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갈 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신부의 새초롬한 눈이 꽃을 피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듯 살포시 미소짓고 있던 4월이었다.
그러나 곧 천박한 웃음은 흘리며 화려하게 피어나겠지. 음흉한 서방을 기다리며
목련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낀다.
피...코피가 난다. 그러나 그딴건 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득한 정신을 수숩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아...정신을 차리기 위해 바라본 건물안에 목련이 또한그루 서있었다. 목련은 왜 이다지도 나를 괴롭히는 걸까...
"야!정지수! 너 내말 듣고 있는거야?"
떨어져 나간 내 정신을 돌려준것은 전학온 학교의 선생이었다.
자신은 할일이 있으니 배정받은 반으로 먼저 가있으라는 이야기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아이들은 전학온 나를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이방인 취급하며 신기한듯 불쾌한듯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나를 다스리는 법을 안다. 이것도 오랜 전학 생활동안 익힌 습관이라 할까. 나는 너희들의 생활을 흐트려놓으려 온것이 아니야. 뜻하지 않은 이방인의 존재에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
결국 아이들은 전학가면 으레있는 텃세를 부리지도 않았고 내가 가르쳐 줄께 하는 어설픈 동정도 베풀지 않았다.
모든것이 순조로웠다. 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저 나에게 주어진 1평남짓한 공간만 차지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 목련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그녀를 본 순간 그 새하얀 목에 빨갛게 내 손자국을 남기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전학온 아이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조른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문이 열리고 내 정신을 차리게 해준 고마운 선생이 들어왔다.
"오늘 전학생이 왔다. 아 먼저 와있었군. 이리나와바라. 이름은은 정지수다. 전학생이라고 따시키지 말고 잘들 지내도록.
3일있으면 모의고사가 있지 모두들 봄이라고 들떠있지 말고 너희는 봄을 즐길 여유도 없는 고3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상 실장!"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전학생의 존재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건가. 그러나 다행이도 아이들은 나의 등장보다 3일 후의 모의고사에 더 신경을 쓰는듯하다. 정말이지 고마운 선생이군.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내 앞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모의고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내가 창밖에서 본 모습 그대로 먼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사람인가.
몇일동안 관찰해온 그녀는 가끔 아이들과 이야기 할때에도 조용조용하고 수줍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웃을 때에도 단아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내가 저주해 마지 않는 천사의 얼굴 그것이었다. 물론 그 몇일동안에도 늘 창밖 어딘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2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결국은 그 요망한 목련이 단아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쁘다며 목련나무 주위를 산책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나에겐 아스피린이 필요한 존재일 뿐이었다.
이제서야 그녀가 늘 바라보고 있던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바로 그 목련이었다. 목련이 꽃잎을 하나씩 피울때마다 그녀의 미소도 하나씩 늘어갔다. 여전히 그 천사같은 얼굴 그대로.
물론 그녀의 미소가 늘어갈때마다 내가 코피를 흘리는 횟수도 잦아진다.
밤마다 그녀의 꿈을 꾼다. 나에게 그 천사같은 미소를 띠며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어루만져주다 사라진다. 그런날은 꼭 사정을 하고 만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모든것을 속속들이 안다. 신발을 갈아 신을때는 항상 오른발을 먼저 신는다던가 체육복은 꼭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오른쪽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버릇이 있으며 교복은 항상 깨끗하게 다림질이 잘 되어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 단아하고 순결한 모습을 잃지 않겠지
어느덧 목련꽃잎들은 그 짧은 생애를 마감하려 한다. 그녀의 안타까움들과 함께...줄어드는 내 아스피린 사용 횟수와 함께...
목련은 원래 그런 존재였다. 잎을 피우기도전에 꽃을 먼저 피워 천박한 속내를 드러내고야 마는 그런 녀석이었다. 하룻밤의 정사가 끝나자 이내 본색을 드러내고 떨어지고야 마는 그런 녀석이었다.
수줍은 그 녀석의 꽃에 아름다움을 느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걸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는 수작일 뿐이다. 꽃 주제에 잎보다 먼저 피어버리다니 가당키나 한 짓인가
목련 꽃잎들이 그 화려한 생을 마감하자 그녀도 변해갔다. 순결한 그녀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어지고 낯선 얼굴이 그녀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한것일까 정녕 그 저주받을 목련 녀석에 나에게서 그녀를 뺏어 간것인가 아니면 그녀도 목련처럼 속내를 감추고 겉만 번지르하게 감춘 그런 여자였단 말인가!!!
