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손진은 시인)
“미소짓는 물여울”같은 바람,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1연)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2연), “잔 물결 큰 물결의/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4연). 그래요 6월의 보리밭 앞에 서면 모든 것이 물여울이요 기름이요 물결의 바다요 강물인 것을.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도 이런 보리밭 이미지가 드러나지요. 다시 김남조의 정갈하고 역동적인 작품 앞에 서게 됩니다.
청보리의 계절입니다. "딸 셋인 집의 둘째 같은 유월"이라고 누가 그러는데, 아, 하는 실감이 왔어요. 그 말이 제겐 너무 어울립니다. 아름답고 싱그런 날들 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