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시승했다. 전장이 5.4미터에 달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중형으로 분류된다. 더 큰 실버라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화에 걸맞게 적재용량은 물론이고 견인력도 중시하고 있다. 더불어 도심형에서의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도 강조하고 있는 모델이다. 선이 굵고 투박하면서도 미국식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다. 쉐보레 콜로라도 3.6 V6 가솔린 4WD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한국에도 본격적인 픽업트럭 시장이 형성될까?
쌍용이 코란도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로 개척해 온 한국의 픽업트럭 시장에 미국산 픽업 트럭이 뛰어 들었다. 한국시장 픽업 트럭 규모는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대수 그대로다. 코란도 스포츠 시절에는 연간 판매대수가 2만~2만 5,000대 수준이었으나 렉스턴 스포츠로 바뀐 2018년에는 4만 2,000대 가량이 팔렸다. 2018년 쌍용자동차의 연간 내수 시장 판매대수가 10만 6,20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렉스턴 스포츠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판매대수보다 더 중요한 내용은 렉스턴 스포츠가 쌍용자동차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쉐보레가 콜로라도로 이 시장에 가세했고 가을에는 포드 레인저도 들어온다. 둘 다 미국 기준 중형에 속한다. 과연 이들의 등장으로 픽업트럭 시장의 파이가 커질지 아니면 나눠 먹기가 될지 아직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은 한국시장 소비자들의 편식 때문이다. 아직은 세단과 SUV 중심의 시장이라는 얘기이다.
한국시장은 왜건과 해치백이 안되고 자연환경 탓도 있겠지만 컨버터블도 틈새 시장 모델로만 존재한다. 그나마 미니밴이 기아 카니발의 활약으로 나름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카니발보다 적은 판매량으로 고군 분투해 왔다. 독자적으로 한국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올 초에는 적재 용량을 늘린 스포츠 칸을 내놓았다.
그런데 픽업 트럭의 본고장에서 숙성되어 온 모델들이 뛰어 들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트럭의 나라다. 여기에서 트럭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식 표현으로는 라이트 트럭으로 픽업 트럭과 SUV를 일컫는다. 미국시장에서 라이트 트럭은 세단과 50 : 50 의 수준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해 왔으나 최근에는 세단의 비율이 35% 수준까지 떨어지며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시장에서 라이트 트럭은 자동차회사들의 로비에 의해 세단과 달리 세제 혜택을 받게 되면서부터 시장이 커졌다. 무엇보다 농업국가(지금도 미국 25개 주는 농업이 주업이다)인 미국이라는 환경이 이런 대형차의 득세를 가능하게 했다. 더불어 배달에 관한 문화 차이도 큰 몫을 했다. 미국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한국처럼 배달이 원칙이 아니다. 배달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직접 가지고 간다. 그 때 필요한 것이 대형 SUV이고 픽업 트럭이다.
석유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면 세단과 하이브리드 등이 더 많이 팔리기도 했다가 기름값이 떨어지면 라이트 트럭이 득세를 한다. 미국시장 베스트 톱10 모델 중 1위부터 3위까지가 포드 F시리즈 등 대형 픽업 트럭이다. 그 중 포드 F시리즈는 2007년 97만대까지 판매된 적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곤두박질쳤다가 2018년에 90만대선을 회복했다. 콜로라도는 13만여대가 팔려 픽업트럭 6위를 기록한 모델이다. 이에 비해 세단 1위는 토요타 캠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가장 잘 팔렸을 때가 40만대 초반이었고 지금은 3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혼다 어코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시장에서는 픽업 트럭을 구분할 때 차명도 중요하지만 싱글캡, 더블캡, 익스텐디드캡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2열 시트가 있는 모델을 더블 캡이라고 한다.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를 염두에 둔 모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젊은 청춘이 이성 교제를 할 때 픽업 트럭을 소유하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매력도가 달라진다. 그냥 농사할 때 사용하는 단순한 짐차의 개념을 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장에서도 과연 그런 개념으로 픽업 트럭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앞으로 픽업 트럭 3파전을 통해 확인될 것이다. 크로스오버 못지 않게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가 관건이다.
