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고투수 "특급 노하우 전수' 먼저 제의
156km 강속구-슬라이더 1인자…든든한 사부, "전담 통역 필요"권유…
팔 걷어붙이고 도와
◇김병현 ◇커트 실링
〈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박진형 특파원〉 세계 최고 투수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애리조나 김병현(23)이 든든한 '사부님'을 모시게 됐다. 랜디 존슨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꼽히는 팀동료 커트 실링(36)이다. 실링은 최근 김병현에게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김병현이 올시즌부터 전담 통역을 두기 시작한 것도 실링의 강한 권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병현의 통역 주승철씨는 "김병현이 지난달 스프링캠프에서 '가르쳐 주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 올시즌에는 통역을 꼭 고용하라'는 실링의 말을 듣고 내게 통역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미국 생활 4년째인 김병현은 동료들과 일상적인 대화는 무리없이 한다. 그러나 투구 이론이나 타자들의 세밀한 버릇 등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통역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링이 먼저 통역을 권유했다는 것은 건성으로 한두마디 거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돕겠다는 뜻이 된다.
실링은 지난 99년 12월 선수 생명을 걸고 받은 어깨 수술이 성공, 지난해 데뷔 14년만에 '수준급'에서 '최고'로 거듭난 인물이다. 지난 2000년 7월 투수 오마 달 등 4명과 1대4로 트레이드돼 필라델피아에서 애리조나로 옮긴 뒤 지난해 22승6패, 방어율 2.98로 내셔널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이전까지 시즌 최다승은 97년의 17승.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에 김병현이 주무기로 쓰는 슬라이더의 최고 권위자로 꼽혀 '개인교수'로는 제격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9회말 김병현이 스캇 브로셔스에게 동점홈런을 맞아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자신의 선발승이 날아갔을 때도 오히려 김병현을 위로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현은 늘 "랜디 존슨이나 커트 실링 같은 대투수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제 그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