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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1심 재판부, MS에 ‘사실조회신청’ 제안
뒤늦게 추가 사실조회신청 나선 검찰의 꼼수
한국MS, ‘능력 없다’ 는 거짓말로 답변 거부
자사 제품 버그로 인한 논쟁 외면한 한국MS
[조국 사태의 재구성] 47. ‘비정상종료’ 뒤집을 한국MS 사실조회, 거짓말로 답변 회피
앞서 조국 1심 재판에서 필자와 대검 포렌식분석관 이승무의 동반 증인 출석 당시 이승무가 잘 모른다, 기억 안 난다며 주요 쟁점들을 모두 피해간 사실을 살펴봤다.
이승무는 가상환경 프로그램 ‘VMWare’의 버전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필자는 그 버전까지 동일하게 맞추어 전체 동영상으로 녹화한 추가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그 주장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검찰의 ‘비정상종료’ 주장을 완전히 초토화 할 또 한번의 중요한 기회가 더 있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이었다. 이것이 ‘비정상종료’ 관련의 최후의 일격이었다.
조국 1심 재판부, 한국MS ‘사실조회신청’ 제안
필자와 이승무의 증인 출석과 영상 증거 추가 제출까지 끝난 후인 2022년 9월 16일 조국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윈도우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사에 사실조회신청을 하도록 검사 측과 변호인 측에 제안했다.
이에 검사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던 반면, 변호인은 사실조회신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사실조회신청’이라는 절차는 형사소송법 제272조에 명시된 절차로, 재판부가 검사나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 외부 기관이나 단체 등에 사실관계의 확인을 촉탁하는 것이다. 즉 변호인이나 검찰이 외부에 묻고 싶은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재판부가 재판부의 이름으로 해당 기관에 송부해 답변을 요청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이하 ‘한국MS’)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한국 지사로서, 국내에서 윈도우 OS를 포함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들의 판매는 물론이고 종합적인 기술지원과 제품들의 한글화 번역 등을 하고 있다.
아래는 이 결정으로 재판부를 통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에 보낸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의 표지 부분이다.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의 표지..
이 사실조회신청서의 내용은 총 17페이지로서, 그 내용은 앞서 총 5회에 걸쳐 살펴봤던 주요 기술적 쟁점들을 최대한 중립적이고 쉬운 말로 풀어 한국MS 측에 묻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가 발송되고 한국MS에 접수까지 확인된 후, 재판부의 사실조회신청 제안에 묵묵부답이던 검사 측이 갑자기 자신들도 한국MS에 사실조회신청을 하겠다고 나섰다.
검사 측이 뒤늦게 제출한 사실조회신청서의 표지.
뒤늦게 별도 사실조회신청 나선 검찰의 꼼수
검찰이 갑자기 태도를 뒤집은 데에는 당연히 의도가 있었다. 그 의도는 표지에 이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설명한 ‘신청 취지’ 부분만 봐도 짐작 가능하다.
곽중욱 검사가 작성한 이 ‘신청 취지’를 보면, 정작 논쟁의 핵심인 ‘비정상종료’ 여부는 이미 결론이 나왔다고 전제했다. ‘비정상종료 사실은 압수자와 피압수자, 포렌식 결과로 이미 명확히 사실로 인정됐다’라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검사 측 사실조회신청서 중 '신청 취지' 중 앞 부분.
이어서 곽 검사는 ‘이벤트 로그 내역으로는 비정상종료 여부를 알 수 없다’라고 또 전제를 했다. 이런 전제는 재판부가 제안한 사실조회신청의 취지를 시작부터 정면으로 부인 한 것이다.
또 기술적 문의를 하는 목적인 사실조회신청서에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런 전제를 늘어놓은 것은 기술전문가도 아닌 법률가인 검사다. 법률가가 IT전문가들로 가득한 한국MS에 기술적 사실관계를 물어보겠다면서 그 시작부터 결론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어서 이 ‘신청 취지’의 그 아래 부분을 보자.
검사 측 사실조회신청서 중 '신청 취지' 중 뒷 부분.
보다시피 검찰은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의 내용이 “전제사실이 잘못되었거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같은 페이지 하단에서 각주를 달아 예시까지 해 놓았다. 그런데 각주에서 예시한 내용을 보면 어이가 없다.
변호인이 보낸 사실조회신청서에는 “사실조회의 대상이 되는 해당 PC는 동양대학교 강사휴게실에 전원과 모니터, 키보드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2019. 9. 10.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라고 되어 있었다.