Exterior
우선은 크기이다. 전장이 5,415mm, 휠 베이스가 3,258mm다. 렉스턴 스포츠칸이 각각 5,405mm, 3,210mm다. 스포츠칸이 그렇듯이 SUV와는 다른 크기로 다가온다. 전장에 비해 전폭은 1,885로 넓지는 않다. 전체적으로는 선이 굵은 스타일링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는 미국 내 픽업 트럭들의 공통점이다. 세련미보다는 터프함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승차는 익스트림X로 앞 얼굴에서는 LED 블랙 보타이가 중심을 잡고 있다. 지금은 말리부의 스타일링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미국 색깔이 약간 줄었지만 픽업 트럭은 미국차 특유의 선과 면이 그대로 살아 있다.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두툼한 크롬 바와 좌우 헤드램프 형상은 LED시대의 그래픽과는 거리가 있다. 높은 후드라인으로 인한 이미지도 강한 성격을 표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나마 범퍼가 크게 돌출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5마일 범퍼를 생각나게 한다.
측면에서는 카울 앞쪽과 캐빈, 베드 등 3분할이 뚜렷하다. 세부적으로 라운드화된 엣지 처리가 있기는 하지만 완고한 이미지이다. 그래도 도어 패널 아래쪽 캐릭터 라인을 삽입한 것 등으로 엑센트를 주고 있다.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거대한 사각 형태의 휠 하우스와 아치이다. 볼륨감 넘치는 휠 아치가 터프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크기에 비해 휠은 17인치이다. 차체에 비해 휠의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올터레인 타이어의 채용으로 강한 이미지가 강조되어 있다. 오프로드 사이드 스탭도 있다.
뒤쪽에서는 아래쪽으로 편평하게 열리는 테일 게이트가 눈길을 끈다. 손잡이를 당기면 가볍게, 그러면서도 천천히 열린다. 그 좌우로 별도의 발 받침 홈이 있는 것과 게이트 윗 부분에 작은 홈 있는 것은 이 차의 용도를 감안한 작은 배려다. 게이트를 닫으면 보우타이를 중심으로 간결한 구성이다. 범퍼 아래쪽에 날개 모양의 가니시로 엑센트를 주고 있다. 좌우로 긴 라인과 수직으로 세운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로 인해 넓이가 강조되어 보인다.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차체 크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미지이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을 통해 독창성을 만들기보다는 터프한 선과 면으로 강인함을 표현하고 있다. 차체 아래쪽에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승용차나 SUV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적재함을 위한 카고 램프라든가 베드 부분의 부식 방지처리 등이 그것이다. 플랫폼은 보디 온 프레임 타입으로 견인력을 중시한 것은 미국에서는 중시되는 부분이다. 적재함 부분에 하드톱을 많이 씌우는 렉스톤 스포츠와 달리 미국의 도로 위를 달리는 픽업트럭은 대부분 오픈 상태로 이용된다. 차체 앞 뒤 부분에 견인을 위한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여겨질지는 미지수다.
Interior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레이아웃은 오늘날 등장하는 세단과 SUV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느낌상으로는 아날로그 감각이 더 강하다. 무난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는 SUV인 트래버스와 마찬가지인데 센터 페시아 가운데 8인치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창이 메탈 프레임 때문인지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시장에 출시되는 SUV나 세단들에 비하면 커넥티비티 기능은 조금 약하게 느껴진다.
그 아래 오디오 패널과 공조 시스템 패널 등으로 인해 디지털 감각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더 강조되어 보인다. 프리미엄 BOSE 스피커가 돋 보이는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내비게이션과 BOSE 프리미엄 스피커는 패키지 옵션이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림은 두툼하다. 좌우 스포크상의 리모콘 버튼도 특별하지는 않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아날로그 타입이다. 가운데에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4.2인치 수퍼비전 클러스터가 있다.
실렉터 레버 주변의 구성도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다. P, R, N, D에 L 까지 있다. L은 수동 모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렉터 레버 왼쪽 + - 버튼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쉐보레는 이 방식에 나름 고집이 있어 보인다. 차 뒤쪽을 카메라로 촬영해 보여 주는 ECM 룸미러도 채용되어 있다.
