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년 1 월 2 일 월요일 맑음
바람에 실려오는 하얀 희망과 함께
축복처럼 흰눈이 내리며
설레이는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제는 신정 기분을 내며 하루를 푹 쉬었으니
오늘부터 신나는 겨울 일놀이를 즐거이 시작해 보자.
너무 무거워서 별장창고까지 미처 옮기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아름드리 통나무 껍질을 벗기어 본다.
머잖은 시일 내에 새집을 짓게 되면
중심 기둥이 되어
풀천지의 미래를 떠받치게 될것이다.
오늘 재홍이는 나름대로 할일이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쓸고
아점 먹기 전에 아빠랑 마늘 까고
고무장갑 굳게 끼고
노린재 트랩을 깨끗이 씻어놓다 보니
토종닭 담당인지라
닭먹이 주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고
눈빠지게 기다리던 배고픈 닭들이
몰려다니며 투정을 부려댄다.
닭들이 부쩍 커지자
세개의 먹이통만으로 먹이 경쟁이 심해지게 되어
진작부터 닭모이통을 만들어주려 하였는데
이제사 서둘러 만들어 본다.
제대로 잘 기르고 싶으면
제대로 잘 만들어 주어야 한다.
풀향기 아내는 그동안 제일 고생했으니
따뜻한 온돌방에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즐기며
마늘을 까기로 하였다.
풀천지에서 제일 팔자 편한 철비 녀석은
따뜻한 양지녘에 졸고 있더니
아궁이에 불을 피우자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게으름에 한껏 빠져 있다.
야생의 동물을 인간의 손에 길들이기 시작하면
야생의 본능을 잃어버리고
애완동물처럼 잘 돌보아주지 않으면
혹한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쥐새끼들을 잘 잡아주어야 이쁠터인데
따뜻한 곳만 찾아다니며 힘겨워한다.
새해 첫째날 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마당까지 들어오더니
이런저런 책들을 한아름 선물해주고 간다.
겨울호 귀농통문이 새해 선물처럼
정겨운 반가움을 안고 도착하였다.
더불어 자연 농사 달력도 함께 보내왔는데
전국 귀농운동본부를 이끌어가는 뜻있는 이들의
의미있는 노력으로
전통 농법의 소중한 의미를 자연달력 안에 담아
귀농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전통농업의 발전을 도모한점이 치하할만 하였다.
가고오는 세월만큼 갈길은 멀겠지만
뜻과 힘이 합해지면
희망의 언덕에 다다를수 있을 것이다.
장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 귀농운동본부 식구들에게
힘찬 격려와 고마움을 전해본다.
지역신문 봉화일보도 때마다 보내어져 온다.
의례적인 내용들이라 대충 훑어보고 마는 편이지만
일간지 신문 끊고 산지 오래된 풀천지에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반갑기도 하다.
교회도 믿지 않는 풀천지에게
가까운 지인의 배려로
안식교에서 발행하는 월간 가정 건강 책자도
때마다 보내어져 온다.
조잡한 내용들과 광고 일색인 일반 월간지와 달리
여호와의 증인들이 수시로 찾아와 남발하는
파수대라는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기 숨가쁜 내용들도 일체 배제된
오롯이 건강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참신하고 알뜰한 내용들이 마음을 끄는 책자이다.
새해에 찾아온 산타클로스 처럼
평소에 조용한 풀천지의 뜨락에
한아름 책선물을 안겨준 우체부 아저씨의 한쪽 손끝에
기억속에 낯익은 책 한권이 수줍게 안겨온다.
몇년전 못난 풀천지를 믿고 따라주며
귀농의 길목에서 풀천지를 만나게 되었을때
마음만큼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고
해준것도 없이 모진 말들로 서운함만 안겨주었을 뿐인데
50 을 훌쩍 넘긴 그녀가 걸어온 인생의 지혜를 헛되지 않게
이리도 소중한 애틋함을 보내온 것이다.
제주도 여행때 두모악 갤러리에 들러
아름다운 사진과 진솔함이 녹아있는 책을 보고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아름다운 감동을 느끼게 되었고
그 마음 그대로 풀천지에 보내온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선물이 무엇일까 ?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새해 첫날 천사의 선물처럼 보내져온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뭉클한 고마움을 전하여본다.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일을 끝내고
한달음에 끝까지 책을 읽어 보았다.
이 책 말미에 소개된 제주 시인 김순이의 시 구절처럼
미친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을 파고드는 책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은
부유함의 편리를 등에 업고
조급한 욕심을 내어서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시인은 단어 하나로 몇달을 아파하고
화가는 선 하나로 몇년을 아파하는데
어줍잖은 사진가들이
셔터한번 누르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다 이내 포기하고
운이 나쁘다고 투덜거리는 어리석음을 뛰어넘어
죽음의 병으로 갈수밖에 없는
찢어지게 가난한 고난을 감수하고
결혼을 비롯한 모든걸 포기한채
오직 한장의 사진만을 위해
평생을 바쳐 황홀한 아름다움의 순간을 기다릴줄 알았던
행복한 바보 김영갑의 생애가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사진에 녹아
치열하게 살아있었다.
우리는 이토록 애절한 생애를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해주어야 할까 ?
그는 아무도 하지 못한 혼신의 노력 끝에
살아서 보기 힘든 전설의 섬 이어도를 보게 되었고
하늘의 비밀을 훔쳐본 댓가로
처절한 가난의 고난 뒤에
불치의 고통을 안게 되었지만
그가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행복을
그가 느꼈던 가장 황홀한 순간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줄수 있게 된것이다.
필름 살 돈을 아끼기 위해
라면 살 돈도 아까워 물배를 채워야 했던
어느 사진작가의 치열한 생애를 훑어 보며
젊은 시절 한때 풀천지도
꿈많은 사진작가의 열정에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해 보는데
재현이가 어제 밤잠을 설치며 만든
점점 맛이 들어가는 빵과 과자를 안주로
달콤한 복분자 술을 내어온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져다주는 황홀경에 속아
소박한 인간들이 아름답게 나누는
따뜻한 가정의 향기는 놓쳐버리고 만
사진작가 김영갑이의 외로운 고집에
마음의 술한잔 건내어 본다.
사랑과 행복의 아름다움은
애타게 찾으려 할수록
구름과 바람이 되어
꿈처럼 멀어지게 될것이다.
첫댓글 올 한해도 재미있고 행복한 놀이는 계속 되는거죠
일기 펼칠때마다 오늘은 무슨놀이가 기다릴까 기다려집니다
올한해도 건강하시고 바라시던 일들이 자~알 풀리시길요~~~
물론입니다.
즐거이 지켜봐주시는
마음 따뜻한 님들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한 소박함을
더욱 즐거이 이어갈 것입니다.
풀천지 일기는 한편의 시 같습니다.
사진도 푸근하고 따뜻함 듬뿍안고 갑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마음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운해님의 가정에도
새해 건강하고 행복한 축복
가득이 이어가시길 바래봅니다.
새해에도 건강한행복 이어지시길 빕니다.
풀천지 시같은 풍광을 보며 가슴이 시원해지고
스트레스가 날라가는 것 같앗읍니다.
좋은 문화공간이 되어 주셧고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감싸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소박한 세상은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될것입니다.
새해엔
좋은 일만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더욱 건강하시구요..^^
새해엔
정겨운 고요님을 반가이 만나게 될 날이
가장 좋은 일이 될것입니다 ~
고요님 내외분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