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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없음
대본 루제로 레온카발로
초연 1892년 밀라노 달 베르메 극장
배경 1865 ~1870년 사이 8월의 성모승천제일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 몬탈토 부근의 어느 마을
<2019년 9월 11일&13일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 84분 / 한글자막>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발레리오 갈라 지휘 / 루이지 디 간기 & 우고 지아코마치가 연출
카니오.....광대. 단장 / 극 중 팔리아초...........................안젤로 빌라리(드라마틱 테너)
네다.........광대. 카니오의 아내 / 극 중 콜롬비나............발레리아 세페(소프라노)
토니오.....광대. 꼽추 / 극 중 타데오...............................다비드 세코나(바리톤)
베페........광대. 때로 페페로 표기 / 극 중 아를레키노.....벤자민 허레트(레제로 테너)
실비오.....마을 남자. 네다의 애인...................................김한결(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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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2019 피렌체 마지오극장 실황
새로운 바리톤 탄생, 김한결
2019년 9월 실황으로,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Maggio Musicale Fiorentino) 극장의 2019년 신작 프로덕션이다. 이 공연이 더욱 각별한 이유는 실비오 역의 김한결 때문. 2016년, 이탈리아 메이저 기획사(Stage Door)와 계약한 그는 'Leon Kim'으로 활약하고, 2017년 도밍고 콩쿠르(OPERALIA) 3등과 청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젤로 빌라리(팔리아치 역)가 부르는 간판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19트랙)도 일품이지만, 그 전에 펼쳐지는 김한결(실비오 역)과 발레리아 세페(넷다 역)의 2중창(12~15트랙)이 훨씬 인상적이다. 보너스 트랙(4분/한국어 자막 제공)에는 두 연출가 간기와 지아코마치의 인터뷰가 수록. 해설지(12쪽 분량/이탈리아·영어)에는 시놉시스 수록.
루게로 레온카발로(1857~1919)가 작곡한 <팔리아치>는 낭만주의를 배격하고 현실을 얘기하는 베리스모 오페라답게 실화가 바탕이다.
1870년대 성모승천축제(8월15일) 때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극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랑극단을 이끄는 카니오의 아내이자 배우인 넷다가 실비오와 눈이 맞자, 격분한 단장이 공연이 상연되는 무대에서 관객이 보는 가운데 아내와 그 애인을 죽인다.
영상물은 2019년 9월 실황으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본고장에 위치한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Maggio Musicale Fiorentino) 극장의 2019년 신작 프로덕션이다.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는 1933년부터 시작된 축제로 4월 말부터 6월 사이에 개최되었다. 이 축제는 피렌체에 위치한 코무날레 극장(Comunale)과 피콜로 극장(Piccolo)에서 열렸는데, 2011년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극장이 개관하면서 이 곳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극장 화제작으로, 루이지 디 간기, 우고 지아코마치가 함께 연출을 맡았고, 최근 이탈리아에서 차세대 오페라 지휘자로 각광받고 있는 발레리오 갈리가 지휘를 맡았다. 보너스 트랙(4분/한국어 자막 제공)에는 두 연출가 간기·지아코마치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영상물이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넷다의 불륜남 실비오 역의 김한결 때문이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실력을 크게 인정받아 유학 생활 1년만인 2016년, 이탈리아 메이저 기획사(Stage Door)와 정식계약을 맺은 그는 'Leon Kim'이라는 이름으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2017년에는 도밍고가 개최하는 콩쿠르(OPERALIA)에서 3등과 청중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현지에서 주목한 그의 2019년 활동 중에 <팔리아치>의 실비오 역은 로마·제노바·몽펠리에 극장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안젤로 빌라리(팔리아치 역)가 선사하는 <팔리아치>ㄹ의 간판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19트랙)도 일품이지만, 그 전에 펼쳐지는 김한결(실비오 역)과 발레리아 세페(넷다 역)의 2중창(12~15트랙)이 훨씬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영상물의 분량은 84분으로, 2.0PCM/ DTS-HD 마스터 오디오 5.1의 오디오 옵션이 제공된다.
