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 서정 / 공광규
소소재 작은 뜰에 풋감이 떨어져요
풀숲에 나뒹구는 아버지 푸른 말씀
홍시만 떨어지는 거 아니란다 광규야
에뒤산 뻐꾸기가 뻑뻐꾹 우는데요
흰나비 한 마리가 내 옆을 따라와요
손으로 휘휘 쫓는데 네 엄마다 광규야
음나무 매미 떼가 웽웽웽 귀를 파요
시끄러 귀를 막고 카페 앞 지나는데
여사장 총총 따라와 어디 가셔 광규씨
명륜로 집 앞에는 채송화 피었고요
대문은 잠긴 채로 한 해를 넘어가요
시무룩 붉은 입술로 보고파요 광규 씨
초엿새 밤하늘에 저리 고운 손톱달
별들을 검은 천에 수놓고 계시는분
오늘 밤 듣고 싶은 말 함께 자요 광규 씨
―계간 《가히》 (2024, 가을호), 경계에서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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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얼굴 반찬』, 『서사시 금강산』, 『서사시 동해』 등
산문집 『맑은 슬픔』 등
신라문학대상, 윤동주상문학대상, 김만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2020년 녹색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