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暴炎)
오면 가고 가면 오는 것이 인연이고 세상 삶의 이치런가. 올여름 그렇게도 무더위로 기승을 부리더니 말없이 사라졌다. 예년에 비해 더위가 한 달이나 떠나지 않고 머물렀다. 그런 폭염도 한줄기 소나기에 굴복하며 다시 오마하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하고 쉬 잊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한국 더위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멀리 떠난다며 작별의 기별이 왔다. 이웃의 삼 형제가 모여 송별연이라도 해야지 하고 의논했다. 일흔의 세월을 견디며 살았는데 이제 떠나면 언제 오려나 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작별 인사의 내용인즉 “아쉽지만, 여러분과 함께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한국을 떠나려 합니다. <중략>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힘들고 괴롭고 지친 여러분에게 무한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저도 막상 떠나려 하니 마음은 내키지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심정 아프기만 합니다. 폭염 올림.”이라고 했다.
참 위트 넘치는 표현이 아닌가. 깜박 속을뻔했는데 마지막에 ‘폭염’ 올림이라는 말에 한바탕 껄껄 웃고 멀리 떠난 폭염을 생각하며 시원한 맥주잔을 들고 ‘적반하장’을 외치며 부딪혔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맛은 여름 더위만큼이나 진하였다. 더위도 물러갔으니 주말에 도보 순례의 길을 의논하고 헤어졌다.
아침에 운동하러 자전거로 이동했다. 그동안 시원했던 기류가 돌변한 듯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경기하고 나면 옷이 푹 젖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렇게 기후가 돌변하다니 ‘생태 위기’를 떠올리며 의아하기만 했다. 이렇게 기온이 급변하다니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생태계는 창조주가 만든 모든 피조물의 조화로운 관계이며 서로 돌봄의 관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연을 마구 훼손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015년에 <찬미 받으소서>의 생태 회칙을 내놓았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돌아보며 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함께 돌보자는 말씀이다.
지구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온도가 상승하며 이상 기온을 일으키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으리라. 21세기에 생태 위기를 인식하고 지구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는 탄소중립으로 탄소(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생활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줄이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 지구의 자연이 궤멸하면 인간도 함께 사라진다니 얼마나 우리 인간의 죄가 큰지 뉘우치며 자연과 더불어 상생의 길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