해설지(12쪽 분량/이탈리아·영어)에는 시놉시스 수록.
=== 줄거리 === <1985 영화 버전 영상물 내지 해설 / 정준호 번역>
프롤로그
광대 토니오가 막 앞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자기소개를 하고, 짧고 강렬한 작품의 개요를 들려준다.
1막
유랑극단 배우들이 - 단장 카니오와 그의 젊은 아내 네다, 페페와 못생긴 토니오 - 마을 광장에 도착해 즐겁게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첫 공연은 밤 11시이다. 극단의 나이든 단장 카니오는 질투심에 네다를 바라본다. 그는 오래전 길에서 고아인 그녀를 발견했다. 토니오가 카니오의 아내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귀를 얻어맞고 아파한다. 마을 사람들은 카니오와 페페를 데리고 술집으로 가고 배우들은 그의 질투심을 놀려댄다.
카니오는 네다가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녀를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군중은 교회로 들어간다.
네다는 양심에 찔린다. 그녀는 비밀리에 마을의 젊은이 실비오와 사랑하고 있다.
토니오가 또 다시 지분거리고, 그녀는 그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토니오는 나가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실비오가 네다에게 와서 야반도주 계획을 얘기한다.
토니오가 모든 것을 엿듣고 카니오를 데려온다. 카니오는 도망치는 실비오를 쫓아가지만 붙잡는 데 실패한다. 그는 네다에게서 그의 이름을 알아내려 하나 소용없다. 토니오와 페페는 그가 네다를 칼로 찌르려는 것을 막는다.
카니오는 뼛속까지 아파 절망에 젖어든다.
(간주곡)
2막
그러는 동안 초연 무대가 마을 광장에 선다. 밤이 되고 마을 사람들과 그들 틈의 실비오가 각자 자리를 잡는다. 콜롬비나에 대한 연기가 마련되어 1막의 사건을 보여준다.
콜롬비나(네다)는 남편인 팔리아초(카니오)가 외출한 것을 알고 자신에게 구애의 노래를 부르는 애인 아를레키노(페페)에게 손짓한다.
대신 난폭한 타데오(토니오)가 들어와 그녀를 유혹하지만 아를레키노에게 쫓겨난다.
돌아온 팔리아초(카니오)는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점점 더 화를 낸다. 마침내 그는 네다에게 애인의 이름을 대라고 한다. 그녀가 계속 거부하자, 그는 그녀를 찌른다. 실비오가 그녀를 도우러 달려들자 카니오는 자신의 연적을 알아본다. 그 또한 자신의 운명을 맞이한다. "La commedia e finita", 연극은 끝났다.
=== 작품해설 1 === <다음 클래식 백과 / 윤인영 글>
팔리아치
루제로 레온카발로(1857~1919)
프롤로그와 2막으로 구성된 짧은 오페라. 레온카발로가 직접 대본을 썼고 1892년 밀라노 달 베르메 극장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 대표적인 베리스모 오페라로 꼽힌다.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
음악학자들은 〈팔리아치〉를 베리스모 오페라로 분류한다. 이탈리아어로 리얼리즘을 뜻하는 베리스모는 원래 문학에서 시작되었다. 187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시칠리아 출신 작가들인 지오반니 베르가, 루이지 카푸아나, 페데리코 데 로베르토 등을 주축으로 하는 베리스모 문학 운동이 일어났고, 그 영향으로 베리스모 오페라까지 등장한 것이다.
