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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동부 최전선의 해병대 진지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병력이 더 필요하다"며 "우리는 오늘부터 해병대 전력을 증강하고 현대식 장비와 무기로 무장하는 해병대를 추가로 창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2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미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황과 인구및 (가용) 병력, 나토(NATO)군의 파병 불가 등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군의 승리가 있을 수 없다는 건 명백하다"며 "누가 침공했느냐가 아니라, 다음 날 아침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라며 "빨리 멈춰야 한다"고 했다.
#3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 작전을 '허위 정보'로 규정한 뒤 "반격은 미친 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면 장비와 병력 측면에서 러시아군과 1대 5로 싸우는 것인데, 그걸 알면서 누가(우크라이나군) 하겠느냐"고 비웃었다.
우크라이나 봄철 반격작전에 대한 주장과 전망은 그야말로 '10인10색'(十人十色)이다. '공격하는 측이 수비(방어)하는 측보다 병력및 장비 손실이 더 크다'(통상 3대1)는 기본 지식을 제외하면, 일치하거나 공통되는 점을 찾기 어렵다. 선택은 우크라이나의 최고 군수뇌부에게 달렸고, 뒤따를 책임도 그들의 몫이다.
반격작전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잘루즈니 군참모장(합참의장)/사진출처:우크라군 텔레그램(현재 폭파된 계정)
◇ 우크라군 반격, 안하나 못하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은 지난 18일 "러시아 미디어 플랫폼(언론 매체와 군사전문 블로거·텔레그램 채널)에서 지난 주부터 '우크라이나 반격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며 "친러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 주지사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오늘 '우크라이나군은 자포로제에서 반격의 기회를 놓쳤으며 더 이상 성공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격 불가능설'이 제기되는 이유를 자세히 분석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로 예고됐던 반격작전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눈이 녹고 비가 내려 땅이 진창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날씨' 때문이었다. 이달 들어 비가 그치고 땅이 굳기 시작했지만, 군통수권자(젤렌스키 대통령)는 다른 이유로 또 작전 연기를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격 준비는 되어 있지만, 승리에 대한 (확실한) 보장없이, 지금 시작하면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며 "추가 군사 장비(장거리 미사일과 전차, 전투기 등/편집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 섀도'를 제공했다. 미국도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F-16 전투기 훈련에 동의했다. 훈련이 끝나면 F-16전투기를 인도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독일제 마더 장갑차 기동 훈련 모습. 왼쪽에 러시아 측이 방어 진지에 설치한 대전차 장애물의 모형들이 보인다/영상 캡처
25일에는 람슈타인 주독일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소통 그룹 회의(람슈타인 회의)가 열린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장갑차량들의 기동성과 방공망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렉시 마케예프 주독 우크라이나 대사는 24일 "가까운 장래에 키예프(키이우)는 110대의 레오파드1 A5 전차(탱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을 위해 오랫동안 이를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결과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격 연기 발언을 하기 전에 '스톰 섀도' 미사일의 공여와 F-16 전투기 제공, 레오파드1 탱크의 인도 시기 등을 대충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F-16 전투기 조종사 훈련이 이미 4월부터 시작됐다는 미확인 정보도 흘러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격을 연기할 명분이 충분한 듯하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우려한 것은, 반격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이다. '너무나 많은 희생자'(젤렌스키 대통령 발언) 외에도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들은 키예프가 반격 작전을 통해 영토 수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한국식 정전'을 모델로 한 평화협상 개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예 워싱턴이 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림반도 등 러시아군에 점령된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되는 평화협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측은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승리에 대한 확신없이, 군대를 사지를 몰아넣을 수 있는 섣부른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지휘부에게 심각한 딜렘마가 될 것"이라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러-우크라 제 2차 협상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그렇다고 반격이 물건너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무기와 장비를 제공한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에게 '반격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격에 필요한 무기·장비는 거의 인도됐다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줄 거 다 줬으니, 이제 어떻게든 알아서 해보라"는 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NYT는 지난 6일 "러시아와 비교하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병력·군수 자원 자체가 