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환영
달은 태양처럼 밝지는 않아...
하지만 그 어둡고 은은한 빛은 모든것을 비춰...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것은 달의 환영일지도 몰라.
달의 환영속에서 마리오넷 인형처럼 운명이라는 실에 묶여 살아가는것 같아.
이 어두운 삶속에서...
달처럼 길을 비추어 주는 존재를 찾고 싶어.
설령 그 존재가 나를 파멸 시키는 것이라도...
part 1.피빛 재능.
재능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삶을 유지해 나간다.
그것이 더러운 재능일지라도...
언제나의 아침 이었다.
초여름 7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의 틈새로 들어와 침대에 잠들어 있는 수영의 얼굴을 비
추었다.
얼굴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을까?...
수영은 잠꼬대 처럼 손을 올려 얼굴에 비추는 햇살을 막았다.
"으...응..."
약간의 신음소리.
변성기가 지났어도 어려보이는 목소리 였다.
-지금... 몇시지?...
잠이 덜깬 그의 머리속에는 학교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스락...
햇살을 가린 손을 머리맡으로 올려 자명종 시계를 들어올렸다.
8시였다.
"이런! 지.. 지각이다!!!"
침이 말라버린 입에서는 약간 텁텁한 목소리가 크게 울려나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걸이 쪽으로 향해 교복을 거칠게 잡아 입기 시작했다.
교복을 다입고 뛰어간 곳은 욕실이었다.
찰칵 찰칵.
욕실은 잠겨있었다.
"뭐야? 페이야?!"
"아침부터 뭐야?!"
욕실뒤에서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 지각이야! 빨리 나와!"
"에?! 방학아니 였어?"
"내가 오늘 개학이라고 했자나!"
"지금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는 사정이 있어."
"뭐?! 나 지금 급해!"
"4일만의 소식이라서..."
"컥..."
황당할 틈도 없었다.
급하게 달려간곳은 싱크대였다.
세수를 급하게 마치고 부엌의 거울로 머리손질을 거칠게 했다.
시계를 봤을때는 8시 10분.
-아직 희망이 있어!
현관에서 구두를 채 신지도 못한체 집을 나섰다.
그때서야 화장실에서 나온 페이는 급하게 나가는 그의 뒷전에다 소리를 질렀다.
"야!~ 아침 않먹어?!"
"않먹어! 일일이 물어보지마!"
페이의 귀에 나무소재의 대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부터 소리 지르기는..."
지각이라는 것은 수영에게는 괴로운 것이었다.
청소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그에게 벌청소란 너무나도 가혹한 벌이였던것이다.
벌청소를 피하기위해.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어떻게든 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버스를 기다릴 시간도 없고...
페이는 어제 도대체 뭘들은거야? 개학이라고 깨워달라고 부탁가지 했건만...
교실은 언제나 시끌벅적 하다. 특히나 조회전은 더 한것같다.
수영이 교실문을 열었을때도 언제나와 같았다.
-지각은 면했군...
그의 자리는 창가 맨뒷자리 였다.
남향이라 햇살이 그의 책상을 뒤덥고 있었다.
그위에 가방이 올려졌다.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있는 수영의 빈 앞자리에 요한이가 앉았다.
-켁... 아침부터 수다왕 인가?... 곤란...
요한의 얼굴은 오늘따라 밝아보였다.
-이녀석 오늘 기분좋나?... 이러면 더 곤란한데...
"수영아~ 나 어제 드디어... 드디어... 흑..."
-뭐... 뭐야? 우는척 하지마... 역겹자나...
그의 우는척하는 행동이 못마땅한 수영이었다.
"드디어 뭐?"
"헤헤~ 드디어 샀지롱~ 자~ 보시라~"
표정이 더 밝아진 요한이 수영의 가방위에 꺼내놓은것은 다름아닌 MD였다.
"자~자~ 만지지는 말고. 어때? 어제 구입했징~"
-컥... 이건 내가 가지고 싶어하던... 최신형 MD...
"어... 어제 샀냐?... 돈 어디서 났냐? 너 그저께만 하더라도 돈 한푼도 없다고 했자나."
"히힝~ 엄마몰래 카드 긁었어~ 너무 사고 싶어서~"
요한의 표정의 밝음은 이미 절정이었다.
"다음달 카드 용지 나오면 죽내."
수영의 독사같은 한마디에 요한의 표정은 다죽어가는 병자를 데려다 놓은것처럼 바뀌었다.
"흑... 그걸 생각 안했다..."
-이놈은 역시 바보인가?... 그래도 부럽긴하내. 내돈은 작업도구(?!)사는데 거의다 써서
부족한데... 페이떠러 돈좀 꿔달라고 부탁해볼까?
생각중인 수영의 앞에는 다죽어 가는듯한 요한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선 위로나 한마디 해줘야 겠다. 이대로 있다가는 하소연 모드...
"야~ 그래도 부럽다~ 내가 이거 얼마나 가지고 싶어했는데~"
요한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 그래~ 이거 너무 좋더라~"
가식적인 위로 한마디에 기뻐하는 그는 정말 바보인가?
-역시 이놈은 바보다...
"흐... 그래도 가지고 싶어도 못가지는 걸 넌 가졌자나~ 흑~ 난부러워~"
"뭐?... 나한테 그런게 있냐?"
"페이 누나 말이야."
-페... 이... 나의 동업자이자 천적이다. 나보다 3살많은 그녀.
뭐... 외형적으로 보면. 찰랑이는 검은 머리. 푸른눈. 게다가 성숙한 얼굴과...
