 (낮)
빠르게 걸어가는 정우. 빠르게 다가와 그 옆에 나란히 걸어가는 지원.
지원 : 원숭이한테 검사복만 입혀놔도 유죄 받을 사건이라면서요?
정우 : (서는. 화난 눈으로 보는)
지원 : (팽팽하게 보는) 나 지금 당신 놀리는 거 아냐. 힘센 놈한테 당하고, 힘 없는 사람한테 화풀이하는,
대한민국 검사님한테 화가 나는 거지. (가는)
정우, 어처구니없어서 허.. 웃다가, 실소가 점점 커진다.
벽에 기대서서, 자기 비하를 숨기려는, 과장된 실소를 흘리는 정우의 모습에서.
씬28. 홍석의 집 거실 (밤)
홍석, 들어오면 조그만 아파트의 거실이다.
미연,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서 멍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다.
TV 화면, 토론 프로가 진행중이다.
(내용 : 원조교제는 가정의 문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의 성을 돈과 교환한다.
원조교제 학생들은 어릴 때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주원인이다. 등등)
홍석,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리모콘을 찾지만 보이지 않자 다가가서 전원을 뽑는다.
돌아보면 말간 얼굴의 미연.
미연 : ... 저 사람들 대단하다. 우리 수정이가 어떤 앤지 당신하고 나보다 더 잘 아네.
홍석 : ... 미연아. (다가가 앉아서 손을 잡아주는. 뭔가 위로하려하지만 할 말이 안 떠오르는데)
미연 : 홍석씨... 나 뭐하까?
홍석 : (보는)
미연 : 그 놈한테는 힘도 있고... 돈도 있고... 저렇게 편들어 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 수정이한테는 엄마하고 아빠가 있다는 거 보여줘야지.
홍석 : (눈물 그렁해서) 미연아.
미연 : ... 나 내일부터 뭐하면 돼 홍석씨?
눈물 그렁해진 홍석이 미연을 껴안는다.
씬29. 몽타주
// 병원 복도. 어느 사무실 앞.
‘부과장 윤창민’이라는 명판이 붙어 있고, 그 아래 ‘휴가중’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문을 열려던 홍석이 팻말을 보고는 힘없이 돌아선다.
// 홍석이 부검서를 의사에게 보이며 뭔가를 호소하고 있다.
의사, 곤란한 표정으로 손을 젓다가, 전화가 오자, 얼른 받으며 외면해 버린다.
// 소년원 면회실.
홍석이 손가락을 매만지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 소년원 구치소 안.
고개 숙이고 쪼그리고 앉아있던 효진이, 바닥에 드러누워 담요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린다.
// 소년원 정문 앞.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홍석.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그 홍석의 머리를 함부로 헝클인다.
// 한 남자가 일어나 가려하면 홍석이 따라가 애타게 매달린다. 뿌리치고 나가버리는 남자.
답답한 홍석이 한숨 쉬며 창밖을 본다. 그 창문에 적혀 있는 글자 ‘교통사고 감정원’
씬30. 교무실 앞 복도 (낮)
미연 : (당혹스러운) 선생님. 전화 드렸을 땐 도와주시겠다고, 더 도울 일 없냐고 하셨잖아요.
담임 : (곤란해서) 저.. 그게.. 항의 전화도 많이 오고, 교육청 특별감사도 시작되고..
(교무실 안, 교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담임을 보고 어서 보내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 학교 차원의 탄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담임, 교무실로 들어가 버리고 홀로 남은 미연 답답하기만 하다.
씬31. 홍석의 아파트 앞 (낮)
미연,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지친다. 힘이 없다.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그 앞 계단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수정의 친구들 6명, 일어나서 인사한다.
친구들 : 안녕하세요.
미연 : (뜻밖이다) 어... 니들..
아이1 : 아까 왔는데요. 문이 잠겨있어서요. (하며 내미는 종이들. 보면 탄원서다)
미연 : (아이들이 내민 그 탄원서 보는데, 울컥, 말이 안 나온다)
아이1 : 학교에서 못하게 해서, 쉬는 시간에 몰래했는데요, 3백 명 밖에 못 했어요.