압도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시간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썼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최근 수개월간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은 무기와 훈련, 탄약이 과연 전장에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최신 무기를 전장에서 직접 시험해볼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또 내년 말로 예정된 미 대통령 선거는 우크라이나 반격 성공의 필요 충분 조건이 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반격에 성공해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재선에 기여하는 게 최선이고, 잘못되면 민주당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공화당 정권이 들어설 게 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크라이나의 무거운 부담감은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등 주요 지휘부의 심경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4월 말 "우리 파트너와 우방국들 사이엔 반격에 대한 기대감이 과대평가되고, 과열되고 있다"며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람슈타인 회의에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레즈니코프 우크라 국방장관
재미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의 연기 이유중 하나가 러시아 '에어 폭탄'의 존재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다. '에어 폭탄'은 공대지 유도 미사일 UPAB-1500VE(러시아 표기로는 УПАБ-1500Б-Э)을 말한다. 유럽 최대 에어쇼로 꼽히는 모스크바 '막스-2019'(Московском авиационно-космическом салоне МАКС-2019, 2년에 한번씩 열린다)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3년만에 실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가 투하한 '에어 폭탄'은 최대 50km를 날아 목표물을 정확하게 때릴 수 있도록 위성 항법 시스템을 갖췄다. 무게는 1,500Kg, 탄두 무게만도 1,010kg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다.
스트라나 ua에 따르면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지난 8일 "에어 폭탄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키예프의 반격 계획을 재고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에어 폭탄은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지휘 장소나 병력및 군수물자의 집결 지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에어 폭탄'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병력과 물자를 최대한 넓게 분산시켜야 하고, 이는 반격 작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최근 한달 동안 하루에 최소 20개의 에어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며 "대부분 전선에서 40~48km 떨어진 곳에서 공격에 나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군 '에어 폭탄'인 공대지 '우빠브' УПАБ-1500Б-Э/사진출처:위키피디아
◇ 우크라 반격시 주요 루트는, 언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반격 루트는 대충 서너 곳으로 예측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그 주요 루트에 확고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는 게 미국의 상업 위성 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
가장 유력한 반격 루트는 역시, 자포로제에서 남하해 크림반도로 통하는 육로를 차단하고 동남쪽의 크림반도 수복에 나서는 길이다. 자포로제주(州)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지난해 독립을 선포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을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 교통로로, 러시아군이 현재 전체의 3분의 2가량을 점령하고 있다. 당연히(?) 러시아군은 이 곳에 광범위하고 강력한 방어 요새를 건설하고, 병력을 집중 배치시켜 놓고 있다.
그리고 이달 초에는 자포로제 최전선의 18개 마을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어린이 600명을 포함해 1천600여명이 곧바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대피령이 내려진 뒤 이곳 주유소에선 기름이, 슈퍼마켓에서는 상필품들이 바닥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이 떨어지는 등 '패닉(공황) 상태'가 빚어졌다고 한다. 발리츠키 친러 자포로제 주지사로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불가능설' 발언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2주일 뒤다.
하지만 러-우크라 언론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성동격서'(聲東擊西) 군사작전이 자주 거론된다. 자포로제 반격 루트는 '0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에서 거센 반격에 나설 듯이 연기를 피운 뒤, 러시아군이 방심한 북부 하리코프(히르키우)주를 전격적으로 손에 넣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심리적 교란작전에 허를 찔렸다는 게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의 사후 평가다.
헤르손의 안토노프스키 대교 밑에 설치한 부교로 철수하는 러시아군/영상 캡처
이번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비슷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엊그제 러시아군의 수중에 떨어진 격전지 '바흐무트'의 외곽 측면 공격이 강화되면서 더욱 그렇다. 스트라나.ua는 "다른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가하기 위해 러시아군을 바흐무트 전투로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러시아군 교란작전의 하나일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시점은 여전히 모호하다. 유출된 미 기밀 문건을 근거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4월 30일, 전승절인 5월 9일 개시될 것이라는 외신 전망이 나왔으나, 빗나갔다.
