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운동장 곁에 있는 고흥작은영화관에서 '서울의 봄'을 본다.
12.12. 전두환 쿠테타를 그리는데 난 인간의 권력욕과 전략에 대해 담담한데, 바보는
분노를 누르지 못한다. 눈물까지 흘리는 바보에 비해 난 냉혈한처럼 전두광의 추진력과
그 아래 빌붙은 장군들과 비열한 정치인들에 대해 인간군상의 한 형태라고 본다.
그래서 전두환을 너무 영웅처럼 그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140여분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극장 옆의 중국집에 가서 12,000원짜리 해물짬뽕을 먹고
현충공원으로 올라간다.
내가 아는 현충공원은 봉황산록의 위령비들이 있는 곳인데, 새로 조성한 이 곳은
입구의 '현충공원' 글씨부터 전 군수의 욕망과 치졸함이 드러나 보여 기분이 상한다.
입구가 어디인지도 애매하다.
지그재그 계단을 올라 임정왜란 공신 위령비부터 항일 애국, 그리고 6.25 전쟁 희생자탑 등이
정체모를 모습으로 서 있다. 곁에 무엇을 형상화했다고 표지석 안내가 있지만 글씨도 사람의 이름도
멋이 없다.
맨 위에 뾰족하게 선 조형물과 양쪽의 석조부조물도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만 눈으로 읽혀질 뿐
충성을 다한 원혼들을 위무하는지는 그리고 내가 엄숙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난 가슴이 메마른 사람이다.
차붐 축구교실 페스티벌을 한다는 실내체육관을 지나 문화원쪽으로 걸으며 단풍을 본다.
동초 김연수기적비를 지나 차로 돌아가 고흥읍 전통시장 건너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봉황정으로 오른다.
사대는 비어 있어 붉고 노랑 단풍이 곱게 물든 나무 아랠 지나 람휘루로 올라간다.
람휘루 유비(청신)기적비 등에 대해 바보에게 서툰 설명을 하고
임정양란 충신비와 항일애국지사비 등을 멀찍이서만 본다.
비석을 세운 까닭이며 헌성금을 내 이들의 이름 등은 이끼가 끼어있지만
운동장 위의 현충공원보다 더 보기 좋다.
내가 온마을학교에서 학생 안내를 한다면 이곳을 택할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단풍을 보면서 참나무 낙엽이 수북히 쌓인 지그재그 길을 따라 봉황산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