미연 : 고.. 맙다. (눈물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 하나하나 손을 잡아 주는데
재중이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재중이가 왈칵 눈물을 터뜨린다)
재중 :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며) 제가요, 그날요.. 수정이.. 집에 바래다줄라고 했는데요..
논술학원 시간이 늦어서.. 보충을 안해준다고 해서.. 나 때문에 수정이가.. (울음 더 거세지는)
미연 : 아니야, 재중아. (안아주는)
재중 : 죄송합니다.
미연 : 아냐. 고마워 재중아. (어깨 두드려주는)
아이들, 울먹이며 인사하고 돌아서 간다.
미연, 그렁한 눈으로 그 아이들을 보다가 탄원서를 본다.
그 탄원서! 빼곡히 적힌 아이들의 이름들.. 이름들... 이름들...
씬32. 대법정 (낮)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써 있는 탄원서를 옆으로 밀어내는 손, 판사다.
판사 : 탄원서는 공히 기각합니다.
방청석 일각, 어이없는 얼굴의 미연.
홍석이 그 아내의 손을 꼭 잡고는 화난 눈으로 법정을 바라보고 있다.
정우 : (일어나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탄원서는 피해자의 학교 친구들이 직접 작성한 (하는데)
판사 : (OL. 나직나직하게) 이보세요 검찰. 법정은 하소연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본 사건과 상관없는 자료는 앞으로 제출하지 마세요.
정우 : ... (뭔가 항의를 하려다가 후 한숨을 쉬고 앉는다)
방청석, 미연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해지고 있다.
(시간경과)
정우가 검사석에 서서 PK준을 심문하고 있다.
정우 : 사고 당일, 가해 차량에 혼자 탑승하고 있었습니까?
PK준 : (피고인석에 앉아, 미안한 듯,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정우 : 피해자의 아버지 백홍석의 증언에 따르면, 분실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또 한 명의 여자가 동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누굽니까 박기준씨?
PK준 :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는)
정우 : 이봐요!!! 박기준씨!!!
PK준 : (...여전히)
정우 : 재판장님! 피고인은 지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은 철저하게 답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질문들이 왜 피고인에게는 불리한 질문이 되는지,
이 점! 판결에 참고해 주십시오! (앉는데)
장병호 : (일어나서 피고인석으로 가며) 피고인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PK준의 옆에 서서) 말씀하세요.
PK준 :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전.. (하는데 입술이 말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장병호 : (옆에 놓인 물잔을 들어 건네지만)
PK준 : (손을 가볍게 저어 거부하곤, 침을 삼켜 목을 적시곤) 전.. 죄인입니다. 제가 그 소녀를 친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법이 저를 용서한다고 해도.. (울먹이며) 저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울먹이는 방청석의 소녀들.
PK준 : .. 저는 한 소녀의 생명을..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다가) 저도... 제 생명과도 같은.. 음악을... 포기하겠습니다.
방청석 소녀팬들의 울음이 터진다.
PK준 :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저는... 가요계를 은퇴하겠습니다.
방청석 소녀팬들. “안돼요” “오빠가 뭘 잘못했다고” “이상한 년 하나 때문에” 등등의 소란. 울부짖음.
판사가 봉을 두드려 진정시킨다.
그 사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인 PK준이 장병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긴다.
장병호, PK준의 입에 귀를 댄다.
방청석 소녀들의 울음과 낮은 절규소리가 들리는 위로
// 인서트. PK준의 입과 장병호의 귀가 화면 가득 보이면서
PK준 : 배고파. 대충 하고 밥 먹자구.
장병호 : (잠시 일그러지는)
PK준 : (이내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 숙이는)
장병호 : (표정을 수습하고 이내 서서) 지금 피고인은 법의 심판과 상관없이 자신을 단죄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 대해서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스스로 벌을 받겠다는 피고인의 진정성을
(정우를 보며) 묵비권으로 매도하지 말아 주시기를, 검찰에 정중하게 요청합니다!
흐느끼는 소녀들. 오빠, 안돼! 낮은 절규를 하는 팬들.
