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프지 말고 참지도 말고 종근당 회장님은 막말 큐?
-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에 부쳐
얼마 전에는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보복 영업과 치즈 통행세 등 갑질을 한 혐의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구속되더니, 어제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으며 갑질을 한 종근당 이장한 회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잘잘 무슨 잘? 아~ 펜잘’, ‘아프지 말고 참지도 말고 펜잘큐’라는 광고 카피로 사랑을 받아온 두통약 펜잘큐의 제조업체 종근당 회장의 막말 갑질 논란은 국민에게 두통과 울화병을 안겨줬고, 결국 이장한 회장은 오늘 오전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이 회장은 5줄짜리 사과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4분 만에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오늘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종근당의 주가가 3% 이상 떨어졌으니, 피해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투자자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과’ 기자회견이 필요했으리라. 종근당 불매 운동이 퍼져 회사가 종을 치는 일도 막아야 했을 거다. ‘사과’하고 ‘자숙’하고 세상과 언론의 관심에서 잊힐 만하면 주가도 매출도 다시 오를 테니까.
잊을 만하면 대기업 회장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들의 막말, 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고 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의 ‘상류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지위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숱하게 반복되는 ‘상류층’의 막말과 갑질 행태를 접하노라면 이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상류층이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이유는 그들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 힘은 때론 권력에서, 때론 자본에서 나온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돈과 지위,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비윤리적 행동을 저질렀을 때 예상되는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손해를 볼 위험이 별로 없으니 그들은 쉽사리 부도덕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노룩패스, 막말, 갑질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다. 또한, 돈과 지위, 권력을 가진 그들을 ‘승자’로 인정하는 사회 인식은 그들을 더욱 당당하고 뻔뻔하게 만든다.
그래서 필요한 건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막말과 갑질에 쓰러져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할 제도와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사과를 거부한 운전기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막말을 듣고 갑질을 당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7.7.14.금,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