주목할 것은 깜짝 유럽 순방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그는 지난 14일 베를린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이 확보되는 즉시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소한의 것으로는 장갑차와 방공 시스템, 장거리 미사일, 155㎜구경의 포탄 등을 수량까지 열거했다. 또 "이제 몇 번 더 (외국을) 방문하면 끝난다"고 했다. 독일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27억 유로에 달하는 무기 지원 보따리를 풀었고, 미국은 히로시마에서 3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과 F-16 전투기 제공안을 제시했다. 즉시 반격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반격 시작"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일거에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전후방의 러시아 예비 전력과 군사 장비 등을 파괴하기 위해 작고 의미있는 공격을 산발적으로 여러 번 시도한 뒤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신은 이를 '예비 작전'이라고 불렀다. 바흐무트 측면을 향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나아가 키예프는 '예비 작전'에 나서면서 러시아 민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의 반란성 언행이 러시아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스트라나.ua는 "바흐무트 점령에 앞장선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규군간의 불화로 우크라이나는 의외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프리고진과 러시아군 지휘체계(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군참모장)의 갈등을 부추기는 심리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프리고진에게 달려 있다. 그는 바그너 전사들이 오는 26일부터 바흐무트를 철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유는 2개월여에 걸친 부대 재정비다. 그는 "바흐무트에 한 명의 바그너 전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바흐무트는 손쉽게 우크라이나군의 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바흐무트의 완전 점령을 선언하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동영상 캡처
러시아군도 최근들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9일 남부 자포로제 점령지를 시찰한 자리에서 "적의 (반격) 계획을 적시에 파악하고 그 실행을 막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찰 활동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또 적진에 이상한 동향이 파악되면 바로 공습에 들어간다. 스트라나.ua는 지난 9일 "러시아의 공습이 거의 매일 계속된다는 것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반격에 나설 병력과 군사 물자를 파괴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파악했다. 러시아군은 최근(18일~22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러시아군은 공습의 목표를 우크라이나 예비 군전력과 서방 제공 무기의 집결지, 유류 창고, 수송 루트 등의 무력화에 맞추고 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의 바딤 스키비츠키 대변인도 "러시아는 현재 우리의 의사 결정 센터와 병력및 물자 공급 경로, 탄약 보관소, 장비및 연료 저장고 등에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쏘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습 목표가 에너지 기반 시설 파괴에서 우리의 봄·여름 공세 계획을 방해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격의 승패는 우크라이나군의 '창'과 러시아의 '방패'에 의해 갈린다. 러시아의 '방패'는 더욱 크고 두터워졌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간의 전쟁 학습 효과로 개전 초기보다 한층 더 전술적이고 강해졌다는 평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왕립합동방위연구소(RUSI)는 지난 20일 발표한 러시아군 전력 평가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의 실수를 보완하면서 눈에 띄게 전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보병의 경우, 기존의 단일 대대 전술 그룹을 전문성을 지닌 부대들의 연합작전으로 바꿔 작전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했다. 또 러시아 장갑차는 주로 화력 지원용으로 나서고 상대의 위치 탐지를 막기 위해 열 발산을 막는 특수 위장포도 씌웠다. 러시아 포병은 152㎜ 곡사포에서 120㎜ 박격포로 바꿔 기동성을 강화했다. 러시아의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은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을 위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이 연구소는 내다봤다.
자포로제에 구축된 러시아 방어요새 위성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왕립 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전선을 따라 3단계 복합 장애물과 방어진지를 구축한 상태다. 러시아군 전자전 자산도, 최전선 10㎞당 최소한 하나의 전자 장비 시스템을 배치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격퇴에 나설 만큼 강력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손실은 한 달에 약 1만대에 이른다고 스트라나.ua는 밝혔다. 러시아군은 또 우크라이나의 256비트 모토로라 전술 통신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가로채고 해독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방공 시스템 또한, 주요 전투부대 인근에 배치돼 효율성이 배가됐다. 이전과 달리 전투부대와 상호 적절한 통신도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은 현재 부분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공격 차단에 성공했다.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국장은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력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지연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 보고서는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에게 여전히 전술적 우위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냈다. 우크라이나군이 기습적으로 러시아 방어 진지를 돌파하고, 진격하면 러시아군은 부대간 협력 체계와 결속력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의 기동성을 높이는 군용 차량/사진출처:우크라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국 왕립합동방위연구소보다 훨씬 더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블라디미르 가브릴로프 국방차관은 지난 8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시작하면, 러시아는 곧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서방의 첨단 군사장비와 높은 사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12월에는 크림반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던 분"이라고 스트라나.ua는 꼬집기도 했다.
