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에서 평생 종사했으며, 한일건설 현장감독을 역임하다 지난해 은퇴한 한종희 씨. 매일같이 틀에 박 힌 직장생활 덕분에 자신만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던 그는 은퇴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도 한잔하고, 가까운 곳을 산책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즐겼다.
그러나 평생을 쉬지 않고 달려온 그에게 이러한 여유는 불과 보름만에 무료함으로 바뀌었다. 하루 중 24시간을 본인이 알아서 사용해야 하다보니, 할 일이 없던 그는 무료한 생활에 심한 갈등을 느껴야 했다.
"평생 일을 하던 사람보고 갑자기 여유 있는 삶을 살라고 하니 적응이 되질 않더 군요. 그래서 고민에 깊었는데, 보다 못한 우리 딸이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찾아서 알려주었습니다. 마침 고향인 충북 옥천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농지가 있어서, 아직 힘이 있을 때 평생 직장으로 농업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을 신청했습니다."
한 씨가 신청할 때만해도 귀농교육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3:1로 높은 수치여서 불안했지만 당당히 합격해 본격적인 귀농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초보 농사꾼, 포도 재배에 도전하다
귀농을 결심했지만 농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 걱정이 앞섰 던 한 씨는 지난해 6월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 귀농교육 과정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
"지금 제가 귀농한 충북 옥천군은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께서 땅을 물려 주신 덕분에 귀농도 생각할 수 있었죠. 고교때까지 농촌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기본 지식 이나 경험이 있을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고등학교 때는 대전으로 유학을 떠나 농사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죠. 그래서 제게는 3개월간 진행된 귀농교육이 무척 큰 힘이 됐습니다."
귀농교육을 통해 농작물 재배에 대한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농사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된 그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친환경포도 단지를 견학하면서 포도재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화성시 친환경 포도단지를 견학한 뒤 친환경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일깨 웠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성 친환경포도는 총 77농가가 생산 중이며, 이중 52농가만 수출품목에 포함됐는데, 자체적인 기준에 미달됐기 때문이 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살리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단 호한 결단을 내린 사례를 직접 확인하면서 소비자 신뢰와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2010년 8월 귀농교육을 수료한 한 씨는 바로 다음달인 9월 고향인 옥천군 옥천읍 가풍리에서 본격적인 귀농을 시작했다.
마을 최초 현대백화점 납품
지난해 9월 농가 주 택 3 3 0 ㎡ 를 3 , 2 0 0만원에 구입한 뒤 귀농을 시작한 한 씨는 약 1ha의 밭에서 주작목인 포도를 시작으로, 고구마, 옥수수, 배추, 땅콩, 콩, 들깨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부모님이 물려주신 토지 외에도 농지를 더 구입해 농사를 짓기 시작 했죠. 포도의 경우 다음해부터 바로 수확하기 위해 3년생 500주를 구입했죠. 아직 친환경인증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제초제를 사용하는 대신 일일이 수작업 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농약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인근 농장에 서 구입한 퇴비를 직접 자가제조해 토양에 시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장의 흙을 파보면 지렁이가 득실거리는데, 친환경농업 때문인 것 같습니다."
캠벨얼리 품종을 선택한 한 씨는 발아전 탄저병, 갈반병, 응애, 깍지벌레를 방제 하기 위해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했으며, 전엽기에는 N-K비료를 10a당 20kg씩 시비했다.
5월 상순에는 황산고토를 10a당 10kg 시비하고, 개화기에 잿빛곰팡 이 병을 방제하기 위해 친환경자재를 엽면 시비했다.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고 품질 포도는 850박스가 출하됐으며, 마을 에서 최초로 현대백화점 납품에 성공했다. 5kg 130박스에 달하는 포도납품으로 마을 선배 농사꾼들에게 새로운 경쟁력을 일깨워 주었다.
'저 친구 만나려면 밭으로 가'
가풍리에 살던 선배농사꾼들은 깜작 놀랐다. 농사지은지 1년도 되지 않은 한 씨가 친환경농업을 실천할 뿐만이 아니라 현대백화점에 단독으로 납품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마을주민들은 한 씨를 찾을때 그의 밭으로 향한다. 새벽에 밭으로 나가면 저녁때까지 돌아올 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의 성실함과 우직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왠지 농장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시설하우스에서 잡초를 뽑다가도 힘들면 그 자리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 또 잡초를 뽑고, 좀 지루하면 챙겨간 막걸리를 한잔하며 풍경을 감상합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는 지금의 생활 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농사가 좋아서 농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그의 노력과 끈기는 불과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마을에서 인정받는 농사꾼으로 만들었다. 한편 농작업이 거의 마무리 된 10월에서 11월에도 한 씨는 쉬지 않는다. 시설하우스 보수팀에 참여, 옥천, 영동, 상주 등 인근지역을 돌아다니며 비닐을 교체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휴경기 농외 소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시설하우스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귀농을 한 뒤에 건강도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처음 시설하우스 보수팀에 합류했을 때는 하우스 위로 올라가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골조위에서 걸어다닐 정도로 날렵해 졌습니다. 귀농을 하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일찍 자고 일찍일어난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기 때문이죠."
친척과 친구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고 향에 귀농했기 때문에 특별한 텃세를 느끼지 못했던 한 씨는 생각지도 못한 텃세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인맥이 부족해서인지, 농사 경력이 부족해서인지 정확히 잘 모르지만 농업인 을 위해 시행되는 지원사업에서 제외되는 것 같아 애석합니다. 포도의 경우 물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해 겨울에 문제가 생겨서 지하수를 새로 파야하는데, 마침 군 지원사업이 있어 이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에게는 대처할 방법이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당장 도움이 없어도 해결할 방 안이 있겠지만,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귀농 인들은 이러한 지원사업이 무척 절실합니다."
한 씨는 각 지자체별로 귀농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형평성 있는 지원사업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져야 농촌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삶은 도시의 삶과 무척 다릅니다. 당장 높은 소득 을 생각하고 귀농을 준비한다면, 정착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귀농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다시 한번 귀농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 습니다."
한 씨는 귀농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배우자와의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고, 이후 농사를 쉽게만 보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기반 없이 빚을 내서 귀농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농을 시작하자마자 농사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과 성실함을 보여준 한종희 씨. 1년을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그가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으며, 경력은 짧지만 누구보다 실력 있는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 성공적인 정착이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한 씨는 직접 보여주고 있다.
첫댓글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네, 기차님도 즐거운시간 되십시요^^
부부의 모습이 넘 아름답습니다 ^ㅎ^
네, 행복해보이시죠^^
우수귀농
ㅎㅎ딱새님
우수댓글이네요^^
행복한 삶을 즐기시는 모습을 보는군요..감사드립니다.
네,모세님^^
좋은하루되세요~
건강조심하시고...
감성돔님도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귀농성공 축하드립니다. 그만큼 남모를 많은 고생은 하셨겠지만 그래도 귀농에 잘 안착하셨으니 마음만큼은 누구보다고 부자가 되셨겠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강길동님^^
비오는 날씨에 운전조심하세요~
배우고 갑니다.
네,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