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믿을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의사의 건강 지도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요즘 질병의 조기 발견이나 예방, 조기 치료 등 '예방 의학'이 대유행이다.
의학계 입장에서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만 진찰하다가는 환자 수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병을 찾아내고 치료함으로써 업계의 번영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에 미리 대처해서 막는 의학이 아니라 '환자를 끌어들이는 의학'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의사 부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미없는 건강검진이나 암 검사에 의사들이 일손을 빼앗겨, 정말로 중요한 응급 의료 등에 의사가 고루 배치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의 건강 지도가 과연 질병의 예방이나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핀란드의 한 연구 팀이 15년에 결쳐 세밀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병이나 이상이 발견되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그 후에도 검사치에 문제가 있다면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 받는다"는 식의 노력은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위험하다.
위 연구 조사를 위한 검사 대상은 회사의 관리직으로 일하며 40~55세의 '보기는 건강하나
심장병에 쉽게 걸릴 인자를 갖고 있는' 약 1,200명의 남녀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 콜레스테롤 수치가 270mg/dL이상
● 중성지방(트라이글리세라이드)이 150mg/dL이상
● 최대혈압이 160mmHg 미만
● 최소혈압이 95mmHg 미만
● 체중이 표준 체중의 120퍼센트 이상
● 내당능(耐糖能 : 생체의 글루코오스 처리능력) 검사에서 1시간 혈당치가 162mg/dL 이상
검사 대상자들을 제비뽑기로 600명씩 나누고, '개인 그룹' 600명에게는 4개월에 한 번씩
5년 동안 의사가 건강 지도를 해주었다.
즉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을 건네주고, 흡연자는 금연을 시키며,
식사 내용도 상세하게 지도해 섭취 칼로리,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술, 설탕의 양은 줄이고,
불포화지방(주로 마가린), 생선, 닭고기, 송아지 고기, 채소의 양은 늘리도록 했다.
이때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계속되면 약이 처방되었다.
상당히 엄격한 개입이었지만, 그들 중 75퍼센트가 의사의 지도를 철저히 지켰다.
반면에 나머지 600명은 '방치 그룹'으로 조사 목적을 모르고 건강조사표에 기입만 했다.
의사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은 금물
5년이 실험 기간이 끝난 뒤에는 10년 동안 1,200명 모두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개입 그룹에서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심근경색, 심장 돌연사) 사람의 수는 방치 그룹의 배 이상이었고,
자살, 사고 등으로 인한 총사망자 수도 의사의 지도를 따랐던 개입 그룹이 많았던 것이다.
다만,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개입 그룹이 적었다. 아마 금연의 효과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살펴보면, '증상이 없는데도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등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심장에는 좋지 않다', '검사에서 병이나 이상이 발견되어 의사로부터
지도나 약 처방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그것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어 심근경색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연구를 거치지 않고, 그저 '몸에 좋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정기검진이 시작되어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의료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의사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을 가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