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둥지튼무좀
전주안골노인복지관 ; 소 순 원
테니스를 3게임 했더니, 힘들어서 약속을 핑계로 귀가하는 중이었다. 테니스를 잘하던 여성 한 사람이 쉬고 있던 순간에 양말을 벗고 발가락 사이사이에 솜뭉치를 끼워 넣고 있었다. 그 활동을 무심코바라보던 나를 발견한 그 여자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그 여성의 게으른 습성을 훔쳐보며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훔쳐보는 치한이 된 순간이었다.
이곳 전북대 학생동아리 테니스장은 학생들이 학업중인 매일 오전마다 여자들의 천국이다. 테니스 잘 하는 여자, 착한 남편과 살고 있는 여자, 유복한 여자, 테니스 동아리활동에 푹 빠진 여자, 부지런한 여자, 건강하게 살려는 여자들이 다 이 테니스장에 모여들어 건전하게 여가를 즐긴다.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유형에 속하는 여자일까?'
여자들 테니스 동아리는 갖가지 재미가 넘친다. 귤, 떡, 두유, 파인애플 등 음식잔치가 벌어지기도 하고, 갖가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대화의 장이기도 하다. 즐겁게 운동하고 유쾌하게 자유를 누리며 취미활동을 하는 테니스 모임은 기쁨과 자유를 누리는 여가활동이다. 다만 남편이나 시부님 등 시댁 식구들의 험담을 화재에 올리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아뿔싸 나라는 노인이 그 여인의 치부를 바라보고, 젊은 여자들의 테니스 동아리가 이러쿵 저러쿵하다는 사설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테니스 동아리 여자들이 이 글을 접한다면 망령든 늙은이가 그녀들의 활동상을 스케치한 나를 할 일 없는 늙은이라고 비아냥거릴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양말을 벗고 발을 씻었더니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발톱무좀이 번창하는 중이었다. 동상 같은 딱딱한 붉은 반점도 번져가고 있었다. 또 왼발 새끼발가락과 넷째 발가락에도 무좀이 번지고 있었다. 남의 눈 속의 티끌은 잘도 찾아내면서 제 눈 속의 대들보는 느끼지도 못한 바보인 셈이다.
수필과 시창작반에서 공부하고, 테니스와 바둑, 탁구 등의 활동이 내 생활에 무리였다고 느껴졌지만 활동량을 줄여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2회 이상 발을 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커녕 하루에 한 번이라도 발과 발가락 새를 씻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나태하고 게으른 생활태도가 발가락 무좀과 발가락 새 무름병을 촉발시킨 원인이였다.
외과병원에 들렀더니 가위로 무좀 든 발톱을 과감하게 잘라내 버렸다. 깨끗이 씻고 처방해준 약을 바르고 햇볕에 건조시키는 활동을 수차례 꾸준히 실행하라 하였다. 처방에 따라 치유 중이지만 아직도 게으른 타성이 남아 있어서 완치되지 않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시청해 보면 추운 겨울이라도 자주 목욕하기, 머리감기, 세수하기 등을 하는 활동이 자주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일련의 생활습관이 병마를 퇴치하는 방법이고, 건강을 증진하는 생활태도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운동 후에 목욕하거나 땀을 씻어내는 습관을 길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씻어내지 않은 먼지와 땀은 무좀, 발가락 새 헐기 등의 질병을 유발시키고 혈액순환에 지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몸에서 쉰내 같은 불쾌한 악취를 풍기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항상 마음에 새겨둬야 한다.
몸이 피곤하다고 게으름을 피웠던 얼마동안의 생활이 내 몸의 두세 곳에서 트집을 잡아 내 몸을 어장내고 있었다. 청결활동을 등한시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생활태도는 건강을 망치는 습관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게으른 습관은 언제든지 인생을 파장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항상 건강하고 스마트한 모습을 유지하는 분들은 그만큼 부지런하게 몸을 가꾸고, 운동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하루라도 젊은 날에 로션과 스킨도 얼굴에 바르고, 단정한 내 자신의 모습을 가꿔갈 필요성은 언제든지 유효하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영화나 각종 광고에서 멋진 모습을 보였던 스타들이 늙고 초췌한 늙은이가 되어 등장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큰 실망감이 느껴지듯 사람들은 누구나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배우일 수 있다. 이웃 사람들에게, 친구들에게, 생활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한 번 사는 인생 이니 만큼 좀 더 단아한 모습, 단정한 이미지로 살아가려면 그만큼 신경 쓰고, 제 몸을 자주 씻어 몸 가짐을 단정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좀 더 부지런한 생활태도를 지녀야 가능한 일이다.
저 여자는 게으름을 피운다. 저 남자는 거지같다고 흉보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허물을 찾아내어 고치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스마트한 외모를 가꾸며 생활하는 분들을 접할 때마다 내 몸가짐을 단정히 하리라 다짐해 본다. 자주 씻는 습관은 나 자신이 개운해서 좋고, 주변이나 이웃 사람들에게도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2019.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