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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푸른 사막 – 태기산,삼계봉,지장현
1. (태기산에서 바라본)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계방산, 그 왼쪽 앞은 회령봉, 그 앞은 보래봉(?)
백두대간상의 오대산 비로봉에서 서쪽으로 뻗어 계방산과 보래봉을 일으키고 1,052m봉에서 남쪽으로 꼬부라진
산맥이 구목령(九木嶺)을 넘어 용문산과 치악산으로 크게 갈라지는데, 태기산은 치악산 쪽 능선 첫머리에서 크게
솟구친 산이다.
첩첩산중의 산이 이 산의 동편은 급경사이고 서쪽은 완만한 경사의 토산(土山)으로 잣나무 조림이 잘 되어 있고
계곡의 옥수가 유유하다.
정상에 있는 한국방송공사 송신탑 옆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면 꿈틀거리면서 이어나간(흥정산-보래봉-오대산) 대동
맥이 매혹적이며 장쾌하고, 서편 봉복산과 운무산, 대학산으로 갈라져 나간 지능선의 조망 또한 뛰어나다.
태기산 전설에 의하면 옛날 부족국가시대 태기왕이 두 장수와 군사 860명을 거느리고 예국(濊國)과 싸우다 군졸들
이 전멸된 후, 홍천강 백옥포(현 백옥포리)에 투신했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다.
―― 김형수, 『韓國400山行記』 ‘태기산(泰岐山)’ 개관에서
▶ 산행일시 : 2025년 5월 18일(일), 구름 많음
▶ 산행인원 : 4명
▶ 산행코스 : 양구두미재,태기산,영월지맥 갈림길,1,076m봉,1,066m봉,삼계봉,961.4m봉,△843.2m봉,
665.0m봉,640.5m봉,지장현,생곡저수지
▶ 산행거리 : 도상 15km
▶ 산행시간 : 8시간 43분(07 : 52 ~ 16 : 35)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KTX 열차 타고 둔내로 가서, 택시 타고 양구두미재로 감
▶ 올 때 : 생곡저수지에서 군내버스 타고 서석으로 가서, 저녁 먹고 군내버스 타고 홍천으로 가서, 시외버스
타고 춘천터미널로 가서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16 – 청량리역
07 : 21 – 둔내역
07 : 52 – 양구두미재, 산행시작
08 : 26 – 태기산 입구 철조망
08 : 44 – 태기산(泰岐山, 1,258.9m)
09 : 00 – 임도, 정상 표지석, 휴식( ~ 09 : 15)
09 : 42 – 영월지맥 갈림길
10 : 05 – 임도
10 : 23 – 1,076.3m봉
10 : 45 – 1,100m봉
10 : 55 – 1,066m봉
11 : 18 – 삼계봉(三界峰, 1,104.6m), 점심( ~ 12 : 00)
13 : 00 – 961.4m봉
13 : 55 - △843.2m봉, 휴식( ~ 14 : 10)
15 : 05 – 665.0m봉
15 : 44 – 640.5m봉
15 : 57 – 지장현
16 : 18 – 농로, 도로
16 : 35 – 생곡저수지, 산행종료
2. 이날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
오래 전에 태기산에 갔을 때 풍력발전기 주변의 너른 공터에 차박(車泊)하는 사람들을 보았기에 택시기사님에게
양구두미재에서 태기산 쪽으로 더 가자고 미리 얘기하였는데, 양구두미재에 도착하고 보니 태기산 쪽 임도는 차량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다. 지금은 예전처럼 태기산 주변에서 차박을 할 수 없다. 태기산 턱밑까지 임도
2.1km는 완만한 오르막인 능선이다.