보다 객관적인 분석은 영국 정보국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 나토주둔군 총사령관,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블로거 예브게니 베크레네프의 입에서 나온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정보국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러시아 연합군(러시아 정규군과 동원 예비군, 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 민병대, 바그너 그룹, 체첸전사 등)이 20만 명 이상으로, 약 70개의 전투 연대및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개전 초기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최대 37만명으로 봤다.
러시아군의 규모는 비슷하더라도, 질은 낮아졌다고 영국 정보국은 평가했다. 전투 의지가 약해졌고, 장비·탄약이 부족하거나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군도 다를 바 없다. 1,200km에 이르는 전선에 러시아가 유능하고 경험이 풍부한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느 한 곳에서 뚫릴 경우, 재빠르게 인근 지역에서 병력을 이동해 적을 격퇴하는 부대 운영 계획이 마련돼 있다.
러시아군의 포 공격/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카볼리 나토주둔군 총사령관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력을 크게 잃었다고 믿는다면, 이는 착각"이라며 "지상군에는 문제가 있지만, 러시아 공군은 100대 미만의 전투기, 폭격기를 잃었고 여전히 1,000여대가 더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해군 함대는 거의 손실을 입지 않았고, 항공우주군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눈길을 끈 것은 현지에서 '아르티 그린'(Artie Green)으로 잘 알려진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블로거 베크레네프의 전망이다. 그의 분석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가을 보여준 반격작전의 성과에 대한 미묘한 해석 차이에서 시작된다.
그는 지난 8일 현지 우크라이나 TV(우크라이나 TV 채널은 현재 전시 단일 프로그램 체제다/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에게 일부 피해를 입혔을 뿐, 하르코프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 곳에서 작전상 후퇴하는 러시아군을 지켜보았을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큰 군사적 패배를 안긴 경험은 아직 없다"며 "러시아군은 거의 매번 큰 손실을 보지 않고 군대를 뺐다"고 주장했다. "만약 러시아군이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면, 우크라이나군도 지난해 가을 영토 수복 과정에서 커다란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전쟁에서 공격과 방어의 (병력및 장비) 손실 비율은 3대1이다.
그는 장군급 지휘관들의 낮은 작전 능력도 향후 반격시 장애물의 하나로 봤다. "그들은 종종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토 수준에 맞춰 몇 년 더 지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베크레네프의 주장. 그는 "크림반도에서 군사적 성공도 가능하겠지만, 군 사령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은 실수가 계속되면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의 잠재력을 미리 다 써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쟁은 소모전 그 자체이며 영토 수복은 부차적인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으로, 독일은 제 1차세계대전에서 프랑스에 주둔하고 있을 때 항복했다"고 강조했다.
베크레네프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시 가장 우려되는 게 러시아군이 최근 몇 달간 꾸준히 전술적 위치를 방어중심적으로 개선해왔다는 사실을 들었다. 예를 들면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공략에 집착한 것도, 세베르스키 도네츠크-돈바스 운하(통칭 북 도네츠크 운하/편집자)의 전술적 특수성을 감안했다는 것. 이 운하가 바흐무트와 (서쪽의) '차소프 야르'를 통과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방어와 공격에 매우 편리한 곳인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을 미리 예측하고 이 운하의 장악에 매달렸다는 설명이다. 바흐무트의 전략적 중요성도 공격이냐, 방어냐의 군사작전상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하고, 군사작전을 공격에서 방어로 바꾼 상태에서 전쟁의 흐름이나 전황이 반격에 나설 우크라이나군에게 더 유리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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