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돌이와 폰순이들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이곳 독일에서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을 꺼내 듭니다. 그리고 이내 그 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옆 테이블에 요정같이 어여쁜 금발 머리의 두 딸과 두어 살 되어 보이는 시끄러운 사내아이를 데리고 온 독일 부부가 앉았는데 남자 꼬맹이가 얼마나 칭얼대고 시끄럽던지 온 식당 안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켜주니 그만 천국을 만난 듯 생긋 웃으며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식당 안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필리핀의 해발 2,000m도 더 되는 높은 산 속에 발가벗고 사는 원시 부족인 망얀족 Mangyan들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별천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경계합니다. 저도 그렇고 제 가족들도 그렇습니다. 휴대폰이 대단히 유용하기는 하나 올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큰일 나고 만다고 말입니다.
휴대폰은 마치 의료용 마약과도 같습니다. 의료용으로 올바로 사용하면 환자를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받으나 오남용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것과도 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용 마약류가 전문의사의 손에 들려질 때는 생명을 살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손에 들려지게 되면 자신과 이웃을 죽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젖먹이가 전투기 조종간을 잡는 것과도 흡사합니다. 아니면 아빠 차 몰래 훔쳐 타고 혼잡한 거리로 달려나간 여섯 살 난 아이 같다고 할까요.
휴대폰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그저 휴대폰 들고 게임이나 하고 불필요한 영상물에 깊숙이 빠진다면 그게 단순히 빠져드는 게 아니라 휴대폰이 파놓은 깊은 저주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삶을 망치고야 말 것입니다.
아마 잘은 몰라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럴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휴대폰 전쟁 말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면서 몰래 게임을 하려 하고 부모는 그걸 막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독일의 대중교통, 즉 버스나 트램, 기차 안에서도 휴대폰을 들고 정신없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정말 반미치광이가 된 듯이 휴대폰 속으로 달려 들어가 거기에 몰입해서 시간이 가는지 멈추는지, 차가 서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손가락을 바삐 움직일 뿐입니다.
오늘도 휴대폰 화면에 머리를 박고 정신없이 손가락만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그들을 보며 제 아내가 결국 한마디 합니다.
“아이고, 저 폰돌이와 폰순이들 좀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