양구두미재의 이름 유래가 궁금하다. 종종 양두구미재로 잘못 부르기도 한다. 국토정보플랫폼은 구두미(龜頭尾)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구두미는 양구두미재 서쪽 아래 화동리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지형이 거북이 머리 같다고 해서 ‘구두미(龜頭味)’로 붙여진 이름이다. 현지조사 및 주민의견 수렴 결과
마을지형이 거북이 머리 같다 하여 ‘구두미(龜頭味)’으로 쓰이고 있어 지명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구두미(九
斗尾)’를 ‘구두미(龜頭味)’로 변경”
양구두미재가 준령이다. 해발 960.7m에 달한다. 횡성군은 태기산(1,258.9m) 가는 길을 고원힐링 탐방로이자 국가
생태 탐방로로 조성하였다. 아침 기온이 서늘하다. 안개가 자욱이 몰려왔다 몰려간다. 주변 안개 속 풍경이 그윽하
고 길섶 풀꽃(주로 민들레이다)은 아침이슬에 방울방울 젖었다. 캐이 님은 다른 데처럼 여기도 임도 주변 풀숲에
대물 더덕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웃거린다. 그렇지만 내내 빈 눈이다.
양구두미재에서 1.5km 오르면 만나게 되는 1,145.5m봉 직전 왼쪽 능선이 영월지맥이다. 이제 우리는 삼계봉까지
영월지맥을 갈 터이다. 1,145.5m봉 넘으면 임도는 평탄하고 태기산 턱밑에서부터는 내리막이다. 풍력발전기 여러
기를 지난다. 천천히 돈다. 풍력발전기가 쉭쉭 소리 내며 세게 돌면 그 밑을 지나기가 겁난다. 칼날 같은 거대한
팔랑개비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무사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서다. 태기산 풍력발전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은 2008.11.26.자 참뉴스의 “강원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본격 가동”이란 제하 기사의 일부이다.
“태기산풍력발전단지는 2MW급 20기(총 40MW)로 지난 2006년 준공된 국내 최대의 대관령풍력단지 98MW의
절반규모로 발전량은 연간 약 9만8300MWh이며 이는 횡성, 평창군지역 3만 3000가구의 92%인 3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는 연간 이산화탄소발생량을 연간 6만t을 줄일 수 있는 3000ha 규모의 산림 대체효과가 있으며, 용량으로 평균가
동률이 26%일 경우 연간 90억~113억의 매출이 예상된다.”
“풍력발전기는 날개길이 40m, 중심높이 80m, 회전수 9~19rpm의 제원을 가진 덴마크의 Vestas사 V80모델로 1기
당 생산전력은 2MW급으로 가동풍속은 최저 초당 4m에서 24m미만일 경우 발전이 가능하지만 24m 이상의 강풍
일 경우 발전이 불가능하다.
(…) 이번 태기산풍력단지조성사업의 주목할 점은 전체투자액 850억원 가운데 절반 규모인 425억(4000만US$)의
외자 유치 첫 사례를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부분으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요즈음 강원도 발전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이다.”
3. 태기산 가는 임도 주변
5. 태기산 오르막에서 본 애기나리
6. 멀리 가운데는 청태산 연릉
7. 멀리 오른쪽 희미한 산은 오대산
8. 흥정산(?)
9. 태기산에서 남쪽 조망
태기산 오르는 길은 이중의 철조망으로 막았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으니 조망이 시원찮을 것이라 그냥 임도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안개가 곧 걷힐 것 같아 그냥 갔다가는 후회할지 모르니 오르자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철조망문을 줄 자물쇠로 채웠다. 줄을 최대한 늘려 그 틈으로 어렵사리 통과하고 다음 철조망문은 오른쪽으로 길이
잘 났다. 태기산 정상까지 0.5km. 가파른 오르막이다. 계단이 키 작은 풀숲에 묻혀있다.
오늘 산행의 내 컨셉은 조망, 풀꽃, 산나물이다. 어느 하나만 건져도 성공이다.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망했다. 그것
도 아주 폭삭 망했다. 어느 정도 염려는 했다. 그런 것에 무심한 광인 님과 함께 갈 때면 재미 본 기억이 얼른 떠오르
지 않는다. 숨차게 올라 가시철조망을 다시 넘는다. 오른쪽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돈다. 전망바위가 나오고 예전에
는 일대 경점이었는데 오늘은 안개구름에 가렸다. 철조망 울타리 따라 빙 돈다. 가다 말고 명료하지는 않지만 흥정
산과 보래봉, 회령봉, 계방산 등을 가늠한다.
