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의 볼모가 된 의사들
돈을 주면 현직 경찰관이 사람을 죽여주는 나라가 있다.
내가 아주 잘 아는 곳이다.
하기야 돈을 주면 자신의 몸도 내어주는 세상인데 무엇을 못하겠는가.
돈이 맘몬(mammon)이 되었고 신이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속이는 일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심지어 사람을 찢어 죽이는 일조차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은 돈에 미쳐있다.
나는 아버지께서 병원에서 근무 하셨기에 병원 사택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놀고 자랐다. 대구 동산의료원(동산기독병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의사라는 사람들을 잘 안다. 정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머리도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주 소수의 의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의과대학에 가고 힘든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었다. 요즘은 의사의 희소가치가 좀 떨어졌지만 옛날엔 의사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딸자식을 내어 줄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그만큼 그렇게 좋은 돈도 잘 벌고 사회적인 지위도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돈을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마는 의사들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돈을 많이 벌기에 그들이 그렇게 힘든 공부를 열심히 참아내며 했다는 것은, 즉 바꾸어 말하자면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기 위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돈을 벌어도 좀 정직하게 벌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도 열심히 공부했으니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벌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다른 직업과는 달리 의사가 사람을 속인다면 옷 가게 주인이 손님을 속이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옷을 사러 온 사람은 멀쩡한 사람이지만 의사를 찾아온 사람은 아픈 사람이다. 아픈 사람을 속이면 그것은 생명을 속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옷을 사러 온 손님을 속이는 것은 그 사람의 지갑을 속이는 것이지만 환자를 속인다면 그것은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이웃의 아이가 갑자기 심한 눈병이 나서 그 부모가 서둘러 동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급히 수술을 해야 한다며 진료비가 60만 원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아이 엄마가 내게 좋은 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연락했고 내가 아이를 데리고 구미에 있는 친구 병원에 갔더니 안과 병원장인 친구가 잠시 이리저리 살피더니 진료실 서랍에서 자그마한 안약을 하나 꺼내어 하루 이틀 눈에다 넣어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는 정확히 그다음 날 깨끗하게 나았다. 어떻게 아픈 것이냐고 친구에게 물으니 씨익 웃으며 별것 아니라고 한다. 병명을 말해봤자 너는 모르니 그냥 약이나 하루 세 번 잘 넣어주라고 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안약 몇 방울 넣어주면 쉽게 나을 병을 수술해야 한다고 말한 그 의사는 도대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인가 아니면 자기의 목구멍을 지키는 의사인가.
제약회사로부터 큰돈 받으며 사람에게 필요 없거나 나쁜 약을 쓰는 의사까지 있다니 슬픈 일이다.
환자는 옷 가게에 옷 사러 온 한가하고 편안한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