베리스모 문학과 오페라는 현실을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베리스모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귀족이나 신화 속 영웅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층민이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팔리아치〉는 이탈리아의 몬탈토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오페라의 주인공은 유랑극단의 배우들인데, 레온카발로는 격한 감정과 잔인한 살인을 그대로 표현하며 배우들도 감정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브 앤 파그(Cav & Pag)
〈팔리아치〉는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레온카발로는 1890년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고 자신도 베리스모 오페라를 작곡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팔리아치〉이다. 두 오페라는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사랑과 질투를 다룬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또, 비록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단막 오페라이고 〈팔리아치〉는 2막으로 구성되기는 하지만, 오페라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고 중간에 간주곡이 들어가는 구조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오페라의 이런 연관성과 비교적 짧은 길이 때문에 〈팔리아치〉(Pagliacci)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는 함께 공연될 때가 많다. 그래서 두 작품의 앞 글자를 따서 ‘카브 앤 파그(Cav & Pag)’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악가 빅토르 모렐의 역할
〈팔리아치〉는 1892년 밀라노의 달 베르메 극장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레온카발로의 작품은 불과 2년 만에 유럽 전 지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팔리아치〉가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은 레온카발로가 이전에 작곡한 오페라들에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덕에 레온카발로는 1893년에는 〈메디치〉를, 1896년에는 〈채터튼〉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팔리아치〉가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오페라의 초연에 참여한 바리톤 빅토르 모렐의 역할이 컸다(모렐은 후에 베르디의 작품에서 이아고와 팔스타프의 역을 맡은 성악가다).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토니오라는 인물은 모렐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레온카발로는 모렐을 위해 특별히 프롤로그를 만들어 토니오가 등장할 수 있게 했다.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도 모렐이었고, 처음에 제목을 이탈리아어로 광대를 뜻하는 단수형 명사 ‘팔리아초(pagilacco)’로 지었다가 복수형인 ‘팔리아치(Pagliacci, 광대들)’로 바꾼 것도 모렐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모렐은 레온카발로가 파리에서 오페라 커미션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레온카발로가 여러 모로 모렐에게 신세를 진 셈이다.
광대의 가슴에 흐르는 눈물
막이 오르기 전, 광대 토니오가 등장해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말해준다. 막이 오르면 유랑극단의 단원들과 극단장 카니오가 저녁에 있을 공연을 홍보하고 있다. 누군가가 토니오가 넷다를 유혹하는 것 같다고 놀리자, 카니오는 연극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만일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주저하지 않고 토니오를 칼로 찔러버리겠다고 말한다. 토니오는 넷다 주변을 맴돌다 넷다에게 키스를 하려고 한다. 넷다가 채찍으로 그를 쫓아버리자 토니오는 분한 마음에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던 중 넷다의 연인 실비오가 넷다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토니오는 이를 카니오에게 알린다. 그러나 카니오가 도착했을 때 실비오는 가버리고 없다. 카니오가 아무리 추궁해도 넷다는 연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막이 오를 시간이 다가오자 카니오는 비통한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공연 준비를 위해 의상을 갈아입는다.
연극 속의 연극, 《집에 온 남편》
연극이 시작된다.(2막) 종전의 상황이 무대 위에서 똑같이 일어난다. 타데오(토니오)가 콜롬비나(넷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한다. 연인 사이인 아를레키노(베페)와 콜롬비나는 콜롬비나의 남편인 팔리아치오(카니오) 몰래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이때 예정에 없이 카니오가 무대로 들어온다.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흥분한 카니오는 넷다에게 연인의 이름을 묻는다. 넷다가 끝내 답하지 않자 카니오는 아내를 칼로 찔러버린다. 그리고 넷다를 도우러 달려 나온 실비오까지 죽인다. 카니오는 우울하게 “코미디는 끝났다”고 말한다.
1막 카니오의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Recitar!...Vesti La Giubba)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카니오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격한 감정을 억누른 채 의상을 갈아입으며 부르는 아리아다. 카니오는 다른 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기고도 무대에 올라 미소 짓고 사람들을 웃겨야하는 광대의 삶을 노래한다. 그리고 절규한다. “웃어라, 광대여!”