태기산 동쪽 비탈진 사면이 곰취 군락지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알맞게 자랐다. 점심에 쌈으로 먹으려고 몇 장
뜯었다. 갈등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멀뿐더러 1,000m가 넘는 준봉을 오르고 또 오를 것인데 거기라고
곰취가 없을 리 없고, 하여 산행 초반인 여기서부터 배낭을 무겁게 채울 필요가 있겠는가. 다수 의견이 그러했다.
다 놔두고 간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에는 나중의 조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이 항상 적기적소였다. 사진 말고
다른 것도 그러해야 했다.
철조망 넘어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 옆 너른 공터에 큼지막한 태기산 정상 표지석이 있다. 우리는 그 맞은편 쉼터에
서 첫 휴식한다. 캐이 님이 뼈 없는 통닭 한 마리 튀김을 사왔다. 통닭을 곰취에 싸서 먹으니 별미이긴 하지만 탁주
안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 안주 맛에 탁주를 너무 많이 마시게 될 것이므로. 임도를 계속 간다. 이곳
임도도 능선이다. 영월지맥을 찾기가 어렵다. 여기를 올 때마다 우왕좌왕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영월지맥 길은
분명한 능선이 아니라 넙데데한 사면이다. 아무 데나 치고 내려가면 되겠지만 그러다 풀숲 너덜이라도 만나면 의외
로 고역을 겪는다.
0.2km 정도 지나쳤다. 지도 자세히 읽어 뒤돌아간다. 철조망 울타리 따라 내려간다. 길이 뚜렷하다. 돌길이다. 영월
지맥 종주꾼들의 길이다. 한참 내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 넘어 임도다. 여기도 평원이라 영월지맥을
찾기가 어렵다. 앞서간 광인 님이 연호하여 그에 따른다. 덕고산과 태기산 방향표지판이 안내한다. 1,076.3m봉을
가파르게 오른다. 산죽 숲이 개화병으로 멸절하여 황량하다. 조망은 트이지 않고, 풀꽃은 보이지 않고(미나리냉이만
흔하다), 풀숲이 아예 없으니 사막 다름이 아니다.
죽은 산죽 숲과 산 산죽 숲이 번갈라 나타난다. 1,100m봉은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는다. 산죽 숲을 다니게 좋
게 베어냈다. 송전철탑 공사장 지나고 길게 오르면 산행교통의 요충지인 삼계봉이다. 삼계봉(1,104.6m)은 홍천군,
평창군, 횡성군 등 3개 군이 만나고 홍천강, 평창강, 섬강 등 세 강이 갈리는 곳이나 이름이 없어 『신 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 님이 종주한 후(영월 태화산에서 춘천 깃대봉 아래 춘성대교까지) 3개 군의 경계가 되는 봉우리란 뜻
으로 ‘삼계봉’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다.
이 삼계봉에서 영월기맥이 시작하여 태기산 쪽으로 가고, 한강기맥 북동쪽은 구목령으로, 남서쪽은 덕고산으로
간다.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닌 이름 없는 북쪽 지능선을 갈 것이다. 삼계봉 정상 산죽 공터에서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여태 빈손 빈눈이라 입맛이 쓰다.
미지의 능선을 간다. 산죽 숲 헤친다. 한강기맥 갈림길 지나고 등로는 희미해졌다. 울창한 산죽 숲이라 발로 더듬어
길 찾는다.
10. 왼쪽이 흥정산
11. 태기산 임도 옆에 있는 정상 표지석
12. 연영초
14. 태기산 정상이 수렴에 가렸다
15. 삼계봉 가는 산죽 숲길
오늘 산행, 아니 요 근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지도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가파른 내리막이다. 바위가
아니지만 양쪽 사면이 거의 수직이라 나이프 릿지 다름없다. 여차하면 슬링 걸 것을 예비한다. 바짝 긴장하여 한 발
한 발 확인하고 내린다. 이러다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더럭 겁이 난다. 점심에 마신 반주의
얼근한 기운이 확 깬다. 가파름이 수그러드는가 했더니 암릉과 맞닥뜨린다. 961.4m봉이다. 오르기 난망이다. 설령
기어오른다 해도 반대쪽의 사정을 알 수가 없다.
