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는 왜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AS로마 이적 직전에 돌연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이영표의 이적을 추진한 에이전트사 지쎈은 "계약성사 단계까지 갔지만 이영표 개인 사정으로 최종 사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지쎈 측은 이영표의 개인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며칠동안 이영표는 무엇을 고민한 것일까.
▶종교적인 이유
독실한 기독교(개신교) 신자인 이영표가 가톨릭의 본산인 이탈리아 로마 생활에 거부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지쎈 측이 이영표의 이적 무산을 공식화하기도 전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리 이영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지만 이탈리아가 기독교에 적대적인 국가도 아니고, 단지 가톨릭 국가라는 이유로 이적을 포기했다는 건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영표의 깊은 신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단다. 이영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교회를 찾고, 십일조를 거르지 않는 열성 신자다. 축구 외에 교회밖에 모르고, 경기 소감을 물을 때마다 하나님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교회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는 게 지인들의 증언이다. 가톨릭 신자가 95%에 달하는 이탈리아에는 교회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이영표의 마음을 마지막 순간 흔들어 놓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한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추측을 전면 부인했다.
▶가족의 만류
지쎈 관계자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을 옮기게 될 경우 현지 적응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족과 주위의 만류가 있었고 이영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영표의 가족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하다. 이영표는 지난 2003년 결혼한 후 아내인 장보윤씨와 줄곧 외국생활을 해왔다. 결혼후 네덜란드로 날아갔고, 지난해부터 영국에서 생활해왔다. AS로마로 이적했다면 3년새 세 나라를 전전하게 된다. 충분한 준비 기간도 없이 갑자기 생활 터전을 또다시 옮긴다는 게 가족들에게는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영표 입장에서도 시즌 개막을 앞둔 낯선 리그에서의 생활이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돈이 막았다
대부분의 이적 협상은 이적료, 연봉 액수 등 돈문제로 결렬된다. 이영표의 경우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이영표의 이적과 관련된 보도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
이영표의 토트넘 시절 연봉은 150만유로(약 27억원). 세리에A의 명문 AS로마는 재정적인 면에서 결코 토트넘에 뒤지지 않는다. 토트넘과 지쎈 측은 AS로마 이적시 연봉이 프리미어리그 때보다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종교, 가족만류, 돈 이외에 다른 배경이 있을 수도 있다. 진짜 이유는 오직 이영표만이 안다. 모든 미스터리는 이영표가 귀국하는 31일 풀릴 것이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