그 사이에 홍석과 미연이 고립된 섬처럼... 서로의 손을 잡고 앉아 있다.
씬33. 서회장 서재 (밤)
서회장, 의자에 앉아 전화 통화중이다.
서회장 : 단디 들으라. 내가 버린기라 해도,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주무믄 안된다. 그래. (끊는, 은단 털어 넣고 오물거리는데서)
씬34. 대선캠프 강동윤 사무실 (밤)
동윤,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보고 서 있다.
그 뒤에 서서 보고하는 혜라.
혜라 : 오션캐피탈 대표가 방한을 취소했습니다. 국내 사모펀드에서도 매수를 거부하고 있구요.
동윤 : ...
혜라 : 비상장 주식에, 경영권도 없는 지분이라서, 매각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윤 : (창밖의 어느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보다가) 내가 한번 팔아보지.
혜라 : (무슨 말인가 보는)
동윤 : 촛불 문화제가 몇 시라고 했지?
그 동윤이 바라보는 곳, 저만치 보이는 청와대 야경이다. (캠프가 광화문 어느 건물에 있다고 가정합니다)
불 켜진 청와대를 바라보는 동윤의 그 눈빛에서.
씬35. 촛불 문화제 현장 (밤)
“해고자 복직을 위한 촛불 문화제” 플랜카드가 걸려 있고, 앰프에선 ‘아침이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 달려오는 홍석. 대기중인 경호형사들에게 달려가고 있다.
조형사 : (손으로 훠이훠이 가라고 하며) 아, 왜 왔어요? 집에 가서 쉬든지. 수정이 재판 준비를 하든지.
홍석 : 됐어. 내일 오후엔 국과수 감정 때문에 또 빠질거야.
조형사 : 빠져도 됩니다. 팀장이 내 말이라면 아주 껌뻑 죽거든요. (하는데)
팀장 : (어느새 다가와 얼굴 내밀곤) 내가?
조형사 : (깜짝 놀라서, 홍석의 손을 잡고 옆으로 삐질삐질 빠져나오며) 내가요. 새벽에 집에 가면
수정이 사건에 댓글은 열심히 다는데요. 아 근데 악플이 워낙 많아서 (하는데)
저만치에 도착하는 동윤의 차.
팀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달려가는 경호형사들.
동윤이 내린다. 저만치서 달려오는 홍석을 본다.
동윤 : (본다. 보다가) 저 사람인가?
혜라 : 불편하시면 다른 곳으로. (하는데)
동윤 : 놔둬. 보이는 위험은 관리할 수가 있으니까.
달려온 홍석이 동윤의 옆을 경호하며 연단을 향해 걸어간다.
연단 위로 올라가는 동윤, 연단 아래 경호형사들이 주변에서 건네주는 촛불을 엉거주춤 하나씩 든다.
홍석도, 조형사도, 촛불을 들고 서 있다.
조형사는 촛불을 얼굴에 갖다 대고 셀카를 찍고 있다. 그 위로
사회자(소리) : 여러분. 이 자리에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
사회자 : 대한국민당 대선 예비후보 강동윤 의원이 오셨습니다.
동윤 : (연단 위 단상으로 가는)
동윤의 인기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의 함성, 박수.
동윤 :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수 백명의 사람들을 보다가) 저는 촛불을 들기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촛불을 끄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사람들, 낮게 웅성거린다.
그 일각에 촛불을 들고 있는 홍석의 얼굴 위로.
동윤(소리) : 여러분. 억울하시죠? 화나시죠?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돈 있는 놈들이 무시하고
(홍석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베어 나온다) 힘 있는 놈들이 깔아뭉개고 아무리 바둥거려도
그놈들이 들은 척도 안하고!!! (홍석, 자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마음이다)
동윤 : 그래서 촛불을 드셨겠죠. 그런데.. (주변 둘러보고는) 촛불을 든다고 뭐가 달라졌습니까.
사람들 : (웅성거리는)
동윤 :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까? 그럼 촛불을 끄십시오.
