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지 마라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고,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하다"라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약을 몇 종류나 복용하면서도 늘 몸이 좋지 않다는 환자나, 고령자 중에서 치매나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을 전부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약의 복용을 그만둬도 약효는 얼마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므로 금단증상이 일어나는 일 없이 몸 상태가 거의 호전된다.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 주는 경우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리고 단기간이나 소량이라도 약이 독인 이상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언제 부작용을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병이 진행되고 있거나, 신경계나 심장의 생리 기능이 약해져 있는 경우 약을 복용하면
그 즉시 쇼크사 하는 경우도 있다(아나팔락시 반응).
심지어 별 생각 없이 먹고 있는 시판 중인 감기약조차 중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해는 '부작용'이 아니라 '주작용'이다
실명, 목숨을 앗아가는 폐렴 등 심각한 약해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어둠 속에 묻혀버리는 것은
의사나 제약회사가 '병사'라고 거짓 보고를 하거나, 환자 측도 약의 부작용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흔히 약의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해가 일어났을 때를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약의 작용은 전부 '주작용'이며 병을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을 가져오거나 악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양 의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1992년)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의사나 환자들이 이 책을 보면 뒤로 나자빠질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약에 대한 경고이다.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일본에서는국가의 약해 방지 대택이 너무 안일하고, 약사법의 규제도 느슨해서 지금도 엄청난 양의 약이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약의 종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약이 "270종류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허가받은 약만 해도 1만 종 이상이나 된다.
일본인의 2010년도 의료비 총액은 36조 6,000억 엔으로, 총약제비 비율을 대략 23.6퍼센트로 잡으면(후생노동성 발표)
1인당 선진국 평균의 약 2배를 약값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약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상황이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재채기 하나도 진정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다가,
경제 혼란이 예상되고 대기업 보호 우선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이런 조치가 하루아침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규칙>을 읽어보면, "환자는 틈만 나면 여러 명의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아서
그 약들을 한꺼번에 털어 넣는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느 나라에서든 약에 사로잡혀 있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