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오고 있다 / 이순화
해를 앞세우고 산이 오고 있다
종갓집 들어서는 집안 어른같이 마을 인사 나서는 장년같이 차례상 앞으로 다가앉는 공손한 자손같이
높은 산이 오고 있다
한 사람 뒤에 한 사람 또 한 사람
층층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끄트머리 내가 굽이굽이 둥근 능선을 그리며 수굿이 장엄하게 한 세계가 오고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조선의 태양을 앞세우고 큰 사람이 오고 있다
--- 시집 『우리는 저마다의 기타줄』 (지혜, 2024.11) ------------------------------
* 이순화 시인 경북 상주 출생 2013년 <애지> 등단 시집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 『우리는 저마다의 기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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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의 문명과 문화의 성과는 역사의 토대 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역사란 우리 인간들이 무리를 짓고 살아가며 이 세상의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는데 최선의 수단이 되어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역사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삶과 지혜를 전수해 주었던 것이고, 우리 인간들은 이 역사적 교훈을 토대로 하여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가며, 미래의 후손들의 삶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어느 누구도 역사 이외의 존재일 수가 없듯이, 역사란 거대한 산맥이며, 이 역사적 인간들의 삶의 족적이 언제, 어느 때나 고산영봉처럼 우뚝 우뚝 솟아있는 것이다. 환인과 환웅과 단군 왕검 등이 있었고, 동명성왕과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등이 있었다. 온조왕과 근초고왕과 의자왕 등이 있었고, 박혁거세와 진흥왕과 문무왕 등이 있었다. 고려에는 태조 왕건과 충렬왕과 공양왕 등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태조와 세종대왕과 고종 황제 등이 있었다.
이순화 시인의 [산이 오고 있다]는 장중하고 울림이 큰 대서사시이며, 역사의 발전법칙에 따른 ‘조선의 태양’을 그 주제로 다룬 시라고 할 수가 있다. 해를 앞세운 산이 오고 있고, “종갓집 들어서는 집안 어른같이/ 마을 인사 나서는 장년같이/ 차례상 앞으로 다가앉는 공손한 자손같이” “높은 산이 오고 있다.” “한 사람 뒤에 한 사람 또 한 사람”, “층층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끄트머리 내가/ 굽이굽이 둥근 능선을 그리며/ 수굿이 장엄하게/ 한 세계가 오고” 있고, 요컨대 “이글이글 타오르는 조선의 태양을 앞세우고/ 큰 사람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역사는 산소와도 같고, 이 세상의 숨구멍과도 같다. 이 역사의 숨구멍을 통해서 조선의 태양이 떠오르고 큰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미래의 인간의 이상형이며,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 환인, 환웅, 단군 등----, 아름다운 것은 우리 한국인들 밖에는 없는 것이다.
역사는 조상이 주는 가장 큰 삶의 지혜이자 우리 인간들의 문화유산이며, 이 세상의 그 모든 고통과 장애물들을 퇴치하는 천하제일의 명약인 것이다. 조선의 태양은 인류의 역사상 최초의 태양이자 온천지를 밝혀주는 영원한 태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철학을 공부하고 세계적인 고전을 많이 읽으면 지배자가 되고, 일제식 암기교육을 받고 책을 읽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오늘날의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차이는 고급문화인과 충견의 차이와도 같다. 우리 한국인들은 일제식 암기교육을 받고 복종하는 법만을 배웠기 때문인 것이다.
- 반경환(평론가)의 명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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