사람들 : (웅성거림이 더 커진다)
동윤 : 권력을 가져야 합니다. 몇 달 동안 촛불을 들고 길바닥을 헤매도 한 사람도 복직시키지 못했지만,
권력만 있으면 한 줄의 법조항만 바꿔도, 내일 당장 전원이 복직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 강동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국민 여러분들께 돌려드리겠습니다!!
홍석, 그런 동윤을 보고 있다.
근처에서 벌떡 일어나는 시위대 1인.
시위대 : (삿대질하며) 당신을 어떻게 믿어?
동윤 : (OL) 저를 믿지 마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곤) 저에게는 천 억대의 주식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약속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주식을 (주변을 잠시 둘러보곤) 사회복지 재단에 전액! 기부하겠습니다!
혜라 : (연단 구석에 선, 몰랐던 사실이다. 놀라는)
홍석 : (그런 동윤을 따뜻한 눈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 : (웅성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윤 :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국민 여러분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백원을 보내 주시면 백원으로,
천원을 보내주시면 천원으로,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동윤, 주변을 둘러보다가 홍석과 눈이 마주친다. 그 상태로
동윤 :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정적. 잠시의 고요.
홍석이 먼저.. 가장 먼저.. 자신이 들고 있던 촛불을 끈다.
주변에서 하나씩 꺼져나가는 촛불들.
이윽고 시위대의 촛불이 모두 꺼졌다.
그 암흑의 시위대 위로 들리는
동윤(소리) : 저는 ..국민 여러분을 위한 권력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암흑 속에서 와! 터지는 함성에서.
씬36. 서회장 서재 (밤)
벽에 걸린 TV에서 묵음의 뉴스화면이 보이고 있다.
촛불 문화제에서 연설하는 동윤의 모습 위로 자막이 보인다.
“한 남자의 진심이 촛불마저 녹였다”
자막이 바뀐다. “한 시간 만에 국민 후원금 수십 억 모여”
의자에 깊숙이 앉은 서회장이 아깝다는 듯 혀를 끌끌 찬다.
서회장 : 가끔은 ... 점마가 내 아들이었으면 을매나 좋았겠노... 이런 생각이 든다.
소파에 앉은 지수, TV를 보고 있다.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었던 한 남자를...
씬37. 수정의 방 (밤)
홍석, 딸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생활계획표, 올해의 목표, “몸무게 50! 전교석차 50!”
올해의 목표를 보며 옅은 미소로 보는 홍석이 나가려다가 보는 곳, 일각에 놓인 작은 돼지 저금통. 동전이 가득하다.
홍석이 저금통을 드는데서.
씬38. 인서트 (낮)
은행. 창구에 올려진 동전더미. 그 옆, 홍석이 입금표를 쓰고 있다.
받는 사람 강동윤 후원회. 금액32,400원. 보내는 사람 백수정...에서..
씬39. 서울지방법원 지하주차장 (저녁)
지하주차장을 걸어가는 남자, 판사다. 리모컨키를 누르자 저만치서 주차된 차에서 삑 소리가 나는데,
그 근처에 앉아서 기다리던 미연이 놀라서 확 일어난다.
판사, 차로 다가가면 미연, 그 앞을 막으며
미연 : 판사님? 맞죠? 판사님. 저 수정이... 교통사고 피해자 엄마되는 사람입니다.
판사 : (곤란한) 아.. 네..
미연 :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며) 이거.. 좀 .. 읽어봐 주세요. 우리 수정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루도 안 빼놓고 쓴 일긴데요. 이거 읽어보시면 수정이가 어땐 앤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실 거에요.
판사 : (곤란한) 증거물로 제출하세요. (차에 타려고 운전석 문을 열었는데)
미연 : (다가와서) 했는데요. 거부당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판사님 제발 좀 읽어봐 주세요.
판사 : (금테 안경을 바로하며. 곤란하다는 듯이) 어머니. 판사가 사건담당자하고 만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절차 밟아서 다시 제출해 보세요. (하는)
미연 : (다급한) 세 번이나 거부당했어요. 제발 읽어 주세요. 제발. (하는데)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차.
그 바람에 뒤로 물러나다가 모퉁이에 부딪혀 쇼핑백이 찢어지고 일기장 십여 권이 쏟아진다.
