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화요일 오후,
스승의 날 행사로 제자가 점심을 금강병원 건너 편 오랜 나의 단골인 국에서 샀다.
오전 외래를 볼 때 말을 많이하게 되므로,
이는 환자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끝나고 나면 목이 마르다.
갈증해소에는 찬 맥주 한잔이 최고.
찰랑 찰랑 따른 맥주 한잔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청량감이란!.
벌써 가쓰오부시와 문어 한쪽을 넣은 계란찜은 먹고,
살짝 익힌 전복내장무침을 먹을 차례.
흔한 광어와 도미초밥은 사진을 찍기도 전에 먹었다.
이 집의 주방장은 매일 새벽마다 장을 보기 때문에 선도는 확실하다.
히레사께 한잔을 시키고.
성게알 초밥, 내가 좋아한다고 여러 개를 내어 왔다.
이쯤에서 히레사께 한잔을 또 시키고.
데리야끼 소쓰를 발라 구운 장어, 네기 도로, 그리고 무슨(?) 조개 초밥.
마지막으로 시킨 내가 즐겨먹는 데마끼는 산뜻한 맛의 우메시소이다.
이건 입가심용 우동이고.
아! 잘 먹었다.
스승의 날이 너무 자주있으면 안되겠지.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와서 2시반 KTX로 대구로 출발.
차칸에서 한숨을 자고 나니까 4시가 조금 넘어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오후 다섯시 부터 시작될 재판은 전번 재판이 끝이나지 않아 30분 늦게 시작.
법원 출입이 잦은 나는 재판정에 가더라도 쫄지 않는다.
원고로, 피고로, 조정위원으로, 출입을 하였고, 또 하고있으니까.
모처럼 만난 동생들과 매부까지 합석을 하여,
나는 서울사람들이 매형, 매제라고 호칭을 부르는 데 불만이 많은 사람.
왜냐하면 姉(손윗누이)형과 妹(손아래누이)부가 정확한 용어이니까.
누님의 남편은 형으로, 여동생의 남편은 그저 남편으로.이게 정확하겠지.
자매의 뜻도 모르고 신문이나 TV에 까지 매형, 매제로 부르니.
나온 김에 하나 더.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은 작은 아버지를 삼촌,
그것도 아니고 삼춘으로 부르는 것도 흉을 보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부모도 이촌이라 불러야 겠네."
법원부근의 한정식집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은 대구의 여동생이 저녁을 낸다고 한다.
목이 칼칼하여 맥주부터 시작을 하여.
여동생부부는 계속 맥주만 마셔서 서울오면 나의 단골 옥토버 훼스트에서 한잔 사기로 약속을 하고.
나와 막내동생은 대구산 청주 화랑으로 여러 병으로 결국 홀수로 끝내었지만.
들께소쓰의 샐러드.
일종의 냉채.
오늘 시킨 건 태평정식.
흑미죽이 나오고.
두릅과 브로커리, 오른쪽 것은 맛은 좋은데 이름은 모르겠고(엄나무순?).
구절판에 들어가는 것들인데.
광어와 전복회.
홍어무침.
잡채, 오랜만에 먹어보는 정구지(부추)가 들어간.
조개패 버섯볶음.
새우를 말아 튀긴.
삼합, 대구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심지어 남문(예전에 대구는 성곽도시이었으므로)시장, 즉 廉賣시장에는 돼지골목이 있을 정도이고
나 역시 사서 갈 형편이 되면 여기서 삶은 돼지고기를 사오기도 한다.
앉아서 본 바깥 풍경.
장어 양념구이.
주인이 부산에서 사왔다는 가자미를 구워 나왔다.
호씨 가자미는 아닌 것 같고.
생선구이는 겉은 노릿노릿, 안은 축축하여야 되는데
이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서는 은행알만 집어 먹고.
약간 맵싸한 해물찜.
흐믈흐믈한 무와 코북어 조림.
식사에 따라 나 온 반찬들.
나는 이럴때는 항상 파란 쪽부터 먹는다.
된장찌개와 미역국에 흑미밥.
나오면서 찍은 식당의 간판.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괜찮았고 조용한 자리이었다.
동생들과 화제는 주로 어릴적이야기와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
가까운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나이 다섯살, 대구 침산의 탱자나무집에서 세를 살때
일하는 누나가 가르쳐 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채"로 시작되는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과
구룡포에서 피난살이 하던 적에 아들셋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본
할머니가 나만 대구 상서동 본가로 데려가서 있었을 때는.
"갓데 구루마 발통 누가 돌렸노, 지금와서 생각하니 내가 돌렸네."
그 때는 내가 서울에서 내려 온적이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애들이 "서울네기, 다마네기, 맛좋은 고래고기'라고 놀리곤 했다.
나의 최초기억은 두살 아래인 동생이 태어 났을 때와 세살때 대구로 반꼬뻬(무개차)피난열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밥사먹으러 갈때라고 하니까 여동생도 두살 아래인 동생이 태어 났을 때를 기억한다고.
즐거운 자리를 마치고 다시 대구역에서 KTX,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까 자정이다.
피곤하였으나 보람차고 배부른 하루.
첫댓글 맛 있게 보이는 음식 구경 잘했습니다. 참 바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