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캠핑카&카라반을 '움직이는 집'이라고 부른다. 집은 모두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거실(캠핑카에서는 라운지 공간), 침실(메인 침대와 변환 침대), 부엌(싱크대+조리공간), 다용도실(적재수납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수와 주거 형태, 가족 구성원이 다르듯 캠핑카&카라반 = RV의 레이아웃도 모두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는 것이고 비싼 만큼 제대로 활용해 최고의 만족을 느끼는 것이 좋다.
의외로 본인이 선택한 RV의 특성 파악과 사용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 활용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이 캠핑카, 캠핑카 노래를 부르니 '나도 사야 하나'라며 편승한 경우일 것이다.
스타리아 베이스 아클란 S 실내
잠만 잘 것이라면 일반적인 자동차의 2배 가격을 주고 굳이 캠핑카를 살 이유는 없다. 차라리 크고 넓고 안락한 대형 SUV를 타고 호텔에 가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자동차가 편하고 호텔의 쾌적함이 좋더라도 한두 번이 아닌 생활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캠핑이란 활동은 도심 속의 일상생활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약간은 불편할 수 있고 때로는 의외의 복병과 예기치 못한 자연현상까지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타인들의 시선과 사회적인 인식, 편견의 벽과도 부딪치게 된다.
카라반과 달리, 캠핑카는 자동차의 범주에 속한다. 아무리 외형이 캠핑카라도 자동차의 특성을 기본으로 하며 정해진 승차 인원과 제한된 생활공간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에게는 넓고 아늑한 작은 집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가구 몇 개 얹어놓은 비싼 자동차로 보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직접 살고 있다면 주어진 공간 내에서 활용 방법을 익히게 되지만 살지 않는 제3자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산 속에서 1인용 백패킹 텐트 하나가 주는 쉘터의 느낌과 지나가던 사람이 바라본 작고 보잘 것 없는 1인용 텐트는 완전히 다르다.
자, 본격적으로 캠핑카 활용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해보자. '뭐야, 가스버너도 없고 좁아 보이는데 여기서 뭘 할 수 있겠어?',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캠핑카를 타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최근 제작된 캠핑카는 대부분 가스를 제외하고 전기 인덕션 혹은 전자레인지를 설치하거나 휴대용 버너를 활용할 공간만 갖추고 있다. 가스 사용에 대한 검사, 폭발, 화재 등의 이유로 조리 공간에 대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요리를 했다면 설거지를 위한 싱크대는 필수이다.
여기서부터가 가정집 vs 캠핑카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캠핑카에서 물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물을 청수 탱크에 보충해야 하고 사용한 만큼 외부로 배출되거나 별도의 오수탱크에 담기는 구조이다. 가정집에서는 물 사용에 있어 흐르는 물에 채소도 씻고 그릇도 맘대로 씻지만 이런 습관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엄청난 양의 물과 오수가 발생된다.
실제 알비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식습관, 메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옵션(청수 탱크 용량과 오수 탱크의 용량을 늘림)을 통해서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청수 공급과 오ㆍ폐수 처리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캠핑장의 개수대 공간을 활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오ㆍ폐수 처리, 물 사용에 대한 문제는 알비어의 생활습관을 바꿀 수도 있다. 야외에서 4인 가족 기준 40리터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얼굴 씻고 양치질하는데 2리터x4인, 설거지에 10리터, 화장실 사용에 4리터, 조리 시 10리터 등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나올 것이다. 아껴 쓰거나 캠핑장 시설을 사용하거나 자주 채우고 비우거나 선택은 본인과 환경적인 영향을 따르면 된다. 물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는 모든 활동을 바꾸게 된다.