미연, 허망하다.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에 떨어진 일기장을 하나씩 줍는데
그 중에 하나. 펼쳐진 일기장. 수정의 초등학교 1학년 그림 일기장이다.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 홍석 미연 수정이 케익을 가운데 두고 손뼉치고 있다.
그 아래 삐뚤삐뚤 쓴 글자가 보인다. 그 위로
초1수정(소리) :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빠가 나보고 백살까지 살라고 했다. 아빠는 200살까지 살 자신이 있다고 한다.
우리 아빠는 정말 대단하다.
미연, 그 일기장을 만지며 웃음 번지다가 점점 울음으로 변한다.
지하 주차장 미연이 가슴에서 베어 나오는 울음을 길게 울고 있다.
씬40. 소형 아파트 전경 (아침)
현관으로 학생들이 달려 나오고 있다. 등교시간이다. 그 위로
미연(소리) : 수정아. 일어나!
씬41. 수정의 방 (아침)
앞치마를 두른 미연이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자고 있는 수정의 엉덩이를 툭툭 때리며 깨운다.
미연 : 학교 가야지. 우리 뚱땡이.
수정 : (잠결에) 몇 시야?
미연 : 7시 20분
벌떡 일어나는 수정. 놀라서 달려 나가며.
수정 : 지각하면 다 엄마 때문이야. (나가는데서)
씬42. 홍석의 집 거실 (아침)
현관 앞. 교복을 입은 수정, 분주하게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 달려온 미연. 한 손에는 샌드위치 한 손에는 우유를 들고 있다.
미연 : 이거 먹고 가.
수정 : (신발 신으며) 나, 다이어트 중!
미연 : 넌 다 근육이야. 빠질 살이 아니야.
수정 : (가방 둘러메며) 나 바쁘니까 짜증은 나중에 낼게. 간다. 엄마.
미연, 나가려는 수정의 앞을 막아서서 먹고 가라고 하고,
수정은 ‘안돼. 오늘은 학주가 교문 담당이야.’ 하며 실랑이 하는데...
안방에서 나오는 홍석이 본다. 놀란다.
미연이 현관 앞에 서서 허공에 대고 샌드위치와 우유를 들고 “이거 먹고가 어서” 라며 채근을 하고 있다.
홍석 : (놀란) 미.. 연아.
미연 : (보며) 홍석씨 수정이 좀 혼내. 또 아침 안 먹는대네. (장난스런 미소로 자기 앞을 보며) 너 아빠한테 혼난다. 이제에.
홍석 : 미연아!!!!
씬43. 병원 진료실 (낮)
모니터에 자기공명영상 촬영 영상이 보여지고 있다.
의사(소리)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입니다. 큰 사건을 겪으면, 그 고통에서 못 벗어나고 우울증, 환청, 환각 등을 겪는데요.
홍석, 의사 앞에 메마른 얼굴로 앉아 있다.
의사 : 심각해지면 해리현상이나 공황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요. 일단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 봅시다.
씬44. 미연의 병실 (낮)
미연, 병상에 누워 있고 홍석이 이불을 여며주고 있다.
홍석, 그 위로
미연 : 홍석씨. 나 아는데.. 우리 수정이 없는 거 아는데.. 자꾸 보인다. 수정이가.. 억울해서 이 세상 못 떠나고 있나 봐.
홍석 : (아내의 손을 잡고) 내가 할게. 미연아. 넌 쉬어. 내가, 우리 수정이가 어떤 딸인지, 어떤 앤지,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내가 할게.
홍석, 아내의 손을 더 꼬옥 잡아주는데서.
씬45. 최정우 검사실 (낮)
홍석 : (답답한) 도대체 왜! 증인신청이 왜 안되는 겁니까?
정우 : (머리 아픈 듯 관자놀이 누르며) 증인 신청은요. 먼저 상호합의를 하고 재판부 승인을 받아야 된다니까.
홍석 : 그놈은 다 하잖아. 증거, 증인, 그 새끼는 하고 싶은 거 다 하잖아.
정우 : 법이 그렇습니다. 법이.
