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다는 것은 대단히 슬프고도 비참한 것입니다. 생존하던 것이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그냥 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무언가 원인이 있기에 결과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라진다는 것은 멸종을 의미합니다. 따뜻한 냄비속의 개구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개구리를 뜨거운 냄비속에 넣으면 놀라서 금방 뛰쳐 나옵니다. 하지만 따뜻한 물속에 넣어놓고 불을 때면 개구리는 그 따뜻함에 물이 끓어가는 것은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몸이 익어 죽고 맙니다. 지금 한국에도 그런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대표적인 것이 인구문제와 환경문제입니다. 환경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지만 인구문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상 국가가운데 가장 먼저 소멸될 것이다라는 세계 인구전문가들의 경고의 소리는 이미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동네 개가 짖는 그런 수준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지요. 당장 어떤 일이 자신의 주위에 발생하지 않으니 따뜻한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저출산률의 강력한 경고음은 이미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비어가고 군대가 비어가고 있습니다. 군단위 지역에서 학교에 학생이 없어 폐교하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설마 그래도 수도 서울은 그런 것과 무관하겠지 여긴 사람들에게 놀랄 뉴스가 생겼습니다. 서울에도 이미 폐교했거나 폐교할 예정인 학교가 이미 7곳이나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모 중학교는 오는 2027년에 폐교가 결정됐습니다. 전교생 숫자가 1백명이 채 안 돼 학급당 평균 인원은 10명에 불과합니다. 서울 전체 중학교 평균인 학급당 25명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폐교 결정에 따라 이 학교에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습니다. 이 학교 주변 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그냥 학교로서 명맥만 유지할 뿐입니다. 수도 서울에서 이럴 진데 군단위 그리고 소도시의 사정은 어떨 것인지 미뤄 짐작이 됩니다.
비어만 가는 곳은 비단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남성들이 줄면서 국방에도 이미 경고음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2022년 18만 6천명이었던 신규 병력은 앞으로 16년후인 2040년에는 10만 1천명으로 43.5%나 줄어들게 됩니다. 거의 반토막이 난다는 말입니다. 유사시 전쟁터에 나갈 전투병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단히 우려스런 현상이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용병을 사올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여성도 비전투부문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의 군 복무 의무화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 이런 추세라면 그다지 오래지 않아 이런 이슈가 현실화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비어가는 곳은 단지 학교와 군대뿐만이 아닙니다. 나라 재정 즉 나라 곳간도 비어가고 있습니다. 재정 적자 다시말해 나라 빚이 1천160조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일년 예산이 6백조원이니 일년 예산의 2배정도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정부 재정 부채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라에서 쓰야할 돈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데 세금을 걷기에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기업들의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니 그렇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이제 세금을 걷는다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게 생겼습니다. 버는 돈이 없는데 무슨 세금을 매길까요. 그러니 나라의 곳간은 더욱 비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게다가 초고령화사회에 이미 돌입한 상황에서 노인들에게 들어갈 재정적 부담은 오죽할까요. 비근하게 올 겨울철 독감백신과 코로나 백신 무료 접종에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하지만 초저출산과 초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국민들은 너무도 태연하고 의연한 분위기입니다. 포기상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자식과 손주들이 곧 겪게 될 대재난인데 말입니다. 정치권에서 나 몰라라한다고 무신경하게 넘겨서는 안될 사안임에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정치권이 서로 당리당략에 몰입하고 나라의 권력잡기에 몰두하는 사이에 국민들은 방향을 상실한 모습입니다. 사회지도층들도 요즘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야기해 봐야 입만 아프다는 그런 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고령화된 자신들에게는 먼 나라 그리고 강건너 불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자녀 자손들에게 처절한 미래를 떠 안기고 떠나면 그만이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그냥 공멸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따뜻한 냄비속 개구리는 이미 몸이 익어가는데 말입니다.
2024년 9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