시트는 5인승. 슬라이딩은 전동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시트백은 수동으로 조절한다. 전동 럼버 서포트 기능이 있다. 가죽 시트의 착좌감은 탄탄한 편이다. 특히 쿠션 부분은 약간 솟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주행하다 보면 크게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리어 시트는 60 : 40 접이식. 적재함 부분이 막혀있어 SUV나 세단과는 용도가 한정적이다. 탑승용으로서는 넉넉한 공간이다. 시트 쿠션 아래 별도의 수납함이 있다. 뒤쪽 윈도우 가운데 부분을 여닫이식으로 한 것도 이런 장르의 차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649cc V6 DOHC 직분사 가솔린으로 최고출력 312ps/6,800rpm, 최대토크 38.0kgm/4,000rpm을 발휘한다. 출력 대비 중량이 6.5kg/ps로 일상적인 사용에는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시각적인 크기에 비해 중량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 짐을 실었을 때나 트레일러를 연결했을 때의 거동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평가가 필요하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AT. GM은 변속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한다. 캐딜락 CT6등을 통해 선보인 능동형 연료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상황에 따라 실린더 4개만 활성화해 연비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구동방식은 뒷바퀴 굴림방식이 기본이다. 시승차는 익스트림 X로 오토트랙 액티브 4Ⅹ4라고 하는 4WD가 채용되어 있다. AUTO모드를 기본으로 2H, 4H, 4L모드가 있으며 파트 타임 4WD로도 사용할 수 있다. 리어 디퍼렌셜 록 기능은 LSD뿐 아니라 좌우 바퀴의 트랙션 차이가 클 때 차동 기어를 자동으로 잠그는 차동 잠금 기능도 채용되어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것이 오히려 생소하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 부근. 엔진회전계에 레드존 표시는 없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7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5km/h에서 2단, 90km/h에서 3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감이 강력하지는 않다. 토크 수치가 낮아도 적재함에 짐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가속감도 무난한 수준이다. 두터운 토크감으로 치고 나가는 디젤 엔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약간은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환경을 감안하면 파워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소음은 한국시장의 사용자들에게는 약간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통상적인 감각의 주행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가속시 엔진음의 침입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또한 고속에서의 바람 가르는 소리도 약간 있다. 역으로 이 차가 오픈 베드가 있는 트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용한 편에 속한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리프 스프링.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그런데 노면의 요철에 대해서는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올터레인 타이어로 인한 것이다. 포장도로의 상태가 좋으면 문제가 없지만 요철이 많으면 그것을 그대로 시트에 전달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오늘날 등장하는 모노코크 플랫폼의 SUV나 세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록 투 록 3.1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언더 스티어. 4H 상태인데도 언더 스티어 현상이 뚜렷하다. 헤어핀이나 코너링시 무게 중심이 높은 차의 특성이 나타난다. 타이어의 접지력도 일반 승용차용과는 다르다. 코너링에서는 약간 비명을 지르며 원심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 차를 그런 식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할 수도 있다. 그렇게 과격하게 운전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차라는 얘기이다.
ADAS기능은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이탈 경고장치, 전방 충돌 경고장치, 후방 주차 보조장치 정도가 채용되어 있다. 긴급 제동시 제동력을 보조하는 BAS도 있다. 에어백은 6개다.
콜로라도는 트럭의 나라 미국시장에서 숙성되어 온 픽업 트럭이다. SUV보다 훨씬 여유있는 적재 공간과 오픈 베드로 인한 다양한 용도뿐 아니라 이런 장르의 차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위한 배려가 다르다. 거기에 패밀리카로서의 사용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미국산 픽업트럭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콜로라도는 수입차인데 기존 한국GM의 AS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도 3,855만원부터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화물차의 세금이 적용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어쨌거나 쌍용의 입장에서는 분명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감각 등 인테리어에서는 렉스턴 스포츠가 우위에 있지만 픽업 트럭이라는 장르로 한정한다면 콜로라도가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시장에서 나눠먹기 싸움이 될지 파이를 키울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