홍석 : (거친 숨을 쉬곤) 나요. 이제 법 같은 거 안 믿습니다. 나만 믿습니다!
뭔가를 결심한 홍석의 얼굴에서.
씬46. 대선캠프 강동윤 사무실 (낮)
지수 : (벽에 붙은 동윤의 포스터를 보며) 다들 수군거리더라. 후보하고 부인하고 동행 일정이 거의 없다고.
남편이 부산가면 부인은 광주가고. (돌아서며) 참, 후원금은 많이 들어왔나 몰라.
코 묻은 돈으로 경선이나 끝낼 수 있을 래나.
동윤과 혜라,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동윤, 지수의 말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수 : (소파로 다가가며) 당신 참 재밌는 사람이야. 사방에 돈 구하러 다닌다는 얘기 들었어.
(동윤의 근처에 앉는) 근데 왜 나한텐, 도와달란 말을 안할까.
동윤 : (서류 검토하는 채로) 도와줄거야?
지수 : 아니!
동윤 : (고개 들어 보며) 그래서! (안한거야)
지수 : (보는)
동윤 : 내일 한류월드 기공식이야. 아침 비행기니까, 서둘러서 준비해.
지수 : 당신도 서둘러서 끝내. 재판! (근처에 있는 책을 하나 들어 페이지를 대충 넘겨보며) 재판 끝나면 우리도 끝내자.
동윤 : (보는)
지수 : 재판 끝나는 대로 (보던 책을 탁 덮곤 동윤을 똑바로 보며) 이혼해! 우리!
혜라 :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하는데)
지수 : (손을 들어 그 말을 막는) 나 지금, 내 남편하고 얘기하는 중이야.
동윤과 지수가 팽팽하게 서로를 바라보는데, 밖에서 들리는 실랑이소리.
동윤, 잠시 문 쪽을 보는데, 문이 버럭 열리며 홍석이 달려 들어온다.
놀란 혜라가 다가가려하자, 동윤, 손짓으로 혜라를 멈추게 한다.
뒤따라 들어오는 경호팀장과 조형사.
홍석, 뿌리치고 달려와서 동윤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홍석 :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도와주십시오! 제 딸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PK준 그 놈이 내 딸을 죽였어요.
지수, 그 말에 들고 있던 책을 툭 떨어뜨린다. 충격이다!
동윤, 그런 지수를 힐끗 본다.
동윤, 손을 저어 경호팀장과 조형사를 나가라고 한다. 나가는 두 사람.
그 사이 동윤은 홍석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힌다.
동윤 : (앉히는 동안) 경호팀장에게 전해 들었어요. 마음고생이 심하시죠?
홍석 : 제가요! 블랙박스를 봤습니다!!
지수 : (탁자 아래 꽉 쥐고 있는 손이 떨려온다)
홍석 : PK준 그 놈 혼자 있었던 게 아니구요. 여자가 있었어요.
지수 : (지수,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다. 떨면서 일어나는데)
동윤 : 앉아.
지수 : ....
동윤 : 얘기 안 끝났잖아. 우리.
지수 : (발을 뗄 수도 없는 공포다. 다시.. 앉고 마는)
홍석 : 그 블랙박스를 같이 본 사람이 있습니다. 법정에서 그 사람이 증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수 : (입술까지 떨려오고 있다)
동윤 : (안타까운 눈으로 홍석을 보며) 공직에 있는 몸이라서, 제가 입장이 좀..
(지수를 보며) 여보 당신이 좀 도와드릴 수 없을까?
지수 : (극도의 공포다)
홍석 : 제발... 제발...
동윤 : (안타깝게 보다가 낮은 한숨 쉬곤) 도와드려야죠. (핸드폰 거는, 받은) 강동윤입니다. PK준 사건 아시죠?
거기 피해자 쪽에서 신청하고 싶은 증인이 있다는데.
씬47. 어느 사무실 (낮)
장병호가 전화를 받고 있다.
장병호 : 황반장이라고 경찰 상관이야. 지금 정직중이구.
동윤(F) :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세요.
장병호 : 알겠네. 뒷조사 시작하겠네.