검찰은 이 부분을 꼬투리 삼아, ‘PC 1호 종료 시점에는 모니터와 키보드가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변호인 측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컴맹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기술지원 전문가들이 ‘아, 키보드 모니터를 연결하지 않고 기발한 방법으로 PC를 사용했다는 주장이군’이라며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라도 있을까?
‘변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얼토당토 않다. 실제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 내용은 좀 과할 정도로 중립적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검찰이 법정 야바위질까지 동원하는 혼신의 노력으로 재반박을 시도했던 ‘0x500ff’ 문제에 대해 변호인 측 신청서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변호인 사실조회신청서에서 ‘0x500ff’ 문제에 대해 질의한 부분.
보다시피 변호인 사실조회신청서에서는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거론한 후 ‘어느 쪽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오히려 검찰의 주장을 변호인 주장보다 먼저 거론했고 어느 쪽으로든 답을 유도하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검찰이 말하는 ‘일방적인 주장’인가?
검찰이 이 ‘신청 취지’ 각주의 아래에서 딴지를 건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이벤트가 10개만 발견된 것처럼 기재했다’라고 썼지만 필자는 의견서에서 ‘그중 대표적인 이벤트들을 추리면 아래와 같다’라고 썼다.
또 곽 검사는 ‘명확히 오류라고 기록된 것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0x500ff’ 기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필자는 그 로그를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이 이벤트도 포함해 제출했다. 안성민 검사가 야바위질 PPT에서 화면 절반에 걸쳐 배경으로 깔아놓은 ‘0x500ff’ 이벤트 화면이 바로 필자가 제출한 것을 검찰이 가져다 쓴 것이다.
또한 ‘가상환경 프로그램에서 정상적으로 부팅되었다고 확정적으로 기재’한 것도 문제 삼았는데, 양측이 ‘불가능’과 ‘가능’으로 주장이 엇갈릴 때 ‘가능’ 증거를 제시하면 ‘불가능’ 주장은 무의미해지는 것 이 당연하다. 더욱이 이 문제에서 검사 측 분석관이 보고서에 달랑 캡처 화면 하나만 제시하면서 ‘부팅 안됨’이라고 쓴 데 비해 필자는 전체 과정을 재연해 정상 부팅이 되는 동영상까지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요컨대, 검찰이 변호인 측 신청서에서 문제 삼은 사항들 ‘전부’가 사실을 정반대로 뒤집은 허위였다. 즉 검찰의 사실조회신청서는 실제 기술적 진실을 확인하려는 목적이 아닌 변호인 사실조회신청에 최대한 딴지를 걸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질문 하나하나에 심은 검찰의 속내, ‘답변 하지마’
그러면 검찰은 사실조회신청서의 실제 질의들은 어떻게 써놨을까?
검사 측 신청서에는 ‘1’, ‘1-1’, 2’, ‘3’, ‘4’, ‘4-1’ 이런 식으로 일정한 기준 없이 좀 난잡하게 번호를 매겨 놓았는데, 세어보면 총 16개 질의였다. 일단 그중 첫번째 질문을 살펴보자.
검사 측 사실조회신청서의 첫 질의사항.
이 질문 하나에도 여러 꼼수가 숨어있다. 먼저, 검찰이 ‘System.evtx’라고 지칭한 것은 기술적으로 윈도우 이벤트로그 중 ‘시스템’ 카테고리의 항목들이 저장되는 파일 이름이다.
그냥 ‘이벤트로그’라고만 지칭해도 되고 그러면 비전문가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것을, 곽중욱 검사는 굳이 생소한 이벤트로그의 실제 파일 이름을 등장시켰다. 전문가들 사이의 대화에서도 구태여 잘 하지 않는 일이다.
질문에 일반인들이 생소한 전문 용어를 끼워 넣으면, 답변에도 전문 용어가 난무하게 되기 쉽다. 즉 곽 검사는 불필요하게 전문 용어들을 남발하는 답변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회신 내용에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게 되면 그만큼 검찰이 억지를 부릴 ‘틈새’가 많아진다. 설사 검찰에 매우 불리한 내용의 회신이 오더라도 ‘용어 해석의 문제’로 몰아가면서 억지를 부릴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앞서 법정 야바위질의 사례를 생각해보시라. 그 외에도 필자는 이 곽중욱 검사, 그리고 강일민 검사와의 반복적인 의견서 논쟁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용어 해석의 문제로 몰아가는 등의 ‘기술적 억지’ 행위들을 현기증으로 구토가 나올 정도로 많이 겪었다.