흔히 말하는 불량학생이라는 놈들과 어울리기 일수였고 결석하는 날도 잦아졌다. 학교내에는 그녀가 이놈이랑 잤다느니 저놈이랑 잤다느니 어제 술집에서 늙은 대머리 아저씨한테 술을 따르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나의 꿈에 나타난다. 그러나 이젠 그 천사같은 미소를 볼수가 없다. 왜일까 아니다 그녀가 그럴리가 없다. 내가 잘못안 것일게다. 아마도 그런것일게다.
"신이말이야. 열라 웃기지 않냐?"
"신이? 아,그년? 좃나 웃기지. 무슨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구 현실에도 그 연기가 녹아나야 한다나? 그 내용이 처음에는 순수한 아이었다가 나중에 불량해진다는 머 그딴이야기라지 아마?"
"맞다 그랬지 좃나 웃겨 그렇다고 그렇게 몸을 막굴리냐 크 머 그래도 맛은 꽤 좋았어 그치??하하 아 그건 그렇고 너 꼰대한테 돈은 좀 뜯어 냈냐?어어 헉헉"
나는 그 자리에서 두 놈을 죽였다. 변기에 서서 볼일을 보고있던 녀석들은 눈에 띄지도 않던 전학생의 이유없는 갑작스런 습격에 당황해했다. 두마리라 좀 힘들었지만 이것도 오랜 전학생활 동안 익힌 습관이랄까
한 녀석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나자 나머지 한놈은 당황한 나머지 그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만다. 얼어버린 상대야 식은 죽 먹기지. 놀란 그 녀석의 목을 늘 가지고 다니는 나이프고 살짝 그어 보았다. 나로써도 이렇게 목을 그어버린적은 처음이라 이상한 쾌감에 들떠있었다. 한번 피를 보아버린 나는 더 이상 거리낄것이 없었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그렇게 찔러 갈수록 쾌감은 더해갔고 그 녀석은 몇번 몸을 꿈틀대더니 단발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체 이내 죽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학교를 아이들이 많아서 사람을 죽이기에는 힘든 장소라 생각하겠지만 사람을 죽이기에는 학교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지금은 야간 자율시간이라 화장실에 오는 사람도 없고 또 시체처리 하기에도 학교만큼 좋은 장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녀석들을 잘게 조각내어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워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토막살인에 취미가 있는건 아니다. 그저 소각장까지 옮기기에 조각내는 것이 더 수월하기에 그런것일 뿐이다.
창밖에는 하룻밤의 정사로는 미련이 남는지 목련 꽃 한송이가 달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교실로 돌아와서 그녀에게 쪽지 한통을 보냈다. 물론 발신인은 그녀가 그렇게 꼬셔댔으나 넘어오지 않았다던 한민혁이라는 녀석의 이름으로...
아이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그녀와 나만이 교실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녀는 교실이라는 곳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듯 담배를 하나 물고는 나에게 물었다.
"집에 안가니? 근데 넌 이름이 뭐라고 했지?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좀 가줄래? 난 남아서 할일이 있거든 애들은 몰라도 되는 일이야. 후후"
나는 그녀를 쫓고 그녀는 나를 피해 도망간다. 나는 그저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것 뿐이었는데. 물론 나의 대화 방식이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것은 안다. 그저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것일 뿐이었는데...
아무리 빨라봤자 그녀는 여자였다. 복도를 내달려 계단 끝자락에서 그녀는 나에게 잡혔고 나는 재빨리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녀의 비명소리가 복도가득 울려 퍼졌지만 그 메아리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나도 많은 위험을 감수하긴 해야했다. 열심히 공부만 해서 좋은 사람되라고 학교 측에서 배려해준 3학년 전용 건물이었지만 1,2 학년 교실과 교무실이 있는 건너편 건물의 숙직 선생이 듣기라도 한다면 난감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그 딴것들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나는 지금 그녀와 함께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목을 조르면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창밖의 풍경과 언제나 너만을 보고 있던 나의 일상들과 니가 변해가던 때의 모습들...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쳐지나가는 작은 일상들 작은 모습들 왜그렇게 변해 간거니 나는 그저 네 영화에 출연하는 지나가는 엑스트라 일 뿐이었니 그런거였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손에 힘이 풀린듯 하다. 그녀의 가냘픈 숨소리가 들리고 알수없는 말이 귓속이 아닌 머리를 통해 흘러들어온다.
"켁켁 현...빈...선배...헉헉... 왜...연기는 생활에 배어나와야....가르쳐...선배자나요...정말...지수역에 미친...에요?일부러...우리학..전학오고...나한테...헉..헉.."
