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한국개발원 교수는 손학규 민주당 때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의 초석을 다졌다. 그러나, 그 업적 때문에 4.11총선에서 친노핵심지도부의 견제를 받아 공천조차 받지 못햇다. 공천 배제 과정을 보면, 얼마나 비인격적으로 모욕을 받으면서 배척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놀라운 점은 당시의 민주통합당핵심지도부가 경제민주화 반대세력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는 거다. 다음은 유종일 교수가 15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옮깁니다.
제가 지난 4.11 총선을 개인적으로 정리하면서 저의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조금 길지만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저 유종일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드립니다.
어느새 총선이 끝나고 한 달이 넘었습니다. 저 때문에 많이 마음 아프셨고, 안타까우셨고, 화도 나셨을 줄 압니다만, 이제는 제가 말씀 드리는 것 차분하게 곱씹어주실 수 있겠지요. 두려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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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정치에 나서게 된 동기와 배경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신체제와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고, 외국금융자본의 횡포와 국내재벌의 탐욕에도 맞서 싸우고, 이런 식으로 인생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특히 저는 경제학자로서 한국경제가 왜곡되어 성장은 하는데 민생은 어려워지고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어가는 모순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태어난 환경 때문에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경제적 궁핍 때문에 비참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제도와 정책을 연구했습니다. 저는 그 답을 경제민주화에서 찾았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직에 있다가 13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김대중 정부의 탄생과 IMF위기라는 두개의 큰 사건을 맞이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탄생은 정치민주화의 도약을 가져왔지만, IMF위기는 경제민주화의 후퇴를 불러왔습니다. 이후 민주정부 10년간 경제정책이 재벌과 관료의 손에서 왜곡되고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보며 저는 비판의 칼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길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저를 노골적으로 탄압한 것이 한 가지 동기였고, 제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경제민주화가 화급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 또 한 가지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제 고향 전북에 대한 애정과 호남정치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또 저를 자극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직에 도전했던 것이나 지난 4.11 총선에서 전주 덕진구의 경선에 참여했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다음은 제가 공천과정에서 전주를 떠나게 된 사연과 소위 "전략낙천"을 당하게 된 경위입니다.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제가 뒤끝이 있어서 혹은 누굴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시기 때문이며, 또한 민주당과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밝힐 것은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 아직은 관계자들의 실명을 포함해서 모든 사실을 다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제가 덕진구 경선을 포기하게 된 배경입니다. 당 지도부 관계자들은 제가 경선을 하면 질 것이라고, 그러니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여러 번 저를 압박했습니다. 제가 현지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주장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한편 전략공천 혹은 단수공천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일들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3월 5일 새벽의 압박 작전이 있었습니다. 최고위원회에 참석 중이던 지도부 인사가 새벽 세시에 전화를 해서 "공심위가 경선을 결정했는데 경선을 해서 떨어지면 구제방안이 없으니 수도권 전략공천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저를 돕고 있는 사람들과 의논해야 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당장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저에게 경선에 대한 불안감과 전략 혹은 단수공천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조성해놓은 상태에서 저를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것입니다. 사후에 알게 되었지만 당의 실권을 쥔 일부 인사들이 처음부터 저를 덕진에서 빼내고자 작정했다고 합니다.
저는 괴로웠습니다. 경제민주화의 대의를 위해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는 곧 전주의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었습니다. 저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제가 정치초년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 속에서 궁지에 몰려 힘겨운 결정을 하게 된 것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제게 서울 중구 혹은 동대문갑 중에서 정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후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수많은 지역구에 저를 거론하면서 시간만 끌다가 저를 공천하지 않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제게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 외에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천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저도 궁금합니다. 박영선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을 지목했고, 그것이 재벌과 연결된 세력임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정치권 내부의 반대세력 역할이 더 컸던 것 아닌가 짐작합니다. 어쨌든 비타협적으로 정의를 추구해온 저의 지나온 삶의 궤적 때문에 제가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세력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경제민주화라는 대의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저의 공천을 이렇게 처음부터 집요하게 반대하고 방해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정치권에 작동하는 힘의 논리에 관해서 새롭게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수양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억울함을 통해서 세상에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사는 수많은 힘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더욱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저를 위로해준 많은 친구들과 동지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저의 미래 구상입니다. 저는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저의 공천 탈락 이후 수많은 국민이 SNS를 통해서 분노를 표출하고 위로를 전해왔습니다. 공천이 끝나고 선거도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까지도 언론에서 제 공천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야당의 총선패배를 불러온 지도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저의 공천탈락을 거론했습니다. 이것은 유종일 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라기보다는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적 염원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헌신할 것을 약속합니다.
정치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경제민주화는 정치를 통하지 않으면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옳은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옳은 것이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경제민주화가 대의에 그치지 않고 현실정치에서 힘을 얻고 실천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권력놀음에 더 빠져있는 모습입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초반 압승이 예상되었던 총선을 참패로 이끈 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저는 민주통합당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당원입니다만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는 올바른 정치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중앙당 활동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당원으로 남아 당의 변화를 기다리며, 국민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경제민주화운동을 하겠다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젊은이들이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난 총선에서도 20대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40대 이상에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 이슈로 김용민 막말 파문이나 민간인 사찰 문제가 꼽혔는데, 유독 20대의 경우에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며 이들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생각이 짧고 표현이 서툰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너그러이 용서하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12. 5. 15. 유종일 올림
첫댓글 모든 국민이 지탄하는데 정작 친노 이해찬과 문재인만 아랑곳하지 않는 군요.
국민을 위하는 정치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기본 정치이념 아닌가요?
참여정부-삼성-친노, 유종일 교수님! 저도 적극 지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