이에 반해, 필자가 초안을 작성하고 변호인이 다시 한번 가다듬은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에서는, 불필요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피했다. 물론 그것은 돌아올 회신의 내용이 가급적 재판부가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지적할 문제. 곽 검사는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세부사항들을 엮어 넣고는, “~ 등을 ~ 명확히 알 수 있는지”라고 질문을 맺었다. 또 논점과 무관한 것들까지 끼워 넣었다.
이것은 여러 개의 사실관계를 논리적으로 ‘and’ 조건을 여러 개 조합 해놓고는, ‘그 모두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는지’라고 질문함으로써 답변자가 ‘맞다’라고 대답하기를 회피하게 유도한 것이다.
설사 ‘예’라고 대답을 하더라도 아무래도 뭔가 켕겨서 ‘아닐 수도 있다’는 취지의 사족을 더 붙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 꼼수가 하나 더 있다. 질문 마지막의 “명확히 알 수 있는지?”라는 부분이다. ‘확실해?’, ‘장담할 수 있어?’라는 의미로, 이런 질문 방식은 명쾌한 답을 가진 답변자도 명쾌하게 답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곽 검사는 총 16개 질문들 중 13개 질문에서 이런 꼼수를 부렸다. 아래는 16개 질문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본 것이다.
1: “빠짐없이 기록하느냐”
1-1, 2, 3: “명확히 알 수 있느냐”
5, 11: “무조건 ~이냐”
6-1, 7-1, 10: “단정할 수 있느냐”
6, 7, 11-1: “가능성 배재할 수 없느냐”
4: “않을 가능성도 있느냐”
이런 식의 질문들은 모두 답변자가 답변을 하려다가 한번 더 망설이게 만드는 방식들이다. 본래의 소신대로 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유도 없이 비교적 간결하게 질문한 것은 16개 질문 중 3개 질문 뿐이었다(5-1, 8, 9).
검사라는 직무상 질문을 하기에 따라 답변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잘 알 수밖에 없다.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피고인이든, 교묘한 질문으로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것이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주된 ‘기술’ 중 하나다. 원하는 답변 방향을 정해놓고 피의자를 신문하듯이 질문들을 한 것이다.
이렇게 검사 측 사실조회신청의 질문들 전반에서 엿보이는 의도는, 핵심적 관건인 '정상종료냐 비정상종료냐'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답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 의도다. 법적 의무가 아닌 사실조회 회신을 아예 하지 않거나, 회신을 하더라도 '단정할 수 없다' 정도로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검사 측 16개 질문 중 정작 핵심 관건인 '정상종료냐 비정상종료냐' 여부에 대한 질문은 없었고, 그 관건에 접근하는 질문도 없었다.
한국MS의 회신, ‘능력없음’ 거짓말로 답변 거부
사실조회신청을 보낸 후 10여일이 지난 후인 2022년 10월 12일, 한국MS의 회신이 재판부에 도착했다. 그 회신은 달랑 1페이지짜리 공문으로,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귀 원의 본건 사실조회 사항은,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관한 고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험 분석 및 검증 작업을 필요로 하는 사항으로서, 당사는 해당 업무를 적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에 부득이 귀 원의 위 사실조회사항에 대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답변을 드리기 어려워 본 회신서를 제출하오니 너그러이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MS는 먼저 발송된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와 뒤이어 발송된 검사 측 신청서에 대해 각각 회신서를 보냈는데, 두 회신서의 내용은 완전히 동일했다.)
쉽게 요약하자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질문이라 답변을 할 능력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고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험 분석 및 검증 작업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은 그냥 거짓이다. 변호인 측 사실조회신청서의 내용 대부분은 ‘시험 분석 및 검증’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단순한 ‘기술적 사실’만을 물은 것이다.
특히 윈도우의 정상종료시 이벤트로그에 기록되는 ‘6008 이벤트’에 대한 질의는 미국 본사의 문서도 아닌, 한국MS 직원이 작성해 게재했던 문서에 대한 질의였다.
한국MS는 자사가 작성해 게재한 문서의 내용조차 능력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웹페이지 캡처)
이 문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 내의 서브 카테고리인 블로그에서 ‘Sankim's Blog’라는 영역에 올려져 있고, 또 문서 작성자가 이 문서 아래에 댓글도 썼는데, 그 작성자 이름이 ‘Sang Wok Kim_’으로 되어 있다. 이 작성자 이름의 링크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작성자 프로필이 나온다.