캠핑카에는 제한된 사용 조건이 따른다. 배터리의 용량, 물 사용, 오수탱크의 용량, 난방 시스템을 포함해 1박 2일 혹은 2박 3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공간과 무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가정집의 전기 용량과 캠핑카의 전체 전기 사용량이 같을 수는 없다. 캠핑장에서 220v를 연결한다면 비슷하겠지만 캠핑카는 220v를 연결하지 않고도 며칠을 버틸 수 있도록 시스템이 이동형 + 가정집의 하이브리드 체계로 구성된다. 외부 전기 인입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 태양광 충전, 주행 충전, 한전 충전, 외부 발전기 등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구성되며 배터리의 용량만큼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1~100%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캠핑카의 난방 시스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카라반은 10kg 가스통에서 히터 난방, 요리, 냉장고 등을 사용하는 반면, 캠핑카는 무시동 히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무시동 히터의 효율성이 좋아도 사용 시간과 온도에는 제한이 따른다. 의외로 만족도는 높다. 대신 외부 온도와 실내 온도 조절에 대한 노하우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결로, 소음은 물론 토출구의 방향에 따라 온도 차이는 감안해야 한다. 공간이 작을수록 난방 효과는 뛰어나지만 불편할 것이고 공간이 크다면 쾌적하지만 어느 부분은 추울 수 있다.
캠핑카, 카라반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난방보다 냉방에 있다. 제작사, 모델 별로 큰 편차를 보이겠지만 단열이 뛰어난 캠핑카는 냉방, 난방 효과도 좋다. 이 미묘한 차이는 직접 느껴보아야 비교가 가능한 부분이다. 한 여름 땡볕에서 48시간 정도를 지냈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외부의 아스팔트가 아무리 뜨거워도 그늘진 실내는 시원한 모델이 있는 반면, 그럴듯한 외형이지만 푹푹 찌는 찜통 모델도 있다. 캠핑 경험이 많은 알비어라면 세팅 시, 출입구 반대편이 태양을 향하도록 세팅을 했을지 모른다. 하루 종일 태양이 비추어도 출입구쪽, 세팅되는 곳은 그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캠핑장 사이트 영향으로 이런 세팅이 안될 경우, 어닝과 스크린 등 다양한 악세서리가 도움이 된다. 여기에 맥스팬, 환기창은 도움이 될 것이고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바람이 통하도록 한다면 시원함마저 들 것이다.
선풍기나 써큘을 돌리다가도 안 된다면 모든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야 한다. 220v가 공급된다면 온도 조절을 통해 시원함은 배가 되겠지만 배터리로 에어컨을 하루 종일 돌리기는 무리이다. 아무리 배터리 용량을 맥스로 채워도 에어컨을 온종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차량에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돌리는 것은 더더욱..., 장소를 바꾸어 나무 아래 그늘을 찾거나 바람이 부는 곳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캠핑카와 카라반을 운용하는데 있어 화장실, 샤워실 사용을 빼놓으면 50%를 접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화장실과 샤워실은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된다. 물론 화장실 뒤처리 관련 사항은 호불호가 나뉠지 몰라도 아이들이 있는 집이나 깨끗한 화장실, 샤워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동식 화장실의 존재는 차박과 숙소의 차이만큼이나 큰 영향을 준다.
앞서 서론에 언급했듯 물 관련된 사항은 언제나 알비어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물 공급과 처리는 본인의 노하우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인데 무조건 양을 늘리기 보다는 습관과 사용 패턴을 바꾸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쿠아롤 40리터 한 통을 받아서 샤워에 다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에 샤워에 사용했다면 오수 탱크에 40리터의 물이 차있을 것이다. 40리터는 생수 10병과 동일한 무게를 갖는다. 오수 탱크에 가득 찬 물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얼마나 무거운지... 아무리 오수 탱크가 크다고 해도 캠핑장을 제외하고 야외에서 40리터의 물을 구하고 정해진 배출 장소에 비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야외 화장실 혹은 개수대 아래 배수관에 비우거나 외부 오수관에 비우는 것이 최선책이다. 우수관은 빗물이 지나다니는 통로이므로 오수관과는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수관과 우수관이 동일한 라인을 거칠 수 있지만 비누거품이 있다거나 설거지로 인한 찌꺼기가 있다면 비워서는 안된다.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기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화장실 변기의 내용물은 별도의 카세트로 가므로 오수 탱크와는 전혀 무관하다
필자가 가끔 행락객이라 부르는 사람 중에 캠핑카, 카라반을 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동차로서 캠핑카를 타는 사람이지 캠핑, 알빙을 위한 기본 인식과 지식이 없는 부류이다. 사용 후의 물, 오수가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오수 탱크를 받치지 않고 그대로 흘려 보낼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듯 배수구에 긴 호스를 끼워 흘려 보내는 편법도 쓸 것이다.
