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1.불날. 날씨: 더운데 오후에 안개구름이 무등산을 덮는다.
아침밥하기ㅡ아침걷기ㅡ아침밥ㅡ다 함께 아침열기ㅡ텃밭 옥수수 심기ㅡ운동장 몸놀이ㅡ특별한점심ㅡ1학년 오기-자유 놀이ㅡ저녁채비ㅡ저녁밥ㅡ일기 쓰기ㅡ다 함께 마침회ㅡ교사회의
[화순 맛집/ 외계인들이 왔다]
아침 밥 당번은 6시 30분에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은 7시 30분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아침에 잠이 일찍 깬다. 그래서 아침밥하는 때에 일어난 어린이들은 조용히 겉옷을 입고 밖에 가서 놀기로 되어있다. 밥을 하고 반찬을 데우고 국을 다시 끓이기만 해도 되니 아침 채비로 어린이들이 하는 일은 상을 펴고 닦은 뒤 숟가락 젓가락을 놓는 일, 뒷정리로 큰 국그릇과 반찬그릇 설거지, 상 정리를 한다. 아침 걷기는 마을 들머리에 있는 여자어린이들 잠집까지 걸어갔다 소를 보고 한 바퀴 돌아오는데 길이 가팔라서 운동이 된다. 그러니 여자 어린이들이 마을회관을 오가는 애씀이 있는 셈이다. 마을 곳곳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잠을 자는 건 불편하지만 마을 어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좋은 점도 있다. 1학년이 오는 날부터 마을회관 옆집의 방 하나를 더 빌려서 자기로 해놓았다. 지난해보다 다섯 어린이가 늘어서인데 훨씬 여유롭게 잠을 잘 수 있다. 덕분에 마을 어른들과 더 친밀해져 간다. 첫날에 반찬을 가져다 드리며 인사를 드리고, 오늘도 반찬을 들고 갔더니 정말 반갑게 맞아주신다. 손자 손녀 같아서 좋다는 두 분을 뵈니 마음이 좋다.
두부만들기 체험 준비를 하느라 마을 어른들이 바쁘다. 어제 불려놓은 콩을 아침 일찍 갈아서 걸러 짠다. 덕분에 콩비지를 많이 얻었다. 콩비지국을 한 번 끓여먹을 양이다.
아침 공부는 화순집에 가서 텃밭 일 하기다. 집 뒤 텃밭은 마을에 사는 고모님이 이미 옥수수를 심어놓아 마당 한 쪽 작은 밭에 집에서 오래 묵힌 거름을 넣고 뒤집어 신문으로 덮어 옥수수 씨앗을 넣는다. 작은 곳이라 일이 얼마 안 되지만 거름을 나르고 뒤집고 신문 넣고 옥수수 넣은 뒤 물주기까지 제법 한참이 걸린다. 밭 만들고 신문지로 덮는 일을 높은 학년이 한 뒤 작은 이랑마다 모든 어린이들이 옥수수 씨앗을 넣었다. 본디 토종 옥수수로 줄곧 심어왔는데 고모님이 개량종을 건네주어 같이 심는다. 마당 풀을 모두 뽑아서 마당 곳곳에도 옥수수 씨앗을 심어본다. 열심히 일한 뒤 다 함께 시원한 얼음과자 하나씩을 먹으니 신이 났다. 특별하게는 점심을 늦게 먹어야 해서 아침 새참이 많다. 과일, 생협과자, 사탕, 얼음과자까지 충분하다. 특별한 점심은 화순 맛집에서 외식을 하는데 자연속학교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수만리 들국화마을에서 두부만들기 체험 행사가 열려 우리가 줄곧 밖에 나와 있어야 해서 선택한 특별한 점심이다. 도시락을 싸는 방법도 있지만 텃밭 일 하고, 동생들을 맞이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내기 위해 든든하게 먹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식당이라 한창 혼잡한 때를 피해야 하고 우리 인원이 많아서 밥 먹는 시간이 2시 밖에 안 된다고 해서 아침에 어린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랬다. 늦게 먹더라도 밖에서 맛있는 거 먹자는 외침이 크다. 화순 맛집을 찾고 값을 살핀 끝에 화순집이라는 닭칼국수 집을 찾아냈다. 어른 두 사람이 먹을 양으로 어린이 넷이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사리를 더 추가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채비해 놓았는데 고르곤졸라 피자가 보태 나온다고 한다. 적당한 값에 정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텃밭 일을 마치니 12시 조금 넘어서 2시 점심 때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화순공설운동장 천연잔디 축구장에 가서 몸놀이를 했다. 축구하는 아이들 옆에서 신발던지기를 하는데 선생 기록을 깬 어린이는 없다. 손으로 던지고 발로 던지고 한참을 재미나게 놀다가, 두 번째로 잡기 놀이를 했다. 노학섭 선생과 내가 도망가고 어린이들이 잡기로 했는데 얼마 안돼 잡히고 만다. 마지막에는 낮은 학년에 선생들이 들어가고 높은 학년과 축구 한 판을 했다. 2학년 최시우에게 공을 건네주기로 했는데 제 때에 못 줘서 시우가 화가 나서 나중에 몇 번이고 공을 건네줘도 차지를 않는다. 원할 때 주지 않아 속상한 마음을 풀어주려고 축구하는 줄곧 시우를 부르며 공을 건네줘도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공을 차지 않는다. 우리 시우 대단하다. 건규가 선생들 도움으로 두 골을 넣어 모두 달려가 껴안는다. 잠깐 승부욕이 나오는 높은 학년 어린이들이 있어 낮은 학년 편에 선생들이 너무 열심히 했다며 뭐라 한다. 그래도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니 그것도 잠깐이다. 드디어 기다린 끝에 먹게 되는 닭칼국수 양은 많았고 어린이들은 정말 배불리 먹고 피자까지 남김없이 잘 먹었다. 자연속학교에서 특별하게 기억날 만한 맛이다. 점심 먹는 동안 푸른샘 1학년이 잠집에 닿았다는 소식이 왔다. 우리 1학년들이 생각나 미안한데 형들이 잘 먹고 여유롭게 동생들을 맞이할 거라는 믿음으로 기쁘게 잠집으로 달려간다.
푸른샘 1학년들을 보자마자 안아주고 반갑게 인사하는데 역시 우리 외계인들은 오자마자 곳곳에서 지구를 탐색하고 있다. 윤슬이와 정우, 태훈, 한울이는 무서운 벌레를 찾는다며 정자 아래에서 한참 땅을 판다. 아침에 많이 울었다는 우리 1학년 민주는 정말 반갑게 안아준다. 한비와 영아도 달려들어 안기니 우리 외계인들이 왔구나 싶다. 1학년들을 태우고 온 지율선율 아버지와 시우민주 아버지는 바로 또 올라간다. 종일 운전하느라 얼마나 피곤할까. 고맙기만 하다. 여유롭게 저녁 될 때까지 자유롭게 논다. 슬슬 몸이 피곤하고 체력이 떨어질 때지만 쉬지 않고 노는구나.
낮에 전북에 귀촌해 사는 곽호종 선생이 들리더니 저녁때쯤 고향 친구 양승오가 아이들 주라고 고기를 잔득 사왔다. 사년 전부터 화순에 올 때마다 우리 아이들에게 수육을 먹이게 하는 동무다. 선생들 저녁에 먹으라고 닭튀김도 사왔다. 아이들이 밥 먹는 동안 동무와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니 아이들이 아직도 있다며 말하고 설거지를 하러 간다. 닭튀김 조금을 한주엽 선생이 조금씩 갈라 어린이들 입에 넣어주니 오병이어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