몸매... 아... 그녀는 미국인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미국계 백인이다. 그래서 푸른눈을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게으름뱅이에 덜렁이. 게다가 성격까지 더럽다...
이걸 말해버리면 페이에 대한 내친구들의 환상은 깨져 버리겠지...
"페이 누나는 상냥하지~ 이쁘지~ 게다가 서비스로 이국적인 푸른 눈동자~"
-언제나 이런식이다. 내친구들 앞에서는 황당해질 정도의 상냥하다.
물론 가식이다.
친구들에게 저건 거짓이다. 가식이다. 설명해주지만 아무도 내말따위는 믿지 않는듯하다.
"그래... 있어서 좋다."
"히~ 이 MD랑 바꿨으면 좋겠다~"
-물론 안될소리다. 그녀가 아무리 싫어도... 동업자. 동료다. 그리고 가족이기도 하다.
난 그녀에게 너무 많은것을 받은 것도 이유가 됀다.
1년동안 그녀에게 배운것은 나의 평생 생계수단이 될수도 있는것들...
"건방져. 한마디만 더 올리면 재미없어."
"칫! 맨날 싸우면서."
"사이가 좋아서 그래."
"히히~ 그래도 페이누나는 너무 예뻐~"
드르륵.
교실 앞문이 열리고 담임선생이 들어와 교탁앞에 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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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하교길에 우동가게에 들르는 것은 수영의 습관이다.
"아주머니. 여기 돌냄비 우동 1인분이요."
"전 치즈라면이요."
요한도 수영의 일과에 마추어 습관이 되어버린듯하다.
"넌 맨날 그것만 먹는데 안질려?..."
"돌냄비 우동이 어때서?"
"아니... 내말은 왜 맨날 그것만 먹는 거냐고."
"맛있어서."
"그래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우동가게에서 나온 둘은 포만감의 행복에 휩싸여 있었다.
표정만 봐도 알수있었다.
"햐~ 역시 이집 돌냄비 우동은 일품. 행복하다니까."
"이집 요 근방에서는 맛으로 꽤 유명하자나."
수영은 왼쪽 손목을 올려 시계를 보았다.
-4시내. 오늘은 일있을려나?... 배도 부르고 슬슬 돌아가 볼까?
"요한아 나 갈게. 배불러서 졸려."
"엥? 이따 노래방 안가? 애들이 5시까지 만나자고 했자나."
"졸린건 못참어. 만약 안자면 전화할게."
"그래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푹 주무셔라."
수영은 요한의 반대방향으로 돌아 걸었다.
그가 멀어지자 요한은 그의 뒤에다 한마디 내뱄었다.
"인사도 없는 무례한..."
나무소재로 되어있는 대문이라고하기에는 낮고 울타리라고 하기에는 좀 높은 그런 문을 지나
수영은 현관문을 열었다.
구두를 벗으려고 발쪽을 쳐다본 수영의 시야에 고급남성구두가 비추었다.
-엥?... 고급구두? 우리집에... 고급구두라... 혹시?!
수영은 자신의 허리뒷춤 에서 검은도장의 글록-26을 꺼내 들었다.
총을 양손으로 잡고 구두를 신은체 거실쪽으로 향했다.
발소리 심지어는 숨소리마저 묻어버린체 거실쪽으로...
서서히...
-페이는 어디있지? 당한건가?
거실입구의 옆에서서 거실쪽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그를 기용해도 괞찮지 않을까 하는데. 뮤우 상사의 의견을 존중 하고 싶군.
자내는 그의 보호자이니 말일세."
"실력은 이미... 재능일까요? 저보다 위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포셋 중장님.
그는 아직 어립니다. 이제 막 18세가 돼었습니다. 저처럼 군기관의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닙니다. 그의 재능만 뺀다면. 보통 18세의 소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자내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을 여태까지 도와왔고 훌륭한 성과를
올렸내."
"하지만..."
"더이상 말안하겠내. 요즘 에이전트도 부족한 형편. 게다가 그는 스페셜 리스트가 될수있어.
전력에 큰도움이 될건 분명하내. 자내도 평화로운 일상에 너무 적응된것은 아닌가?...
우리들이 살곳은 전장. 피가 난무하는 그런곳이내. 하찬은 동정따위라면 버리는것이
좋을것일세. 어차피 자내는 우리가 붙여준 보호자에 불과하내."
수영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페이는... 우연이 아니라...
털컥.
합성 플라스틱 소재의 글록이 바닥에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는 안쪽의 두사람에게도 들렸다.
"수영아. 들어와..."
페이의 말에 수영은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왔다.
총따위는 집을 생각조차 못한것 같았다.
그에게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가족을 잃었을때의 기분이 다시 돌아오는듯 했다.
문안쪽으로 채 들어오지 못하고 수영은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페이는... 난 여태까지 속고 있던 건가..."
"그럴세. 뮤우 상사는 우리가 자내에게 붙여준 감시자. 그리고 훈련교관일세.
우연적인 만남도 조작한것일세. 여태 까지 숨겨서 미안하내."
"포셋 중장님!"
"이미 다 들은것 같으니 이야기 한걸세. 어차피 진실은 들어나게 되어있는법."
"..."
페이는 수영의 떨리는 눈을 쳐다볼수 없어 고개를 떨구어 외면했다.
"자내 부모의 죽음. 그것도 우연이 아닐세. 자내의 부모는 살해당했어."
수영의 눈동자가 커졌다.
멍해진 눈동자는 살짝 떨리고있었다.
"사실을 알고 싶지 않은가?... 자내의 피빛재능을 조건으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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