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울어 예는 명성산
으악새가 네 박자로 울고간 명성산*에
지난 세월 울어 옌 억새꽃은
소슬바람 타고 창공에 하소연하는데
욕망과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는
무게 없는 상추객(賞秋客)들은
가는 세월만 즐기려 하는구나
올라 갈 때 숨 막히던 험준한 등산길이
내려갈 땐 더 한층 노생(老生)을 괴롭혀도
질곡에서 벗어난 고통의 맛이 늘 그러하듯
산정호수 물 냄새가 지친 발목을 감싸줬지
그래도,
오래오래 나는 기억하련다
바위틈에 내려꽂힘을 모면한
아찔하던 하산길의 조바심을
2017. 10. 24.
* 鳴聲山 : 경기도 포천시와 철원군 경계에 있는
울음산이라고도 하는 높이 923m 산.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여기서 피살될 때
말과 신하들이 함께 울고, 산도 같이
울었다 하여 전해오는 이름이라 함.
첫댓글 호호!, 바로 그렇게 생각을 하다니 힘들게 갔다온 보람을 다시 느끼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