=== 작품해설 2 === <2011년 6월 6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 베리스모 오페라를 대표하는 걸작
1892년 밀라노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
“배우의 눈물은 거짓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극본을 쓰는 작가는 관객 여러분에게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드리려고 지난 날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들을 무대 위에 옮겨놓는답니다. 광대들도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며, 여러분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걸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마을에서 유랑극단 공연의 막이 오르기 직전, 곱추 광대 토니오(바리톤)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이렇게 노래합니다. 바로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8-1919)의 오페라 [팔리아치]의 프롤로그입니다. ‘팔리아치’는 이탈리아어 ‘팔리아초(pagliacco. 광대)’의 복수형입니다. 이 오페라의 제목은 유랑극단 광대들을 뜻하죠.
‘아침에 부르는 세레나데’ [마티나타]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 루제로 레온카발로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작곡한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함께 이탈리아 베리스모(verismo. 1890-1910년 사이 이탈리아를 지배했던 사실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나폴리에서 태어나 산 피에트로 음악원에서 공부한 레온카발로는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팔리아치]를 비롯한 자기 오페라의 대본들을 직접 썼고, 이탈리아 최고의 대본가로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1892년 밀라노의 테아트로 달 베르메 극장에서 초연된 [팔리아치]가 큰 성공을 거둔 뒤 1897년에 [라 보엠]을 발표했지만, 이 작품은 비평가들에게 대단한 찬사를 받고서도 푸치니 [라 보엠]의 대중적인 매력에 밀려 아쉽게도 빛을 잃어갔습니다.
광대의 눈물은 거짓이 아니다
[팔리아치]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의 몬탈토에서 한여름 성모승천대축일에 일어나는 치정살인극을 액자극(극 속에서 공연되는 또 하나의 극) 형태로 보여줍니다. 먼저 짧은 전주곡이 연주된 뒤, 곱추광대 토니오가 관객들에게 위에서 소개한 프롤로그의 내용을 담은 바리톤 아리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신사숙녀 여러분?’을 들려주지요. 앞으로 보게 될 이 [팔리아치]라는 연극이 현실을 토대로 한 삶의 일부임을 일깨우는 내용입니다.
1막이 시작되면, 오늘 저녁 유랑극단의 연극을 보려는 마을사람들이 모여들어 들뜬 기분으로 떠들어댑니다. 단장 카니오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밤 11시부터 연극이 시작되니 모두 와 달라’고 인사하죠. 한여름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해가 아주 늦게 지기 때문에, 완전히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려 연극을 시작한답니다.
단장의 젊은 아내 넷다가 마차에서 내립니다. 곱추 토니오가 달려가 손을 잡아주려 하자 카니오는 그를 때려 쫓아버리죠. 공연 시작 전에 한 잔 하자며 카니오가 단원들을 데리고 주막으로 갈 때 토니오는 따라가지 않고 넷다 곁에 남아있습니다. 누군가가 ‘넷다를 유혹하려고 그러느냐’고 농담으로 토니오에게 묻자 단장 카니오는 ‘그런 농담은 내 앞에선 안 하는 게 좋아’ 하며 화를 냅니다. 마을사람들은 즐겁게 ‘종의 노래’를 합창합니다.
넷다는 질투심이 지나친 남편 카니오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넷다는 자신도 그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기를 희망하지요(아리아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그때 토니오가 다가와 넷다에게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넷다는 냉정하게 그를 거절하죠. 넷다에게 욕망을 품은 토니오가 완력까지 사용하려 하자 넷다는 채찍으로 그를 때려 쫓아버립니다.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 토니오는 넷다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한편, 넷다에게 반한 마을 청년 실비오는 넷다를 찾아와 함께 도망가자고 간청합니다. 넷다도 그에게 빠져있지만, 당연히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지요. 하지만 실비오의 간곡한 설득에 결국 마음이 움직여 넷다도 그에게 사랑을 맹세하며, 오늘밤 공연이 끝나면 그와 함께 도망치기로 약속합니다. 이들을 숨어서 훔쳐보던 토니오는 단장 카니오를 데려와 그 밀회 현장을 보여줍니다. 카니오는 실비오를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려 하지만 ‘곧 공연이 시작되니 참으라’고 다른 단원 벱페가 만류하는 가운데 실비오는 도망칩니다.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카니오는 연극 공연을 위해 스스로 분장을 하면서 처절하고 드라마틱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부르지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공연은 해야지... 네가 사람이냐? 넌 광대다!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의상을 입어라. 그리고 얼굴에 분칠을 해라. 관객은 돈 내고 왔으니 웃고 싶어한다. 알레키노가 콜롬비나를 네게서 빼앗아 가더라도, 웃어라, 광대여! 슬픔과 고통을 감추고...” 이 아리아 뒤에 극적인 분위기의 간주곡(인테르메초)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는 2막으로 전환됩니다.