근무지: Microsoft Korea
ABOUT ME: 김상욱, CSS, Microsoft Korea Platform, Virtualization
위 ‘비정상종료와 이벤트로그 6008’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한국MS의 직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웹페이지 캡처)
즉 한국MS는, 미국 본사의 문서는 물론이고 자사에서 작성해 공개한 문서의 내용조차도 ‘답변할 능력 없음’이라 주장하며 모르쇠 한 것이다.
이는 마치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인 ‘갤럭시’ 스마트폰에 대해 자사 홈페이지에 설명해놓은 내용에 대해 고객이 질문하자, ‘우리는 그런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없음’ 하며 모르쇠 답변을 한 것과 똑같다.
한국마이크소프트 사가 의도적으로 답변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이 회사의 기술지원 웹사이트에 실린 기술지원 답변들을 찾아봐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이벤트 6008' 관련의 질문과 그에 대한 한국MS 직원의 답변 내용이다.
☞ 시스템종료 이벤트 로그 XML보기 -->설명해주실수 있을까요?
MS 커뮤니티 사이트에 등록된 한국MS 직원의 6008 이벤트에 대한 답변.
보다시피 이 답변을 작성한 사용자는 ‘중재자’로 표시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의 ‘커뮤니티 FAQ 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여러 멤버 분류들 중 ‘중재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소속된 직원이다.
☞ Microsoft 커뮤니티 질문과 대답 - 커뮤니티 구성원 정보
이 외에도 6008 이벤트에 대한 질문에 한국MS 직원이 친절하게 답변한 사례는 필자가 찾아낸 것만도 여러 건 더 있다. 심지어는 이벤트로그 분석을 요청하는 질문에 자사의 별도 기술지원 사이트에 이벤트로그 전체를 올려주면 분석해드리겠다는, 필자가 보기에도 좀 과할 정도로 친절한 답변들까지 있었다.
즉 한국MS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질문에 대해서도 직원이 상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해왔던 것을, 법원의 사실조회신청에는 ‘답변할 능력이 안된다’고 거짓으로 둘러대며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따지지 않아도, 한국MS가 ‘능력 없어 답변 못함’이라고 회신한 것은 IT 업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깔깔 웃을 정도로 황당한 것이다. 한국MS에는 국내 최고 수준 윈도우 기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단일 조직으로서 그 인적 역량은 단연 국내 최고, 최대라는 사실은 국내 IT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즉 이 사실조회신청 회신 자체가 명백하게 허위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따지자면 ‘허위사문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조회신청에 대해 회신을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회신을 하면서 거짓말로 허위의 답변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국MS가 답변을 거부한 이유
한국MS는 심지어 이 겨우 한 페이지짜리 회신서 하단에 이런 문장까지 덧붙여놓았다.
“본 문서 및 그 내용은 당사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될 수 없습니다.”
거짓 핑계를 대며 답변 일체를 거부해 놓고, 그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렇게 무책임한 회피성 회신을 보낸 사실이 IT업계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도대체 한국MS는 왜 이렇게 어이 없는 거짓말로 회신하면서까지 답변을 전면 거부했을까?
사실, 한국MS는 한국 검찰과 많은 영역에서 이해관계와 협조관계가 얽혀 있다.
먼저, 한국MS의 국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법SW 단속’ 문제다. 한국MS는 직접 단속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자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와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를 통해서 단속에 나선다.
이 SPC, BSA는 20여년 전까지는 영장 없이 사기업들에 들이닥쳐 위법한 수색을 벌이곤 했다. 그러다 위법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이후로는 압수수색영장, 즉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게 됐다.
이런 SW 매출 문제 외에도, 한국MS는 다양한 분야에서 검찰과 업무협조를 맺고 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17년에 대검과 한국MS가 사이버테러 관련으로 2012년에 맺었던 기술협력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대검, MS와 '악성코드 유포·사이버테러' 대응 공조
한국MS와 대검 사이의 '악성코드' 관련 업무협약 (법률신문 기사 캡처)
한국MS는 다양한 외부 기관 및 기업들과 협약을 맺지만, 대검과의 이 협약은 검찰과 한국MS가 상호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사실상 한국MS가 거의 일방적으로 검찰에 대대적인 상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매우 강력한 관계다.