왼쪽 사면을 내린다. 수직사면이다. 성긴 잡목이 유일한 버팀목이자 홀더다. 낙석을 염려하여 서로 어긋나게 내린
다. 트래버스 한다. 어쩌다 내 발길에 차인 돌이 바닥 모르게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선등한 광인 님의 연호로 방향
잡는다. 사면 달달 기어오른다. 능선이다. 식겁한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가파른 내리막은 한 차례 더 이어진
다. 흐릿한 인적은 수적(獸跡)이 아닐까 한다. 능선마루에 멧돼지의 보금자리와 그들의 화장실이 버젓이 보이니
말이다.
봉봉이 첨봉이다. △843.2m봉에 올라 휴식한다. 두 팀으로 나눈다. 캐이 님과 두루 님은 적당한 능선이나 사면을
치고 내려 배나무골로 가고, 광인 님과 나는 적어도 지장현까지 가서 생곡저수지 쪽으로 가기로 한다. 우리 발걸음
이 바쁘다.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 그중 665.0m봉은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는다. 그런데 직등하는 편이 나았다.
오래 된 인적을 쫓지만 돌아가는 사면이 워낙 가팔라 오금이 저린다. 640.5m봉을 넘어 지장현으로 내리는 길도
만만하지 않다.
넙데데한 사면이다. 여기서 내릴까 저기서 내릴까 왔다 갔다 한다. 수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도 확대하여 등고선
비교하고 그중 넓은 사면을 고른다. 뚝뚝 떨어진다. 이때 올려다보는 지장현 건너편 685.3m봉이 대단한 고봉으로
보인다. 1,000m급은 족히 될 것 같다. 지레 주눅 든다. 서석 가는 버스시간도 빠듯하고 지장현에서 생곡저수지 쪽
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지장현에서 하산 하는 길도 쉽지 않다. 관중(貫衆) 숲을 헤친다. 발로 더듬어 길을 찾는다.
그런데도 쓰러진 나뭇가지를 잘못 밟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자빠진다.
계류 나오고 이쪽 사면 저쪽 사면 번갈아 내린다. 너덜 지나고 덩굴 숲 뚫어 산자락 밭이 나온다. 살았다! 농로 지나
고 대로 차도다. 이런 길이라면 서석까지 못 걸으랴. 캐이 님과 두루 님은 마을버스 종점인 상비마을에서 타고, 우리
는 생곡저수지 돌다가 그 버스 만나 탄다. 오늘은 카메라도 배낭도 가볍다. 서석이 금방이다. 대처다. 홍천 가는 버
스시간이 1시간 넘게 남았다. 두부전골집에 들러 뒤풀이 겸해 이른 저녁 먹는다. 캐이 님이 물병에 생더덕주를 담아
왔다. 소주 더 주문하여 붓는다. 잔 가득 채우고 높이 들어 오늘의 무사한 산행을 자축한다.
(부기)
서울 가는 길이 험난했다. 생곡저수지에서 마을버스 타고 서석으로 가서, 서석에서 군내버스 타고 홍천으로 가서,
홍천에서 시외버스 타고 춘천으로 가서,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별내역로 가서, 거기서 8호선으로 환승하여 천호
역으로 가서, 거기서 5호선으로 환승하여 명일역으로 갔다. 이에 연결되는 버스나 전철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이용
했음에도, 생곡 출발을 기준한 명일역 도착에 걸린 시간은 6시간 25분이었다.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16. 왼쪽이 태기산 정상
17. 삼계봉 가는 길
18. 삼계봉 정상
19. 운무산
20. 멀리는 수리봉
21. 지장현 주변. 관중 숲
첫댓글 감사합니다. 곧 남한 지도가 완성되겠습니다. 늘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