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 넘어 리빙텔 301호를 나왔다.
1층 입구를 나가 계단을 내려가려고 서성이는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 안녕하세요.
소리나는 곳을 보니, 꼭 30년 전에 처음 본 여자다. 새로 이사 온 아파트 입주민으로.
그녀는 대학생, 나는 그녀보다 열살 쯤 많은 아이 둘 낳은 30대 초반 여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웃이라 간간히 만났다. 그녀는 늘 목소리가 맑고 미소가 고왔다.
그 맑은 목소리가 여전하다.
-- 반가워요.
하며 보니, 그녀는 친정아버지를 부축하고 걷는 중이다.
--아버지가 아프셔서 병원에서 진료받고 오는 중이에요.
그녀의 아버지는 아파트 30년 이웃이다. 그녀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에 이사를 갔으니까, 나는
그녀의 부모님과 더 잘 안다.
내가 오래 살던 곳에서 이사온지 열달 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몰라보게 야위었다. 깜짝놀랐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암투병 중인걸 들어알아, 안부를 물으려다 잠시 주춤했다. 혹시 그동안 변고가 있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어머니는 나으셨어요?
-예, 좋아지셨어요.
나이들어도 그녀는 여전히 맑고 순하다.
-인사도 못드리고 이사왔어요, 말하자
-집에서 다른 분이 나오셔서 이사가신걸 알았어요, 한다.
그녀 아버지의 연세를 정확히 모르지만, 그녀가 50대 초반이니, 70대 중후반이나 80초반이실 텐데,
1년도 안되는 사이 너무 많이 달라져 나는 놀랐다.
노화를 거스를 수가 없는 거구나. 인생은 절대 인간의 시간대로 살아지지가 않는 거구나, 생각하는데,
어르신이 길에서 서있는 것이 힘이 드신듯하다.
살뜰하게 인사도 못 나누고, 어서 가시라고 헤어졌다.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뵙고.. 길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노화를 어찌할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