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목탁 김한규
족보(族譜)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의 상황
상산(商山) 김씨 삼십사세 손으로 태어난 이 몸
지금은 공직을 떠나 후일에 전념하는 초라한 평민올시다.
신라 경순왕(敬順王)의 열한 번째 후궁으로부터 시작된 씨족
시조(始祖)는 수(需)라 하며
신라와 고려시대에 번성했던 가문
조선이 세워지면서 처절히 피폐한 문중
관직의 등용은 요원(遙遠)해졌고
그나마 끄나풀 하나 잡은 것이 병조참의(兵曹參議)였다네
그저 초야에 묻혀 시름을 달래길 육 백여 년
세상은 바뀌고 또 돌아 오늘 그 끝날이 내 앞에 떡 버티고 섰네
성(姓)은 김(金)이요
본관(本官)은 상산(商山),
파(派)는 상산내원영공파(商山金氏內苑令公派),
항렬(行列)은 토(土)항렬, 이름은 한(漢)자 규(奎)자라
뒤 늦게 얻은 아호(雅號)는 황득(皇得)이라
부친의 뜻은 농사꾼이었고
내 뜻은 독립군이요 정치가였는데,
정치가가 되기 전에 먼저 군인(軍人)이 되었다오.
박정희 대통령 뒤따라 가보려고 했지요.
세상은 바뀌어 군인시대는 끝이났고
언론이 대세라 여기고 후타(後打)로 그 길로 갔더니
글재주가 우선이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錢)이 먼저더라.
보기 좋게 언론전(言論戰)에서 대패(大敗)하고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흘러가고 있소
그나마 뿌리를 알기에 존심(存心)하나 잡고 있으려니
배알이 꼴리는 일이 한 둘이 아니라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소.
인간들이 제각기 뿌리를 찾는다고는 허나
줄기를 잡고 뿌리라고 들 하질 않나
이파리를 들고 지 말이 맞다고 열변을 토하질 않나
전(錢)의 세상에 전(錢)으로 가름하려고 달려드니
참 가관(可觀)이 아니 올시다.
2022年 02月 02日 作 木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