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먼지처럼 / 이미산
너를 지우기 위해 수없이 언덕을 굴렀단다,
중얼거리는 당신
나는 묻는다
어디세요?
우리는 먼지처럼
악착같이 달라붙고 아낌없이 밀어내며
돌아앉아 후회했다
환영받지 못한 자는
교성으로 정착을 구걸한다
소문을 따라가다 길을 잃는다
평등한 가계인 양 누구와도 뭉치며
사랑 따위 허튼짓이라 인사도 없이
전력으로 거부하는 자세
더러는 허공을 향하는 바라춤
흔한 게 먼지일 테니
쓸어내고 밀어내고 갈 데까지 가보자고
살아도 죽은 체
우주가 멸망해도 기어코 살아남아
존중받는 그날까지
그리하여 먼지의 이후가 궁금할 땐
살아생전 당신처럼
달빛 아래 선다
좋아질 거야
그곳은 요요耀耀한 언덕이니
속삭이는 먼지들
마침내 먼지가 된 당신
오늘도 맨발이다
--- <시터> 동인 제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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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산 시인
1959년 경북 문경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6년 《현대시》 등단.
시집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 『저기, 분홍』 『궁금했던 모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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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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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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