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대학원에 어린이 철학교육전공이 올해 새로 생겼다. 대학원 융합교육학에 분류되어 있다.
학사소지자이면서 어린이 철학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어제가 필수과목 '어린이 철학교육의 이해' 첫 수업이었다. 1기는 모두 초중등샘이시다. 두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8, 16 학번들이다. 학교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정말 젊은 샘들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 생소한 학문을 하겠다고 모인걸까 궁금했었다.
어제 각자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 공부를 시작한 그들의 동기들을 듣고 좀 놀랐다. 자기 이유가 분명하다. 물론 그 이유가 어린이 철학에 대한 분명한 안내에 기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 철학이 무엇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학부의 어린이 철학교육 강의를 10년 넘게했는데 그들 중 많은 학생들이 어린이 철학교육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었었다. 여튼 천천히 함께 알아갈 일이다.
어제 들었던 공부동기 중에 인상적인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내가 이해하고 기억한 내 언어들로 기록해본다.
첫째, 학교에 발령받아 교사로 몇 년 근무하면서 내가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있다.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정해진 길을 따라 계획대로 공부하고 대학가고 임용보고 교사가 되었는데 갑자기 내가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전에는 철학을 싫어했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걸로만 보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이상하게 난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철학을 가까이 하게 되었지만 난 철학을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교사로서 난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아이들 앞에 서고 싶었다. 좀 나은 사람으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공부가 그것을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한다.
둘째, 졸업하고 임용을 기다리면서 1년정도 기간제를 하였다. 그 기간동안 난 뭔가 지체되는 날 느꼈다. 고등학교 때부터 윤리사상이나 철학을 좋아했고 그걸 전공하는 대학에 가길 원했으나 여의치 않아 교대 윤리과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졸업했다. 어린이 철학이 그걸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첫번째 소개에서 난 특히 잘 가르치는 방법같은 것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를 세우고 그런 인간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에서 무척 감동적이었다. 어린이 철학을 공부하는 매우 중요한 동기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척 반가웠다. 수줌게 부끄럽게 소개하는 그 모습도 참 좋았다.
두번째 소개에서는 발령 초기의 내가 보여 뭉클했다. 교사가 될 마음은 일도 없다가 가정 형편상 교대에 갔던 나, 교대를 다니면서 내내 느낀 허전함 같은 것, 교사로 살면서도 차지 않던 어떤 욕구들......아마 내가 당시 어린이 철학교육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아마 교사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앞으로 그 친구의 행보가 궁금하다. 꼭 어린이 철학이 아니어도 자기의 길을 찾고 만들어가길 바라본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다음의 만남이 벌써부터 설레인다.
가르치는 자는 곧 배우는 자이다. 강의실 모두가 함께 설레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