씬48. 대선캠프 강동윤 사무실 (낮)
강동윤 :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끊곤, 홍석에게) 곧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홍석 : (연신 고개 숙이며)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동윤 : (따뜻하게 손을 빼곤, 명함 하나주며) 제 개인 연락첩니다.
지수 : (공포와 분노로 동윤을 바라보고 있다)
동윤 :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홍석 : (고마워서,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 그렁해서 고개 숙이고 있다)
동윤 : (지수를 보며) 검찰에서 그 여자를 못 찾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홍석 : (눈물 날 것 같은 기분이다) 고... 고맙습니다. 제가요.. 후보님.. 대통령 되실 때까지요.. 옆에서.. 지켜 드리겠습니다.
동윤 : ....
홍석 : ..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혜라, 홍석이 문을 나가는데까지 안내한다. 홍석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순간
지수 : (분노로 벌떡 일어나며, 떨려오는 목소리로) 당 당신. 어떻게... 그애 아빠를..
동윤 : (담담하게) 넉 달 뒤면 대선 끝나. 그때까지 내 옆에 있어. 그럼, 당신, 안전해질거야.
(일어나서 자기 책상으로 가며, 혜라에게) 원외지구당 간담회가 언제랬지?
지수 : 묻잖아. 지금. 어떻게.. 그애 아빠를... 경호원으로 둘 수가 있냐구?
동윤 : (손으로 가볍게 제지하며) 여보. 나 지금, 내 보좌관하고 얘기하는 중이야.
팽팽하게 바라보는 지수와 동윤의 모습에서.
씬49. 대법정 안 (낮)
정우가 증인석에 앉은 황반장을 심문하고 있다.
정우 : 방금 증언한 내용 모두 사실입니까?
황반장 : 네.
정우 : (재판장을 보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증인은 30년의 경찰 생활을 한 베테랑 형삽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블랙박스를 봤고 그 안에는 PK준과 한 명의 여인이 더 동승하고 있었다구요. 사라진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광역수사대 요원들에 대한 수사와 압수수색을 요구합니다. (가서 자리에 앉는)
웅성거리는 방청석.
홍석에게는 재판 기간 중,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대감이다.
홍석과 황반장 서로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보며 짓는 옅은 미소.
판사 : 변호인. 반대 심문 하세요.
장병호 : (증인석으로 걸어 나오며) 증인 황일관은 지금 정직 상태죠? 왜 정직 당했습니까?
정우 : (일어나며) 본건과 관계없는 질문입니다.
장병호 : (OL) 증인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판사 : (계속 하라는 듯 고개 끄덕이는)
장병호 : 경찰 자료에 따르면, 불법도박장 업주에게 상납을 받은 걸로 돼 있는데, 사실입니까?
황반장 : ... 네.
방청석 웅성인다.
불안해지는 홍석의 얼굴.
장병호 :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분이군요.
정우 : 재판장님, 변호인은 인격모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장병호 : 저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판사 : 계속 하세요.
장병호 : 바로 묻겠습니다. (황반장의 옆에 서서) 피해자의 아버지 백홍석에게 500만 원을 받았지요?
황반장 : (놀란) 네?
홍석, 놀란다. 뜻밖의 질문.
장병호 : 증인은 3개월의 정직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생활이 어려웠겠죠.
그 때 500만원의 돈을 건넨 후배가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우 : (일어나며) 재판장님! 심문을 중단해 주십시오. 지금 변호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하는데)
장병호 : (OL) 증인 황일관의 아들 황찬우의 등록금 납부 내역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당시 사용된 수표가 백홍석의 계좌에서 인출된 기록도 첨부합니다. (서류를 재판정에 내는)
홍석과 황반장의 눈이 마주친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장병호 : 다시 묻겠습니다. 백홍석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황반장 : ... 저 그기...
장병호 :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황반장 : (홍석의 눈을 보다가.., 어쩔 수 없다) ... 네 받았습니다. 근데 그기 재판하고 아무 관계도 없이 그냥 (하는데)
장병호 : (자르며 OL) 방금 증인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정을 보며) 재판과의 관련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해 주십시오. (정우를 보며) 아울러, 증인 매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합니다.
