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을 따라 신록에 빠져 들다

[햇살편지]

소란과 분주함과 들뜸으로 아침나절을 보내고 친구와 그의 친구와 함께 다담을 나누는 내내

웬지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함을 느끼는 것, 그 또한 어찌 할 수 없는 세월의 뒷자리이다.

그녀들과 쥔장이 쥐었을 호기어린 시절의 풋풋함과는 거리가 멀어진

원숙과 완숙의 아름다움을 아무리 이야기 하여도 뒷전에 밀린 아름다운 젊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팍팍한 삶은 뒤돌아볼 여지를 주지 않고 달려오는 현실을 힘겹게 부여잡으라 강요하고

문득 고개들어 보이는 것은 주름진 얼굴이라는 것.

화장으로도 가리워지지 않는 굵은 주름과 한몸이 되어가는 것...지금의 시간을 누릴 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멀어져가는 지난 시간을 기억하노라니 찾아들겠다 는 전화.

알다시피 무설재는 찾아드는 발길이 웬만하면 동석을 하는 분위기 다.

서로 모르던 사람들끼리도 친밀감을 조성해가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공유하는 것, 나쁘지 않기에

적극 권하는 바요 흔쾌히 권함에 동참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이래 저래 서로 알게되는 사람들도 생기고 이런 저런 여유로 무설재를 찾아들었다 는

동질감에 가까운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미 차 생활에 익숙한 그녀들이 송탄에서 찾아들었다.

막 누군가의 소개에 의해 찾아들게되었다 는 말을 하는 순간 그 당사자가 전화를 하여 찾아들어도 되냐 고

전화를 한다...당연히 콜.

쥔장이야 이름을 잘못 말하거나 말거나 그쯤은 눈치로 다 안다...누가 소개했는지.

헌데 정작 당사자들은 조금 있으면 올거에요...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각자 다른 방향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찾아들어서야 화들짝 놀라는 그녀들의 아우성이

쥔장의 입장에서는 보기에 좋고 즐겁기만 하다.

얼마 전, 초파일 헌다 공양에서 무설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는 최정예님과

무설재를 소개해준 무설재 매니아 이은주님.

이미 몇번의 발걸음으로 익숙한 발길이 되어버린 이옥선님과 2006년에 무설재를 알고도

이제서야 찾아들었다는 송주연님...다들 시절 인연이다.

알았다고 들었다 고 해서 무설재와 연이 그리 쉽게 닿지는 못한다 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녀들과

다담에 들기도 전에 독서 삼매경 빠져든 그녀들...쥔장의 사진을 탐하는 중이다.

  

이미 차인으로서의 한 길을 가기 위해 다회에서 만나진 사이인지라

어느새 언니 동생 사이를 자랑하는 그녀들을 보면 쉽게 어느 누구에게도 언니, 동생하지 못하는 쥔장의

까칠한 성격이 대비되어 지나간다....와중에 매력적인 경상도 사투리로 이은주님의 온갖 너스레를 받아주는

최정혜님의 그릇  크기가 느껴진다.

근 30년이라는 세월을 대구를 떠나 살았어도 사투리의 본질을 놓지 못하고 은근짜의 매력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새상을 살아낸 힘을 느끼겠다...송탄에서 "기꾸 참치"를 운영한다던

그녀의 세상 철학이 엿보이는 듯하다.

모든 이들과 어우러져 즐겁게 인생을 살자 가 모토인 그녀로서는 

보여지는무설재에서의 날들이 부러움의 대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녀 또한 만만치 않은, 녹록치 않은 삶의 자락을 지나왔겠다.

떠들썩의 분위기로 쥐락펴락의 다담이 진행되는 지라 소소하게 튼실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으나

그녀의 저력이 보여지던 그 시간, 나름의 즐거움이 묻어난다.

  

오래도록 아니 한참 전에 이미 전화인사를 텄다던 무설재를 이제서야 오게 되었노라 는 그녀 송주연님

또한 송탄으로 부터 안성으로 날아와 차에 입문한지 2년 여...그동안에도 무설재를 들렸음직도 하련만

세월 인연, 시절 인연을 기다리려고 그랬는지 이제서야 발길을 옮겼다.

고향 부산을 이홉살에 떠나 서울살이를 거쳐 송탄에 자리잡고 중년의 삶을 지내고 있지만

몸에 밴 서울살이의 나름 격이 알게 모르게 풍기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목동, 개봉동이 휙휙 지나가고

그녀의 친구가 쥔장의 초딩 후배 다.

그냥, 반갑다....본래 한민족이 연결 고리 찾는데 선수가 아니던가.

그 연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약간의 공통분모만 생기면 얼씨구나 달려들어

어디에선가 비어져 나올 인연을 찾느라 얼마나 혈안이던가.

그조차 이제로는 아름다운일 이라는 치장을 붙여 서울내기들의 집합을 찾는 일 또한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공통점을 찾아나가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노라니 아득한 옛날 일 이다.

어쩌다 보니 그 하루가 내내 세월 타령이다.

그래도 좋았다 는.

  

몇 번의 발길에도 화면 등장을 고사하던 그녀 이옥선님 일지라도 이제는 피해가기 어려운 일.

언제나 처럼 말없이 조용히 웃기만 하다가 꽂혀오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말문을 연다.

보여지는 첫인상의 현모양처, 조신함의 이미지 때문에 사실은 마음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 얼굴이라는 것이 어찌 함부로 나오겠는가...나름 자신이 살아낸 흔적이거늘 그나마 잘 잘아낸

그녀의 세월 여정이 그렇게 보여진다 면 자신이 부족하다 여기는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일 이건만

겸손한 그녀는 손사래 치느라 정신이 없다....왈 나름 덜렁쟁이라나 뭐라나.

남들 보기에 천상 여자여도 자신이 천상 여자를 용납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잣대의 기준점이 문제겠다.

허나 어떠랴...일단 남들의 서선이 거북살스러워도 타인으로 부터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즐길 일이다.

겸양지덕의 본분을 잃지 않으며 자신을 찾아내는 것,

남이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나 가 다를지라도 걱정하지 말 것이요

나름 최선의 선택으로 인생을 향유 할 일이다.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래저래 금상첨화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예쁘고 현모양처에 웃는 모습은 십점 만점에 십점이니...

  

게다가 소심하다며 내내 입을 다물고 있어도 더러더러 알콜의 힘을 빌려 매력 발산은 물론

발을 감싼 샌들을 보라...그냥 저절로 나오는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물 흐르듯이 조신하게 살아내는 그녀들이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

진심으로 보기에 좋,았,다

그럭저럭 하루의 해가 기운다.

돌아갈 시간이다...저녁 끼니 때를 기다리는 식솔들의 부름에 힙입어.

...미친듯이 돌아가던 시간이 잠시 멈췄다.

고즈넉한 저녁 무렵이다.

황혼이 어깨 밑으로 내려오면서

쉴 새 없이 움직였던 입 근육을 닫았다...멀리 있는 딸이 그리워져

전화를 한다...잘 있단다.

 

[pinks]

어쩐지 우리가 나오는길에 차가 이어 올라오더라니~!
우리가 서둘러 나오길 잘했네요~! ㅎㅎㅎ

[햇살편지]

그러게나 말입니다...서로 엇갈리게 돌아섰으니 외통수 도로에서 맞부딪히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어쨋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차 다담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