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작가하루비
 
 
 
카페 게시글
프리라이트 스크랩 (인도3)힌디음악이 흐르는 인도의 밤
창강 추천 0 조회 39 09.07.05 19: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둘러 델리공항으로 향했다.

4시간 비행거리인 인도 남단의 IT도시인 방갈로르에서 미팅하는 날이다.

 

기내식을 받아들고 보니 옆에 앉은 인도인은 생선 튀김인데

나는 흔하디흔한 계란말이였다.

Egg라는 말만 귀에 들어왔기에 덜컥 주문한 것이다.

영어에 귀가 트이지 못한 나는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ㅎㅎ

 

델리 공항이라니 인도의 수도가 뉴델리인데 왜 델리공항이라고 부를까?

요리저리 생각해보니 홍콩의 첵랍콕이나 영국의 히드로공항을 왜 그렇게

부르느냐며 질문하는 초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인도를 영어로는 인디아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미국의 인디언은 이곳 인디아 사람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한 건 지나치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이리저리 알아보니 컬럼버스의 죄란다.

컬럼버스가 당초 찾아 나선 곳은 인도였는데 그가 도착한 곳은 아메리카였다.

그는 그곳을 인도로 알고 있었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디언이라 불렀단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은 타의에 의해 인디언 아닌 인디언이 되고 만 것이다.

 

방갈로르는 북위 13도로 델리보다 훨씬 남쪽인 열대 지방인데 23도를

오르내리는 쾌적한 날씨였다.

이유인 즉 해발 고도가 900여m라 열대지방이면서도 그리 온도가 높지

않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국이라는 인도의 별칭이 붙은 이곳 방갈로르는

소프트웨어의 메카라 불릴 만큼 소프트웨어 인력이 많기 때문이란다.

평생을 소프트웨어로 밥 먹고 살아온 내가 소프트웨어 강국에

소프트웨어를 팔려고 왔으니 호랑이 굴로 들어온 셈이다.

 

메르디앙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입구에서부터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 온몸을 수색당한 다음 로비에 들어섰다.

무슬림의 테러가 많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니 종교가 밥 먹여 주나?

빈곤한 나라에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얼어 죽을 종교는 따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방갈로르 시내를 돌아 BASCOM이라는 배전회사에서 미팅을 시작했다.

우리를 맞은 사람은 우리나라로 치면 정부 국장급인데 성의껏 우리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런데 오늘도 2시가 넘어 점심식사를 하러가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들의 점심시간은 오후 2시부터란다.

 

ATRI 호텔 뷔페에서 점심 대접까지 받고 보니 내가 영업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우리를 초청 한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우리나라를 찾아 온 손님에게 우리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는가?

 

오후에는 미래 파트너가 될지도 모르는 인도 현지의 협력사인 ENZEN과

미팅을 가졌다.

만약 이번 프로젝트가 잘되면 그들은 우리의 파트너인 을이 될 것이다.

우리 일행이 회사에 도착하자 간부들이 현관에 도열해 있었고

곱게 단장한 여직원들이 우리 모두에게 꽃다발을 안겨준다.

어느 나라든 을의 입장은 다를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더운 나라인 이곳에서 백합과 장미는 무척 비쌀 것이다.

화훼단지는 온실이 아니라 냉실일 것이므로......

 

또 지루한 회의를 마치고 방가로르 최고급 호텔인 메르디앙 호텔로 돌아와

뷔페식 저녁을 마치자 느닷없이 ENZEN 간부들이 나타났다.

어느 나라든 갑을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불평등관계임을 어쩔 수 없다.

수영장이 맞붙은 가든 파티장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와 있었고

낯선 힌디 음악이 늘어지듯 밤하늘로 흘러가고 있었다.

ENZEN 간부들과 맥주를 마시며 환담을 한다지만 말이 환담이지

피곤함과 무료함이 겹쳐 지루하기 짝이 없는 터라 힌디음악을 연주하는

3인조 가수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어쩜 저 사람은 인도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서양 어딘가에서 여행 왔다가 인도가 좋아 눌러 앉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생김이 그렇고 행동이 그래 보인다.

인도에 온지 3일도 안된 내가 그런 판단을 한다는 것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지만

심성이 고운 인도인들을 겪어보니 그러리라는 지레짐작이 든 것이다.

 

귀가 열리지 않지만 그들과 호흡을 맞추고자 어렵사리 영작을 하여

한마디 질문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되돌아온 말을 또 알아듣지 못해

결국 씽긋 웃음으로 대신하는 비참함을 누가 알까?

여행할 때는 가이드가 통역관이나 진배없어 전혀 불편하지 않았건만......

09.5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