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 월요일. 그래서 월요일은 별로 하는 것 없이 바쁜 날이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 매사가 분주하고 주위의 작은 소음도 꽤 신경쓰이게 하는 긴장된 하루이다. 대부분 수요일 쯤이면 여유가 생기면서 느슨해지고 조금은 따분한 느낌마저 드는 게 빨리 주말이 되었으면 하는 몽상을 해본다. 선뜻 주말이 되어도 달리 특별한 계획도 없으면서 말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행복한 늦잠에서 깨어나기 싫지만 정작 오후가 되면 다시 출근할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 휴일의 허무함일 것이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꽉 막힌 도로, 짜증내는 아이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렇게 막히는 차안에서 알 수 없는 위안을 얻는 것은 아닐까… 이번 주 가족여행은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와 목아불교박물관이다. 일요일 오전 일찍 출발하면 넉넉한 하루 여행을 할 수 있다.
큰 스님의 신력이 뛰어난 신륵사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 남한강변에 자리한 신륵사(神勒寺)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고찰(古刹)들과는 달리 도로에 인접해 있고 또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고찰로서의 고풍스러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사찰은 고려시대 한때 대찰의 위용을 갖추었다고 전해지나 그후 쇠락의 길을 걷다 세종대왕릉이 이곳 여주로 천장해오며 세종대왕릉인 영릉의 원찰이 되어 유명한 사찰이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겪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버리고 현재의 건물들은 현종 12년(1671년)부터 다시 건립된 것이라 한다. 신륵사(神勒寺)라는 절 이름의 유래는 고려 고종 때 남한강 건너 마을에서 거칠고 사나운 용마(勇馬)가 자주 나타났는데 이곳 신륵사의 큰 스님이 신력으로 사나운 말에게 굴레를 씌웠다고 한다. 신륵사의 늑(勒)자가 바로 말을 통제하고 다스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용마가 나타났다는 강 건너편은 마암(馬巖)이라 불리는 바위 언덕으로 현재 영월루가 자리잡고 있다.
신륵사는 또 보물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다층석탑(보물 제225호), 조사당(보물 제180호), 보제존자 석종 부도(보물 제228호), 보제존자 석종비(보물 제229호), 보제존자 석종 앞 석등(보물 제231호), 대장각기비(보물 제230호), 다층전탑(보물 제226호)등의 보물이 있고 극락보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중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다층석탑과 다층전탑이다. 대웅전 격인 극락보전 앞에 서 있는 다층석탑은 어른 키 정도의 그리 높지 않은 대리석탑으로 탑신의 세부조각이 사실적이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변 정자 뒤로 서 있는 다층전탑은 말 그대로 벽돌을 쌓아 만든 탑이다. 벽돌을 쌓아 만든 전탑(塼塔)이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인지 실제 일반인들은 이 다층전탑 앞에 더 많이 모인다. 벽돌을 쌓아 만든 탑이니 이렇다할 조각이나 문양은 없다.
다층전탑 아래로 신륵사 사진이 실릴 때면 빠지지 않고 실리는 커다란 암반 위에 세워진 강변 정자가 있고, 수령이 수백년 된 은행나무도 유명하다. 신륵사 바로 앞이 현재 관광지로 개발중에 있다. 잔디밭에는 퍼팅장이 들어서고, 숙박시설과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강변에는 여러 체육시설과 야영시설이 들어섰고, 보트장까지 가세해 사찰 분위기가 많이 퇴색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중고생 1,600원, 어린이 1,100원이고, 주차료가 소형은 1,500원, 중대형은 3,000원이다. 주차시설은 넓게 잘 되어 있다.
잘 꾸며진 공원 같은 목아불교박물관
목아박물관은 목조각 부문의 무형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제작하고 수집한 6,000여 점의 불교 관련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설립 목적은 불교 미술과 전통 목공예의 제작 기법을 전승시키기 위함이라 한다. 목아박물관의 전시시설은 전시관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구분된다. 박물관의 정문을 들어서면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야외 조각공원이다. 목아박물관에서 전시관과 몇몇 건물을 빼면 나머지 야외 공간이 모두 조각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 조각상들과 석탑 그리고 연못과 수목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잘 꾸며진 작은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야외 조각공원의 전시물은 미륵삼존대불, 백의관음, 자모관음, 비로자나불상, 삼층석탑 등과 다양한 동자 브론즈 작품을 포함해 약 4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륵삼존대불이다. 정문 바로 왼쪽에 자리잡고 있어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그 규모나 모양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불상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을 중시하는데 비해 이 불상은 몸체를 과감하고 단순하게 처리해 현대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이 야외 조각 공원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결혼식 등의 행사장소로 개방되기도 한다.
전시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의 벽돌 건물로, 건물의 조형은 인도의 석굴사원을 모방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시관은 3층부터 돌아보도록 되어 있는데, 3층은 박물관장인 박찬수 선생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목조각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십이지신상, 11면 42수관음상, 백의관음상 등의 불상과 보살상인데, 조각품들의 섬세함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층은 나한전과 유물실로 꾸며져 있다. 다양한 나한의 모습과 불교 관련 유물 그리고 일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은 기획전이나 특별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평소에는 목조각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건물의 지하는 명부전이다. 지장보살, 명부시왕 등이 모셔져 있고, 한쪽에 영상시설을 마련해 간단한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한다.
전시품 중에는 예념미타도량참법(보물 제1144호), 묘법연화경(보물 제1145 호), 정원본대방광불화엄경(보물 제1146호) 등의 보물이 있다. 그외 눈여겨 볼 것은 큰말씀의 집, 한얼울늘집, 마음의 문이 있다. 모두 우리 전통 양식의 건물들인데, 각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큰말씀의 집은 대장전으로 예천 용문사의 윤장대를 실측으로 재현해 놓았다. 한얼울늘집은 개천궁으로 단군을 중심으로 환인과 환웅을 모신 건물이다. 마음의 문의 사천왕문으로 사천왕을 모실 예정이다. 목아박물관의 휴게공간으로는 무애산방이라는 전통찻집과 걸구쟁이네라는 음식점이 있다. 무애산방은 2층 건물로 창가에 앉으면 야외 조각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걸구쟁이네는 사찰음식과 도토리 수제비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이고.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목아박물관 : (031)885-9952/4 홈페이지 : www.moka.or.kr
찾아 가는 길 - 자가운전
먼저 신륵사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오자마자 만나는 37번 국도에서 여주 시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5분쯤 달리면 버스터미널사거리를 만난다. 이 사거리에서 양평, 문막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면 여주대교를 건너면 여주일성콘도가 있는 사거리를 만난다. 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신륵사 입구이다. 그리고 목아불교박물관은 신륵사 입구에서 약 10분쯤 42번 국도를 달리면 길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목아박물관은 길 건너편으로 5분쯤 걸어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이 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나오므로 잘못하면 놓치기 쉽다. 42번 국도를 달리다가 길 왼쪽으로 이호나루주유소, 길 오른쪽으로 남한강가든이 보이면 주차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서행하는 것이 좋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궁정동 톨게이트에서 약 1시간 거리이다.
찾아 가는 길 - 대중교통
먼저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여주까지 가야 한다. 서울에서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상봉터미널 등에 버스가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신륵사행 버스를 타면 신륵사 그리고 박물관 앞에서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