아니야 나는 너처럼 겉을 포장한체 천박한 속내를 숨긴 목련따위가 아니야
나는 풀어졌던 손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내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그녀의 손에는 힘이 풀려갔다. 그녀는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한체 점차 늘어져갔다. 그 순간 드디어 그녀는 예전의 그 단아하고 순결했던 천사의 얼굴로 돌아가는 듯 했다. 달빛이 그녀의 마감을 비추고 나는 목련꽃이 필때 늘어만 가던 그녀의 미소와 목련꽃이 질때 안타까워 하던 그녀의 모습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내 꿈속에 나타나준 그녀의 모습 그대로...
툭...달빛에 빛나던 마지막 목련 한송이가 내 눈앞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룻밤의 정사로 자신을 마감하는것이 분하다는듯 제 몸을 붉게 물든채 추락하고 말았다. 당신은 붉은 목련을 본적이 있는가
그녀를 토막 낼 순 없었다. 응당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그녀를 조각낸다는것은 간음의 죄보다 더한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로 되돌아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녀는 깃털보다 가벼웠다. 깃털같은 그녀를 안고 나는 목련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화려한 일생을 마감한 무수한 목련 꽃잎들이 창녀처럼 다리를 벌리고 흐트러져 있었다. 그 것들 속에서 홀로 고귀한척 떨어져있는 붉은 목련꽃 옆에 그녀를 뉘었다. 목련옆의 신이..이 아이러니한 광경이 나를 더욱더 미치게 만들었던가...
생은 마감했지만 죽어서도 달빛을 받아 눈부신 목련 꽃들은 자신들 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질투하듯 내몸을 휘감고 온 학교 운동장을 자신들의 몸으로 장식했다.
자신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꽃들의 존재가 하나둘 바람에 흩어지자 잎들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제 몸을 흔들며 나를 환영한다. 난 초라한 너희들이 너무나도 싫단 말이다!
그녀의 담배를 불태웠던 목련 꽃 그림이 그려져 있던 라이터로 화려한 꽃들과 초라한 잎들을 가지고 있던 목련나무를 태워버렸다. 불길이 치솟고 익숙한 살타는 냄새와 인간 본연의 냄새를 감추려는 향수와도 같은 나무타는 냄새가 학교를 뒤덥고 있었다. 불은 역시 화려함과 초라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어느 누구를 태울때건 무엇을 태우건 그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아무리 하늘로 치솟아도 하늘에는 닿을 수 없는 불은 자신의 그런 화려함과 초라함을 다 안다는듯 내안의 그녀 모습 모두를 태운채 그렇게 사그러 들어갔다.
아직도 그녀는 내 꿈속에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볼 수가 없다. 내 굶주리고 푸른 눈은 그녀의 작은 모습 하나도 기억할수가 없다. 그녀를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마지막 불길만이 내눈에 아른거리고 붉은 꽃잎만이 나를 비웃듯이 쓰러져 있다.
"컷컷!!!! 지훈씨, 미혜양을 태운뒤에 표정을 좀더 허무하면서도 행복하듯 지을수 없어요? 그리고 미혜양, 목련옆에 누워있을때 거기서 그렇게 하면 안돼지. 억지로 표정짓지말고 좀더 연기에 녹아나란 말이야!
첨으로 써본거라 미흡한점이 많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Magnolia 는 다들 아시겠지만 목련이란 뜻이고 신이라는 이름은 신이가 목련의 다른 말이라네요.
목련의 다른이름은 옥수 옥란 등등 많지만 신이가 젤 이뻐서 함 써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목련을 참 좋아하는데 이런 엽기소재가 되니 좀 기분이 야릇하네요.
우리가 사는게 다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게 다 시나리오 인거처럼 써봤습니다.
원래 글 밑에 이런거 남기는거 싫었는데 첨이다보니 할말 많네요..헤헤 다른 작가님들 기분 이해하겠습니다그려.
아 글구 붉은 목련은 저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그냥 지수의 코피가 떨어져서 붉어진거 뿐이에요 머라하지 마세요 목련을 좋아하시는분들..;;
첫댓글 너무 ... 대단한 글이네요 ^^ 엄청나요 ! 항상 건필하세요 ~
멋있다..-_-;;멋있다..멋있다..-_-;
허접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사와요~!정말정말 감사합니다..흑 눈물이...이게 첨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줄 알았는데...쓰고나니 또 쓰고 싶어지네요..^^;;살앙해요~~
님의 글은 정말 정말 간결하면서 이쁩니다.. 아....좋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