카니오 역을 노래한 최고의 가수로는 여전히 엔리코 카루소가 꼽힙니다. 그라모폰 축음기가 유명하게 만든 최초의 성악가 카루소의 ‘의상을 입어라’는 음반 판매 사상 최초로 1백 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카루소의 명성을 계승한 마리오 델 모나코, 그리고 주세페 디 스테파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등의 테너가 오늘날까지 최고의 카니오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메디아 델아르테의 극 중 극
2막에서 유랑극단 배우들은 이탈리아 전통희극 코메디아 델아르테 형식으로 ‘집에 온 남편’이라는 연극을 공연합니다. 그러니까 오페라 가수들 대부분이 1막에서는 현실의 인물로, 2막에서는 극 속의 배우로 출연하는 것이죠. 남편 팔리아초(카니오)가 외출한 사이 여주인공 콜롬비나(넷다)에게 하인 타데오(토니오)가 사랑을 고백했다가 무안을 당합니다. 콜롬비나는 젊은 광대 알레키노(벱페)를 집에 불러 저녁을 함께 먹고 그와 사랑을 나누다가 하인 타데오(토니오)의 고자질로 남편 팔리아초에게 들키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팔리아초가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한 거냐’고 추궁하자 아내 콜롬비나는 타데오 핑계를 댑니다.
분노와 질투로 이성을 잃은 상태인 카니오는 아내 넷다를 상대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가, 현실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현실과 극을 혼동하고 맙니다. 그래서 격한 분노를 표출하자 속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연기 잘 한다고 환호하죠. 눈치를 챈 넷다는 남편 카니오가 이성을 되찾고 배우로 돌아오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남편 카니오는 넷다에게 ‘버려진 고아를 데려다 내 모든 사랑을 쏟아 키웠더니 그 보답이 이런 배신이냐’고 절규하며, 바람 피운 상대의 이름을 대라고 다그칩니다. 그러자 넷다도 참을성을 잃고 ‘죽어도 말 못한다’고 대들죠. 결국 카니오는 분을 못 이겨 넷다를 칼로 찔러 죽이기에 이릅니다. 이 장면에서 카니오에게 슬쩍 칼을 건네는 인물이 바로 곱추 토니오입니다. 넷다에게 모욕당한 복수를 이런 식으로 한 셈이죠. 실비오가 넷다를 구하러 무대로 달려나오자 카니오는 그의 가슴에도 칼을 꽂습니다. 이제 ‘희극은 끝났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막이 내립니다.