황반장,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고
홍석, 뜻밖의 상황에 답답할 뿐이다.
씬50. 구치소 앞 (낮)
소녀팬들이 도열해 있다. 풍선, 플랜카드 등을 들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철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탄 PK준이 나오자 터지는 함성, 절규, 환호. 눈물.
누군가의 선창으로 PK준의 히트곡을 부르는 팬들.
PK준, 소녀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흐느끼는 듯 고개를 숙인다. 그 위로.
기자(소리) : 뺑소니 사고로 구속 기소된 한류스타 PK준이, 오늘 오후 2시 병보석으로 출감했습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시기에 병보석이 허가된 것은,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이번 병보석 허가를 두고,
PK준 측에서는 무죄 판결의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씬51. 미연의 병실 (낮)
TV에 뉴스가 보여지고 있다. 출소하는 PK준의 모습.
기자(소리) : 수많은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PK준, 이제 그 팬들이 PK준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TV를 멍하게 보던 미연이 고개 돌려 창밖을 보는데,
병원 앞. PK준의 차가 도착하고 있다. 내리는 PK준.
미연이 멍하게 그 PK준을 보고 있다.
씬52. 병원 탕비실 (낮)
땡! 시간을 알리는 전자렌지.
홍석, 렌지 안에서 덥힌 죽을 꺼낸다.
씬53. 탕비실 앞 복도 (낮)
홍석, 죽을 들고 나오는데, 저만치 복도 끝을 마악 돌아가는 미연의 모습을 보았다.
‘미연아!!!“ 부르지만 아내는 듣지 못한 듯, 복도를 돌아서 간다.
죽을 들고 아내를 쫓아가는 홍석.
씬54. 병원 복도 (낮)
PK준이 탄 휠체어를 밀고 오는 매니저 두어 명. 주변에서 술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
그들을 의식해서 침울하게 고개 숙이고 가는 PK준.
그때 휠체어가 멈춘다. PK준이 고개를 들면 그 앞에 서 있는 미연!
미연 : 니가.. 니가 왜 여깄어? 우리 수정이 죽이구! 감옥에 있어야지! 니가 왜!
매니저들, 미연을 비켜 휠체어를 밀고 가려하지만
미연, 그 휠체어를 따라가며 PK준의 옷깃을 잡는다.
저만치서 오던 홍석이 그 모습을 보았다.
‘니가 왜 여깄냐구. 니가’ 옷깃을 잡고 절규하는 미연. 매니저의 손길에 밀려 쓰러진다.
분노로 다가오던 홍석의 시선에 보이는.. 쓰러진 미연.
휠체어를 밀고가는 매니저들.
옆을 돌아보며 고개 숙인 채 씨익 미연을 비웃고 있는 PK준.
그 PK준을 보며 터지는 홍석의 절규. ‘야아아아!!!!’ 홍석, 달려간다.
// PK준을 향해 달려가는 홍석.
// 홍석이 블랙박스에서 보았던 사고 당시 영상 짧게.
// 분노로 달려가는 홍석.
// 씬32 대법정. PK준의 눈물의 진술 중 ‘제가 그 소녀를 친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법이 저를 용서한다고 해도..’ 하며
PK준이 울먹이던 모습 잠시.
// 분노로 달려간 홍석이 PK준을 일으켜 세워 주먹을 날린다. 쓰러지는 PK준.
주변의 매니저들이 뜯어 말리지만 홍석의 주먹은 멈추지 않는다.
성난 짐승같은 홍석의 주먹질. 주변에서 뜯어말리는 매니저들.
벽에 기대앉은 채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연. 등의 모습이 보이다가 점점 F.O 되며.
씬55. 대선캠프 강동윤 사무실 (낮)
화면 점점 밝아지면, 뒷짐 지고 창 밖을 보고 서 있는 동윤.
혜라 : 가벼운 타박상입니다. 진단서를 뗄 정도는 아니구요.
동윤 : (단호한) 알아봐! 4주 정도로.
혜라 : (보는) ...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동윤 : 어떡하긴.. 법대로 해야지.
청와대 전경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윤의 모습에서.. 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