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복수초 / 조명래
막 깨어난 동면에
하얀 눈속을 뚫고
선연히 노란 머리
설레는 봄마중 길
가뿐히 올린 봄빛
눈부신 봄의 길목
생명의 슬기로 핀
순결한 봄의 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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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지나 입춘 잔설이 얼어붙은 겨우살이인데도 춘정을 풀어헤치는 첫 연은 늘 그 자리에서 자기만의 기운으로 순응하는 설레이는 봄의 길목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이다.
○ 복수초(福壽草)와 춘분(春分)
입춘(立春)이 지난지 사십여일이 지났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이 들어서다", "봄이 시작된다" 는 말로서 입춘(立春)은 24 절기의 봄이 들어서는 시작이고 춘분(春分)은 완연한 봄의 시작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춘분점이 밤낮의 길이가 같아 지는 것이어서 이제부터는 밤보다는 낮길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 한다.
이때쯤이면 약동하는 만물에 물이오르고 온 산야는 희망으로 꿈틀대는데 이 활기찬 새봄을 알리는 첫번째 전령사로 우리는 매화나 산수유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보다 먼저 엄동설한(嚴冬雪寒)을 이겨내고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가느다란 줄기에 샛노란 꽃잎을 피우는 복수초(福壽草) 가 있다.
이 복수초가 우리꽃 중에서 가장 먼저 새봄을 알리는 전령사 이다. 남부지방에서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까지 꽃을 볼수 있는데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밝아질 만큼 예쁜 꽃인데 어찌하여 복수초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앙갚음하기 위해 꽃으로 피어났을까? 그러나 복수초의 ‘복수’ 는 앙갚음을 뜻하는 복수(復讐)가 아니라 복(福)과 장수(長壽)를 뜻하는 복수(福壽)다.
그러니까 이꽃의 이름은 "복많이 받고 무병장수하라" 는 의미다. 그리고 이꽃의 색깔은 "부와 영광 그리고 행복을 상징" 하는 황금색이라서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이다.
복수초는 눈을 삭이고 나온다하여 ‘눈색이꽃’ 또는 ‘얼음새꽃’ 이라고도 하며 눈 속에서 꽃을 볼수 있기 때문에 ‘설련화(雪蓮花)’ 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날 새해 인사차 ‘복 많이 받고 오래오래 살라’ 는 뜻으로 복수초 화분을 선물로 보낸다고 한다.
복수초는 숲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다가 미처 봄이 오기도 전에 꽃망울부터 땅위로 올려 보내 꽃을 피운다..
봄 마중하러 성급하게 나왔다가 꽃샘추위에 내린 눈을 잔뜩 뒤집어쓰기도 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복수초가 눈을 뚫고 나온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복수초는 낮에만 꽃잎을 활짝 피우고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잠을 잔다. 한낮에는 노란 꽃잎들을 오목거울로 사용해서 꽃 안쪽의 온도를 높이는데 전파망원경의 접시 안테나처럼 열심히 빛을 모으기 위하여 노란 꽃잎들이 태양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꽃 안쪽은 주위보다 3~5도 더 따뜻하여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이 활발하게 일하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암술도 따뜻하게 하여 씨앗이 맺힐 확률을 높여준다고 한다.
복수초(福寿草, フクジュソウ, 후쿠쥬소)란 이름은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을 한자말로 우리가 따다 부르는 것인데 그 이름이 너무 좋아 우리도 그냥 부르고 있다고 한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각처의 숲 속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생육환경은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습기가 약간 있는 곳에서 잘 자라고 키는 10~15㎝이고, 잎은 3갈래로 갈라지고 끝이 둔하고 털이 없다.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면 꽃 뒤쪽으로 잎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꽃은 4~6㎝ 줄기끝에 한 송이가 달리고 노란색으로 피어 나서 열매는 6~7월경에 별사탕처럼 울퉁불퉁하게 달리는데 우리나라에는 3가지 종류가 자생한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세복수초’와 ‘개복수초’ 그리고 ‘일반 복수초’다. 여름이 되면 하고현상(夏枯現像 고온이 되면 고사하는 현상) 이 일어나 지상부가 없어지는 품종으로 자칫 죽은줄 알고 뿌리를 캐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가만두면 새봄에 다시 싹을 티워 꽃을 피운다.
관상용으로 많이 쓰이고 또 뿌리를 포함한 전초는 약용으로 쓰인다. 이 같이 복(福)을 주고 장수(長壽)를 뜻하는 복수초에는 많은 전설이 있는데여기 몇가지를 보면...
오랜 옛날 일본의 '안개의 성' 에 아름다운 여신 '구노' 가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구노를 '토룡의 신' 에게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토룡의 신을 좋아하지 않았던 구노는 결혼식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구노에게는 사랑하는 다른 신이 있었다. 아버지와 토룡의 신은 사방으로 찾아 헤매다가 며칠만에 구노를 발견했다. 화가난 아버지는 구노를 한 포기 풀로 만들어 버렸디. 이듬해 이 풀에서는 구노와 같이 아름답고 가녀린 노란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이 바로 '복수초(福壽草)' 였다고 한다. 죽어서도 아버님을 원망하지 않고 무병장수를 비는 구노의 마음 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 티베트의 산악지방에는 ‘노드바’ 라고 하는 희귀한 약초가 있는데 이 약초는 히말라야 산속 만년설(萬年雪)밑의 바위틈에서 돋아나 꽃을 피우는데 꽃이 필 무렵이면 식물 자체에서 뜨거운 열이 뿜어져 나와 3∼4m 쌓인 주변의 눈을 몽땅 녹여 버린다고 한다.
"식물의 난로" 라고 할수있는 이 풀은 신장병, 방광 질환 또는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병 특효약으로 티베트의 라마승들이 매우 귀하게 여기고 있는 꽃인데 이 ‘노드바’와 닮은 식물이 우리나라 복수초라 한다.
‘복수초’ 는 노드바처럼 이른 봄철 눈이 녹기 전에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주변의 눈을 식물 자체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여버리고 꽃도 이쁘고 약효도 좋으며 눈속에서도 새봄을 알리는 인고의 꽃이기도 해 꽃말을 "영원한 행복" 이다. 이 새봄에 복수초 한포기 키워보거나, 복수초 맞이 산행이라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