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발전한 서울의 '소호'
가로수길, 그 이름이 참 예쁘다. 이름처럼 거리 양쪽에 예쁜 은행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가을이면 더욱 그윽한 운치가 느껴진다.
이 길이 바로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에서 가장‘핫(hot)’한 동네로 주목받는 곳이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화려한 로드숍 대신 노란 낙엽만 나뒹구는 변두리 동네였다. 강남의 다른 동네에 비해 월세가 저렴해 아티스트의 작업실이 많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마치 뉴욕의 소호, 런던의 브릭레인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변한다고 하지만 가로수길의 변화는 참으로 빠르고도 놀랍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정비소 자리에 와인바 19번지가 생기더니 3000원의 저렴한 주차료를 받던 공영 주차장에 커피 공장만한 커피집이 생겼다. 서울에서 새마을 운동 이후 이렇게 급속도로 변화한 곳이 또 있을까?
10년 전,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또 다르다. 한때는 갤러리가 밀집하고, 또 한때는 디자이너 숍이 밀집했다. 어떤 때는 영화사가 줄줄이 들어왔고, 또 언젠가는 화구상들이 자리했다. 19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흥망성쇠를 거듭한 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로수길은 핫한 동네인 듯하지만 사이사이에는 낡고 오래된 상점도 적잖다.
물론 지금은 다양한 패션 로드숍이 대세다. 앤티크 가구점, 외국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길 양쪽으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구경하기도 편하다.
한편 물 좋다는 동네다 보니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는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그래서 수많은 패션 잡지 기자나 쇼핑몰 주인,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의 등장이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다. 당연히 얼리어댑터나 블로거들이 즐겨 찾는 1순위 지역이기도 하다.
산책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주변 직장인이라면 점심을 마치고 부담 없이 이 거리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산책하다 맘에 드는 숍이 있으면 잠시 들어가 구경해도 좋다. 의류 매장뿐 아니라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도 있다. 이 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사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홍대의 자유분방함과 청담동의 화려함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 바로 가로수길 아닐까.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꼭 둘러볼 곳
1. 사케, 오뎅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 정든집
사케와 오뎅을 즐길 수 있는 정든집은 가로수길의 소문난 명소다. 허름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케 한잔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 덕분에 단골 리스트가 두둑한 집이다. 오뎅 이외에도 새우구이, 오코노미야키, 달걀말이 등 간단한 안주도 판매한다. (문의 02-3443-1952)
2. 가로수길 대표 카페, 가로수맨션
가로수맨션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스타일리스트 추혜준, 인테리어 디자이너 추신환, 플로리스트 김희경, 카페를 운영하는 이희경 4명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카페와 작업실, 사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다. 입구에 있는 6.6제곱미터 남짓한 플라워 숍을 지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빈티지 테이블과 의자, 소품이 가득한 카페가 있다. 커피와 수제 쿠키,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문의 02-3447-6945)
3. 패션 피플이 사랑한 컬렉트숍, 플로우+히로시
쇼핑 마니아와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 패션 피플들 사이에 입소문난 컬렉트숍이다. 외부에서 보면 왼쪽의 플로우와 오른쪽 히로시 두 개의 매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매장으로 매장 내부가 연결되어 있다. 요괴, 하투크라이온, 프렌엘리스, 란도리 등 20여 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에이프릴, 시먼데이즈, 마리오스 등 15개 정도의 해외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문의 02-515-8056)
4. 가로수길 대표 갤러리, 예화랑
미술 문화의 불모지였던 강남에 최초로 개관한 갤러리로 신사동 가로수길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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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의 메인 거리에는 디자이너숍에서 보세숍까지 다양한 로드숍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의 살롱을 연상시키는 아프리오리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