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의 노인들
영국의 코츠월드(Cotsword)나 본머쓰(Bouremouth), 그리고 프랑스의 장미마을(Gerberoy) 같은 곳에는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모여 삽니다. 이곳 모두 대단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도 바로 그런 곳입니다.
그 유명한 독일 남서부의 검은숲(Black Forest/ Schwarzwald)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사시사철 기후가 맑고 온화하며 특히 온천지대가 넓게 퍼져있어서 노인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난 20여 년 동안 자주 묵는 단골 호텔에는 날마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가 몇 대씩이나 들어옵니다. 그리고 하루 여정을 마친 저녁 시간만 되면 호텔의 레스토랑은 기쁨과 행복이 차고 넘치는 멋진 곳이 되곤 합니다. 잘 차려진 저녁 식사를 즐기며 맥주를 한잔 들이킨 후에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그래도 이렇게 편안하게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노인들은 행복한 분들입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인데 길을 가다 보면 야위고 허리가 몹시도 구부정한 노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많은 분이 아슬아슬하게, 겨우겨우 보행기에 의지하여 다니기도 합니다. 몸을 제대로 가눌 힘이 없기에 그렇습니다. 아마 그들에게는 노쇠한 몸보다는 홀로 남겨진 외로움이 더 클 것입니다. 자녀들이 다 떠나고, 일생을 함께하던 배우자마저 떠나고 난 뒤 홀로 남겨진 노인들이 힘겹게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몹시 슬픕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분들은 요양원에 누워 이곳을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입니다. 그들은 자녀마저도 찾지 않는 버려진 듯한 분들인데 창 너머로 적막 속에 누워있는 그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어떻게 보면 늙어간다는 것은 더 외로워져 간다는 것 같습니다. 이곳의 노인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는 세월이 갈수록 더 청년의 몸과 마음으로 창조주 하나님 앞에 열심히 살아가시는 멋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서가시며 저를 부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좇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