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을 하는 이거상 씨는 결혼은 했지만,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
불같이 강력하여 부인과 자식을 비롯한
가족들을 그대로 거의 방치하듯 하고,
12년 간이나 집을 떠나 기나긴 수행 생활을
하며 진리의 세계에 푹 빠져 자기 내면과의
사랑으로 황홀경에 빠져 지내게 되었다.
집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의 처자들은 아무리 좋은 말로 그를 설득
해도 해도 전혀 듣지 않자, 그를 거의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특히 그의 아내는 지극한 평범한 보통여자로
남편의 평범한 사랑조차도 받지 못함에 다른
친구들을 보며 크게 마음이 상하여 지냈다.
그러니 그녀는 남편이 하는 수행을 정말로
아주, 아주 치가 떨리게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 염불 수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전신에
소름이 쫙하고 돋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이 오른 그녀는 남편과는 믿는 방식도
달리하여 기독교를 열성적으로 믿으며 남편이
어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하나님께 진심으로
아주 간절하게 기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기도하고 또 해도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자, 이번에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남편이라는 존재가 모두 다 없어져
버리게 해 달라고 더욱더 기도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거상 수행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이상하게 생겨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 자신의 곧
옛날 습관으로 되돌아가게 되어 버리게 되었다.
그에게 늘 있어 오던 염불 하면서의 황홀감,
초월적 경험은 모두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그는 별 것도 아닌 일에 자주 짜증을
내게 되고 우울증과 혼란에 빠져 들게 되었다.
옛날에 하던 버릇대로 사귀던 애인을 다시
만나고, 집안 살림을 위한 돈 걱정, 사업 구상
등으로 세속 생활 속에 푹 빠져 들게 되었다.
그 동안 열심히 수행하여 얻은 지혜의 기쁨과
진리의 깨달음은 한낱 허망한 물거품처럼 환영에
지나지 않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런 사정으로 인하여 그는 예전의 그보다
더 깊은 어둠과 좌절에 빠져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이 괴로워하던 어느 날, 그는
문득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영적 수행에
시간과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수행을 하면 되는 것이야,
바로 지금 집중하면 되는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집에서 가족들과 살면서도 기쁨과
황홀함이 다시 자연히 불붙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