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안골 '굴막' 골목
봄맞이하고 굴 까먹는 재미
흐드러진 벚꽃이 온 마을을 뒤덮고 있다. '
난분분난분분',바람에 꽃잎이 여우비 오듯 흩날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진해는 벚꽃으로 만들어 놓은 '꽃 대궐'이다.
마을을 품고 있는 장복산 중턱부터 안민고개를 너머 천자봉에 이르기까지 벚꽃은 빈틈없이 터져 오른다.
안민고개의 벚꽃길이 '천상의 길'이라면 제황산을 오르는 벚꽃계단은 '천국의 계단'이다.
흐드러진 진해의 4월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풍경이다.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수백,수천억 송이의 화려한 환호성이 이 곳 진해에서는 불꽃 터지듯 터져 오르는 것이다.
진해에서는 '진해 군항제'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도 최고조로 자지러지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
온 마을이 수백만 그루의 벚꽃으로 파묻히는 꿈결 같은 도시.
꽃구름 밟듯 벚꽃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세상의 시름은 이미 간 곳 없다.
이 곳에서 지겹도록 꽃구경을 한 후 되돌아오는 길.
진해해안도로로 길을 잡는다.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20여㎞를 돌아드는 이 길은,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봄맞이 드라이브 코스다.
시원한 바다의 풍광과 산기슭 쪽 벚꽃군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보기 드문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가도가도 푸른 바다와 화사한 벚꽃들로만 둘러싸인 형국.
이윽고 해안도로의 마지막 지점인 안골포에 도착한다.
안골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함선 42척,250여 명을 전멸시켰던 역사적인 장소.
이 곳 안골포 초입에는 15~16곳의 '굴막'이 있다.
'굴막'이란 바다에서 양식한 굴을 들여와,굴까는 작업을 하는 비닐하우스를 말한다.
예부터 이 곳 안골은 만이 깊고 조류소통이 원활해 굴 양식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는 늘 이 곳 굴막에서 굴 작업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러다보니 외부 관광객들의 눈요기 거리로도 유명해지게 되었는데,요즘엔 이들을 상대로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굴막'의 굴은 껍질째 바로 까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에,물에 재워 둔 여타 굴보다 맛이 깊고 진하며
향이 뛰어나 미식가의 사랑을 꽤나 받고 있다.
특히 물에 불려두지 않은 '생짜' 굴이라서 저울(무게)도 훨씬 낫다는 평가다.
'굴막'골목을 어슬렁거리다 14번 집에 들어선다.
손님을 맞는 한쪽 테이블에서는 지글지글 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또 다른 한쪽에서는 한창
아낙들이 굴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정이 가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아낙들에게 들으니 이 곳에서만 150~300여㎏의 굴을 깐다고 한다.
굴 만원어치를 시킨다.
가져오는 굴이 한 소쿠리 가득이다.
일행 속에서 탄성이 터진다.
이윽고 마른 김과 묵은 김치,자연산 미역이 따라온다.
벌써 마음이 풍성해 진다.
이 곳에서는 굴을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우선 생굴을 먹는 법과 구워서 먹는 법.
여기서는 이 모두를 다 맛볼 수가 있다.
생굴은 묵은 김치와 함께 먹거나 초장을 찍어 미역이나 김에 싸 먹는 방법이 있고,석쇠에 적당히 구운 굴은
함께 구운 묵은 김치에 싸 먹거나 간장소스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
석쇠에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굴 맛은 여간해서는 잊기 힘든 특별한 풍미를 자랑한다.
무르익어가는 봄날,벚꽃 구경에 눈이 멀고,굴 까먹는 재미에 정신을 놓는다.
벚꽃은 이미 절정이다.
벚꽃도 벚꽃이지만 굴도 이미 끝물이라,봄나들이 계획하는 분들은 조금 서둘러야겠다.
눈과 입이 즐거운 봄날 하루가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