궁정이나 상류사회의 화려함을 떨쳐버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현실을 오페라 무대 위에서 보여주려 했던 베리스모 작가와 작곡가들의 의지가 극적인 재미와 탁월하게 어우러진 베리스모 오페라 최고의 걸작입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카니오-넷다-토니오 순
[음반] 마리오 델 모나코, 가브리엘라 루치, 코널 맥닐 등,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프라델리 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59년 녹음, Decca
[음반] 루치아노 파바로티, 미렐라 프레니, 잉그바르 빅셀 등, 주세페 파타네 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1988년 녹음
[DVD] 플라시도 도밍고, 테레사 스트라타스, 후안 폰즈 등,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연주,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4년. (한글자막)
[DVD] 블라디미르 갈루진, 마리아 바요, 카를로 구엘피 등,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지휘, 마드리드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잔카를로 델 모나코 연출, 2007년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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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3 === <2010년 1월 1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팔리아찌(pagliacci, 팔리아치)]는 이탈리아어 팔리아찌오(pagliaccio)의 복수(複數)이며, 유랑극단의 광대들을 말한다.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Ruggiero Leoncavallo, 1858~1919)의 작품으로 작곡가 자신이 대본을 썼다. 186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아 지방의 몬탈토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복수극(復讐劇)이다.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성공에 큰 자극을 받아작곡했으며, 그 작품과 나란히 어깨를 겨루는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작이 되었다. 베리즈모(Verismo)란 19세기 중엽부터 후기에 걸쳐 낭만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운동이며 '진실주의, 사실주의'란 뜻의 이탈리아 어이다.오페라에 쓰일 때는 일상 생활의 피 비린내 나는 사건을 무대에 살린 작품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악보 출판사 손쪼뇨가 주최하는 1막 오페라 공모에 출품한 이 작품은 결국 2막 구성이어서 낙선되었으나 음악 및 극의 내용이 뛰어나 오늘날 세계에서 공연 기회가 많은 오페라중의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유랑극단 광대의 복수극
아내 넷다와 마을 청년 실비오의 밀회를 목격하고 질투심으로 몸부림치는 유랑극단의 단장 카니오는 지금 자기가 놓인 처지가 그 날 밤 공연하는 역할과 너무도 흡사하여 괴로워한다. 그만 현실과 극 내용을 분간할 수 없는 착란상태(錯亂狀態) 속에 무대에서 상대역을 맡은 아내와 그녀를 도우려고 나타난 실비오를 칼로 찔러 죽인다. 매우 드라마틱한 내용을 지닌 작품이다.
'의상을 입어라'
연극을 하자고! 미칠 것 같은 이 꼴로,
지껄이는 짓도 연기하는 것도, 난 전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억지로 해야겠지.
아, 그래도 네가 사내냐.
광대 꼴답다.
의상을 입어라, 하얀 분을 발라라!
손님들은 여기에 돈을 내고 웃으러 온다.
아르레끼노가 내게서 콜롬비나를 빼앗아간다면,
웃어라 팔리아찌오, 모두가 박수 치고 야단이겠지!
괴로워 흐느낌이 치솟으면 우스개짓으로 바꿔라.
흐느낌으로 가슴이 아프면 찡그린 얼굴로 바꿔라.
오, 웃어라 팔리아찌오, 너의 깨져버린 사랑 때문에.
웃어라, 가슴 찢어진 슬픔을.
끓어오르는 사나이의 절망과 슬픔, 가눌 길 없는 고뇌와 자조
곧 막이 오른다는 기별을 받고 팔리아찌오(카니오)는 헐렁한 광대 의상(衣裳)을 입고 화장을 시작하지만 끓어오르는 사나이의 절망과 슬픔, 고뇌와 자조(自嘲)를 가눌 길 없다. 통곡을 터뜨리는 제1막 끝 장면은 2막의 극중극(劇中劇)에 이르러 끝내 아내와 그 연인을 찔러 죽이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한 가운데 "희극은 끝났습니다(La commedia e finita!)" 하고 중얼거리는 것으로 끝난다. 긴장감 넘치는 오페라 [팔리아찌] 최고의 극적 장면이며 드라마틱 테너의 최고의 명곡이다.
팔리아찌오 역의 역사적 명창 엔리코 카루소
'팔리아찌오'의 역사적 명창으로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를 잊을 수 없다. 광대 옷을 입고 북을 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있다. 나폴리에서 태어났으며 ‘비단결 같은 목소리’라고 형용되는 미성(美聲)을 지녀 그가 노래하면 극장의 샹들리에가 한동안 계속 울렸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1903년 미국으로 건너가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무대에 서서 청중을 매료하여 세계 최고의 지위를 확립했다. 그 후 20년간 이 가극장에 607회 출연의 대기록을 세웠다.