이렇게 검찰에 사실상 무조건적인 협력을 제공하는 한국MS의 자세는, 법원이 보낸 사실조회신청에 대해 한국MS가 거짓말까지 동원해 답변을 거부한 회신서 내용과 정면으로 대조된다.
여기엔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MS에 대한 사실조회가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신분이 밝혀지기를 꺼린 전직 MS 직원이 필자에게 연락해 조언을 했던 바 있다. 그는 비교적 최근까지 한국MS에서 십 수년간 기술지원 관련 업무를 관리했던 사람으로, 다음과 같은 우려의 의견을 전해왔다.
‘한국MS는 한국 검찰과 깊은 이해관계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데다가, 회신 내용에 따라 한국MS가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라 사실조회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재직하던 때에도 그랬다.’
요컨대, 한국MS는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사안에는 관여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MS의 회신서 내용을 확인한 후 필자의 생각은 조금은 달랐다. 필자와 변호인이 사전에 이런 ‘정치적’ 우려를 감안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조회신청서의 내용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또 자명한 내용으로 썼던 것이다.
답변하는 한국MS가 가질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중립적으로 기술적 사실 그대로만 답변하면 부당한 공격을 받을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당초 사실조회신청을 하지 않겠다던 검찰이 추가 사실조회신청서를 보내면서 일이 더 틀어졌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서 살펴봤듯, 검찰은 질의에 앞서 ‘신청 취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비정상종료는 이미 확실한 사실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답할 필요 없다’, 또 ‘이벤트 로그 내역으로는 비정상종료 여부를 알 수 없다’라고 전제했다.
이후 실제 각각의 질문들에서도 검찰은 답변을 하기가 크게 망설여질 수밖에 없도록 작문했다. 그런 질문들을 보고도 한국MS의 ‘법무팀’이 검찰의 의도를 모를 수가 있었을까.
한국MS에서 회신서를 보내온 부서는, 기술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지원팀”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주축인 “법무팀”이었다.
한편, 시간상으로만 보면 검사 측 사실조회신청서가 한국MS에 도착한 것은 변호인 측 신청서에 대한 한국MS의 회신서가 도착한 이후다. 따라서 외견상으로는 한국MS는 검사 측 신청서의 내용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회신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MS가 회신서를 발송한 날짜는 검사 측이 뒤늦게 사실조회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날짜보다는 4일이나 뒤다. 따라서 검찰이 사실조회신청서를 재판부를 통해 한국MS에 보내기 전에 한국MS와의 업무협약으로 가까운 대검포렌식센터를 통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리 자신들의 신청서를 미리 보내줬을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지난 회에서 살펴봤다시피 대검 포렌식센터는 이 표창장 사건 증거들을 조작, 과장한 짙은 의혹들이 있는 이승무 팀장이 소속되어 있던 곳이다.
자사 제품 버그로 인한 논쟁 외면한 한국MS
법원의 사실조회신청서에 한국MS가 반드시 답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조국 재판에서 무죄 판단으로 이어질 증거를 제공하게 된다는 ‘정치적 부담’ 문제나, 검찰의 질문 내용들에서 묻어나는 ‘답변하지 마’ 압박에 대해서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논쟁의 가치조차 없는 이 논쟁이 어이 없게 길게 이어진 데에는 명백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귀책 사유도 있다. 바로 검찰이 꼬투리 삼았던 ‘0x500ff’라는 엉터리 코드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기술문서에 명시되어 있듯이, 이 코드가 기록되는 현상 자체가 윈도우7의 버그로서 원래는 기록되어서는 안되는 엉터리 이벤트다. 그럼에도 같은 기술문서에는 윈도우7 버전에서는 이 버그를 수정하지 않는다고 써놓았다.
공식적으로 버그라고 인정하고도 수정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검찰이 법정 야바위질까지 벌일 수 있는 단초가 된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와 그 한국 지사인 한국MS에도 책임이 있는 일 아닌가.
자사 제품의 버그로 인해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고 그 결과 사실조회신청까지 하게 된 것인데, 그에 대해 윈도우 제품에 대한 한국 내 기술지원의 총 책임을 지는 한국MS가 거짓말까지 동원해 답변을 거부한 것은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윈도우 관련 기술적 판단의 최종적 정점인 한국MS마저 책임을 회피하면서, 조국 1심 재판부도 ‘비정상종료’ 문제에 대해 바른 판결을 내리기를 포기하게 된다.
출처 : ‘비정상종료’ 뒤집을 한국MS 사실조회, 거짓말로 회피 < 조국 사태의 재구성 < 기획·연재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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