누군가 지적을 한다면 '넘쳤네요'라며 빙계를 댈 것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당연하게 그 행동을 반복할지 모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가끔 캠핑카, 카라반의 하단으로 물이 흐른다고 해서 모두가 오수는 아니란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또한 오수를 화장실에서 나오는 내용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화장실의 내용물은 별도의 카세트라는 전용 탱크에 보관되므로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캠핑카, 카라반에 보관되었던 물, 청수는 알빙을 끝낸 후에는 비우고 운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 이유로 남은 잔수를 비우는 것이지 오수는 아니란 점이다. 대부분 청수탱크 하단에 밸브가 있어 물 배출이 된다. 오수는 RV의 끝 지점 혹은 오수 탱크 주변에 밸브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단 한 방울의 오수라도 흘리면 안 된다. 그만큼 신경 쓰라는 의미이다.
해외의 RV 전용 사이트와 달리 국내에는 RV를 위한 오수, 화장실 배출에 관련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카라반은 아쿠아롤 + 웨이스트 마스터(오수통)를 사용하는 반면 캠핑카는 청수탱크와 오수 탱크를 내부에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용물이 차면 비워야 한다.
오수관, 배수관에 비우기 위해 10리터 전후 사이즈의 접는 물통을 준비하기도 하고 20리터 말통을 활용하기도 한다. 조금씩 비우는 것이 유리한데 그만큼 자주 움직여야 한다. 귀찮아서, 게을러서, 힘들어서 이 과정을 생략할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알빙을 멈추길 바란다.
카라반 유저 중에는 200리터의 물을 싣고 와서 사용 후 수중 펌프를 활용해 별도의 오수 탱크로 옮겨오는 사람도 있다. 청수 200리터, 오수 200리터 공간만 있다면 좋은 아이디어긴 하지만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노하우이다. 알빙 경험치가 높은 고수라면 우리 가족이 대략 어느 정도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기준치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 생수를 사서 먹고 요리하는데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2리터 6개 묶음으로 알빙은 끝날 것이다. 마트 기준 3~6천원선이면 마시는 식수는 해결된다. 짧은 알빙을 마치고 설거지 거리를 집으로 가지고 온다면 물 사용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캠핑카를 타고 나가면 삼시세끼를 다 해먹을 것 같지만 새로운 지역에도 먹고 구경할 것은 너무나도 많다. 아침 정도만 해결하고 주변을 돌아보다 점심을 먹고 맛집에서 산 별미를 사와 저녁을 해결한다면 의외로 편안하고 비용도 줄어든다. 사먹은 가격이나 만들어 먹는 비용이나 거기서 거기이다.
매번 고기를 굽고 장작을 피우고 밥을 해 먹는 것도 식상해질 수 있다. 점점 노하우가 쌓이면 간단하게 먹고 주변 구경이나 취미 활동 혹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게 많이 다녀본 사람과 막연한 캠핑의 차이일지 모른다.
캠핑카와 카라반의 차이를 이해하기 바란다. 카라반은 적재 공간이 넓고 비어있는 공간도 많다. 하지만 캠핑카는 사이즈가 크지 않으면 적재, 수납 공간이 제한적이다. 사람이 모두 타고 적재를 할수록 무게가 늘어나 운행 시 캠핑카에 피로도가 쌓인다. 물까지 싣고 다니면 물 공급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지만 운행 시 상당히 위험해진다.
편의를 위해 추가적으로 늘린 옵션이 많을수록 캠핑카의 수명은 짧아진다. 안 그래도 무거운 캠핑카에 하중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국내 소형 캠핑카는 베이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이즈를 맥스로 키웠다.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보강 작업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성능 개선이 되지 않는 한 불리한 조건이다.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트, 차박, 캠핑보다는 많은 것을 갖추었기 때문에 비교불가의 만족도를 전할 것이다. 경량화, 생활습관, 물, 전기 사용량, 여행 패턴을 바꾼다면 안전하면서도 자연을 생각하는 바람직한 취미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 채우기 보다 비울수록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생각의 차이이지 옵션의 차이가 아니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안전을 위한 사용자 매뉴얼을 준수하고 과속, 과적을 벗어나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올바른 알빙 문화가 대한민국에 정착되길 바라본다.
'아무리 고가의 캠핑카라도 집보다 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집만큼 편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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