1900년대 초부터 에디슨이 발명한 유성기(留聲機)로 음악을 가정에서 듣게 되자 SP반에 녹음하여 수십만 장의 음반이 온 세계에 팔려 나가 순식간에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녹음 시설이 미약했던 당시 한곡 한곡을 직접 나팔에 대고 노래를 불러야 하므로 중노동이었다. 결국 혹사로 목에 병이 생겨 48세의 한창 나이에 죽었다. LP반으로 음질을 개선한 [카르소 전집] 이 RCA에서 나왔고, CD로 복각된 것은 [카루소 그 완벽한 라이브 Caruso the Perfect Recital] 등 많은 음반이 있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세라휜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4) 디 스테화노(T) EMI
칼라스, 디 스테화노(di Stefano, 디 스테파노), 곱비(Tito Gobbi) 등 당시 황금의 트리오에 거장 세라휜이 펼친 열기 찬 드라마는 비록 모노 녹음이지만 조금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디 스테화노의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창은 최고의 경지에 다다라 있다.
[CD] F.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 로마 성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9) 델 모나코 DECCA
투찌(Gabriella Tucci), 맥네일(Cornell MacNeil)등의 상대역도 좋지만 이 오페라는 카니오 역에 중점이 놓여 있어 그 역의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가 돋보인다. 최고 절정기를 맞고 있던 시기의 역이므로 그 노래는 완전무결, 정열이 끓어 넘친다. 카니오를 이 만큼 노래할 사람은 없다. '의상을 입어라'는 물론 제2막 극중극 장면까지 그대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여실하다. 넷다 역의 투찌도 상큼하다. 몰리나리-프라델리의 지휘도 견실하다.
[CD]카라얀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혀악단/합창단(1965) 베르곤찌(T) DG
칼라일(Joan Carlyle), 베르곤찌(베르콘치, Carlo Bergonzi), 타데이(Giuseppe Taddei) 출연에 연출이 뛰어난 카라얀이 교묘하게 지휘하고 있다. 설계가 완벽하고 극이 유려하게 흐르며 노래도 빈틈이 없다. 가수들도 별 이렇다 할 문제가 없다. 토니오 역의 타데이는 충실한 성량으로 박력이 있고 넷다 역의 칼아일은 가벼운 리릭 소프라노로 극의 상황이 요구하는 데 맞추어 잘 노래하고 있다. 베르곤찌는 최고의 음색과 노래로 전성기의 뵤를링(비욜링, Jussi Bjorling) 못지 않은 성량을 과시한다. 좀 차가운 느낌이 있는 것이 흠이다. 모두 카라얀이 좋아하는 가수들이다.
[DVD] 쁘레트르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1) 도밍고(T) PHILIPS
제휘렐리 감독이 스투디오에서의 촬영을 섞어 무대를 영화로 만든 것이지만 영화다운 치밀한 연출과 자유로운 카메라의 활용이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정확하게 포착하여 이 리얼한 비극을 한층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이 유랑극단을 보려고 모여드는 서두의 군중 장면이나 광대 일행이 고물 트럭을 타고 등장하는 광경 등은 제휘렐리다운 교묘한 연출이다. 또, ‘의상을 입어라’에 이은 간주곡에서는 무대 뒤 대기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넷다를 비쳐 주역 2명의 심리를 대비시키는 수법 등에서는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기수 로셀리니 감독의 영향도 느낄 수 있다. 로셀리니 감독의 조수로 있으면서 배운 제휘렐리의 경험이 오페라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된 듯 하다. 도밍고는 박진감 있는 노래와 연기로 질투의 화신(化身)이 된 광대의 고뇌와 격정을 남김없이 표현하고 있다. 스트라타스(Teresa Stratas)의 넷다도 온 힘을 다한 연기로 겁에 질려 몸부림치는 여자의 심리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의상을 입어라 -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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