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악랄한 문화공정 전쟁에 이기기 위한 김치(Kimchi) 공부 .
김치는 영어 사전에 ‘Kimchi’로 등록된 공식 명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일본이나 중국에서 시비를 걸면 김치에 대해 애국심을 높인다. 김치를 한국이 우습게 봤다가 일본이 김치를 종주국으로 올리려고 먼저 등재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분발해 종주국 지위를 차지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아찔한 일이다.
지금 중국이 김치를 중국 것이라 우기고 있다.
‘김치’는 한때 신세대에게 기피 음식 중의 하나가 됐었다. 나라 밖에서는 세계적 음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었으나 나라 안에서는 기피 음식 품목에 들어갔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치 이름
선조들은 ‘김치’를 아주 이른 상고(上古)시대부터 먹어 왔다. 물론 초기의 모양새와 그 명칭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초기는 무, 부추, 죽순 등과 같은 여러 남새(즉, 채소)를 그저 소금에 절인 형태였다. 그것을 ‘디히’라 불렀다.
고춧가루를 양념으로 하는 빨간 김치가 나타난 것은 고추가 국내에 들어온 16세기 후반 이후의 일이다.
‘디히’는 김치에 대한 순수 우리말이다.
옛 문헌에 보이는 ‘겨디히(겨울김치)’나 ‘쟝앳디히(장아찌)’의 ‘디히’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디히’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 옛말 ‘딯-(떨어지게 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물론 ‘딯-’라는 어형은 문증(文證)이 되지 않는다. ‘딯-’는 지금 ‘지-〔落〕’로 남아 있는 중세국어 ‘디-〔落〕’의 사동형쯤으로 이해된다. 소금에 절인 채소는 가라앉기 때문에 ‘떨어지게 하다’는 의미의 ‘딯-’를 이용한 단어 만들기가 가능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디히’는 ‘디’를 거쳐 ‘지’로 이어진다. ‘지’가 ‘디히’로부터 변한 어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를 한자 ‘漬(담그다)’로 보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연히 우리말 ‘지’와 한자 ‘漬’가 음이 같고 또 의미까지 상통하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일 뿐이다.
‘지’는 지금 서울말에서는 독자적으로 쓰이지 못한다. ‘싱건지(소금물에 삼삼하게 담근 무 김치), 오이지, 젓국지(조기 젓국을 냉수에 타서 국물을 부어 담근 김치), 짓독(김치독), 짠지’ 등과 같은 보수적 성격의 합성어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경남 및 전남 지역에서는 ‘지’가 ‘김치’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고유어 ‘지’를 대신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김치’이다. 이 ‘김치’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온 말이다. ‘침채(沈菜)’는 ‘절인 채소’ 또는 ‘채소를 절인 것’을 의미한다. 초기의 김치는 그저 채소를 소금에 절인 음식이었기에 이러한 의미를 지니는 새로운 명칭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어 ‘디히’에 이어 한자어 ‘침채(沈菜)’가 만들어진 것은, ‘디히’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잘 쓰이지 않게 되자 그것을 대신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침채(沈菜)’는 16세기에 ‘딤채’ 또는 ‘팀채’로 표기되어 나온다. 두 단어는 제1음절 두음(頭音)에서만 차이를 보인다. ‘팀채’가 16세기 당시의 현실 한자음을 반영한 것이라면, ‘딤채’는 그보다 앞선 시기의 한자음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딤채’와 ‘팀채’는 각기 다른 변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까지 병존하고 있다.
‘딤채’는 ‘짐채’ 또는 ‘짐츼’를 거쳐 ‘김채’ 또는 ‘김츼’로 변한 뒤 지금의 ‘김치’로 이어졌다.
한편, ‘팀채’는 ‘침채’를 거쳐 ‘침채’로 이어졌다. 그런데 현대국어에서 ‘침채’는 제수(祭需, 제사에 쓰는 여러 가지 재료)의 하나인 ‘절인 무’를 가리킬 때나 쓰일 뿐 ‘김치’에 밀려나 잘 쓰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김치’라는 단어가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온 것이며, 그것도 ‘팀채’가 아니라 ‘딤채’에서 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김치’처럼 소중한 말이 우리 고유어가 아니라 한자어라니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침채(沈菜)’라는 한자어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출처:김흥순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