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길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작년 4월' 기준 정보공개청구 결과, "창고 과반 이상 호남"은 사실' 민주당 "개정 발의 취지 제대로 살펴야" "전남-충남-전북에 미곡류 생산량 많아"
현행 임의조항인 정부의 쌀 시장 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습니다. 현행 양곡법 16조에 따르면 수확기 쌀(미곡) 가격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거나, 초과생산량 3% 이상으로 쌀 가격이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생산된 쌀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최근 쌀값이 급락하자 정부가 쌀 매입 선택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추진중입니다.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권 의원 165명 중 157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초과생산된 쌀을 의무수매할 경우 지금도 과잉생산 되는 쌀 재배농가가 더 늘어나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1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 통과 시 수혜를 받게 될 국내 양곡 창고들 중 '절반 이상'이 민주당 주요 지지 지역인 전북ㆍ전남에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양곡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지역구에만 '1/3 이상'이 몰려있는 점이 확인됐다"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지지층을 의식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는 뉘앙스입니다. 안 의원은 "정치 이기주의" "포퓰리즘"이라고까지 지적했는데요. 양곡창고 절반이 호남에 있다는 안병길 의원의 발언은 사실일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곡법이 시행되면 가장 혜택을 받는 곳이 바로 양곡창고"라며 "양곡법 발의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안병길 의원 페이스북 ◈ '작년 4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안병길 의원 주장은 '사실'
안병길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아 언론에 제공한 자료입니다(아래 사진 참고). 안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전국에 존재하는 정부양곡 보관창고 시군별 현황을 표로 정리한 건데, '2022년 4월 정기계약' 기준임을 밝혔습니다.
안병길 의원이 지난 1월 31일 공개한 보도자료.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지역구를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사진=자료 캡처 또 안병길 의원은 "양곡법 통과 시 민간 양곡창고 업자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셈"이라며 양곡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김승남ㆍ이원택ㆍ윤준병ㆍ신정훈ㆍ서삼석ㆍ윤재갑 의원의 선거구에 양곡창고가 집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톱은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담당자에게 동일한 문서를 받아, 안 의원의 자료가 원본임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참고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선거구와 이들 지역구에 있는 정부양곡 보관창고 수를 정리했습니다(하단 참고).
김승남: 전남 고흥군(89개)ㆍ보성군(59개)ㆍ장흥군(65개)ㆍ강진군(67개) = 280개
이원택: 전북 김제시(116개)ㆍ부안군(111개) = 227개
윤준병: 전북 정읍시(92개)ㆍ고창군(93개) = 185개
신정훈: 전남 나주시(89개)ㆍ화순군(49개) = 138개
서삼석: 전남 영암군(64개)ㆍ무안군(40개)ㆍ신안군(22개) = 126개
윤재갑: 전남 해남군(84개)ㆍ완도군(6개)ㆍ진도군(31개) = 121개
안 의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창고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국 3134개의 정부양곡 보관창고 중 절반(1567개) 이상인 1681개가 전남ㆍ북에 있었습니다. "절반 이상의 양곡보관창고가 전북과 전남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안병길 의원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또 1077개의 창고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선거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양곡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지역구에만 3분의 1(1044개) 이상이 몰려 있다"는 발언도 사실입니다.
◈ 담당공무원 "4월 이후에도 창고 계약 많이 늘어나"... 최근 정보공개청구 해보니
뉴스톱은 지난 1월 31일 전국 지자체에 가장 최근 집계된 시군별 보관창고 현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사진=뉴스톱 그런데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안병길 의원의 자료는 작년 4월 정기계약 때 집계한 양곡창고의 수를 정리한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도 통계 자료를 건네며 "4월 이후에도 시장격리가 있었고, 시군별로 창고 계약이 많이 늘어났다"며 "그 부분이 (해당 자료에) 반영이 안 됐고 서울 기준으로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감안하고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톱은 가장 최근의 자료를 통해 안 의원의 주장을 검증하고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전국 지자체로부터 받은 정부양곡 보관창고 현황을 정리했다. 대구광역시와 제주도로부터는 자료를 받지 못했다(2/10 기준). 광주광역시는 보안을 이유로 들며 공개하지 않았고, 대전광역시는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라남도를 제외한 지자체는 작년 12월 혹은 이번 달에 집계한 최신 통계를 공개했다. 제작=뉴스톱 작년 4월을 기준으로 현황을 집계한 전라남도를 제외하고, 모든 지자체가 작년 말과 올해 추가로 계약한 보관창고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살펴봐도 안 의원의 발언대로 정부양곡 보관창고가 "민주당 주요 지지 지역인 전북ㆍ전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호남이 소위 곡창지역으로 분류되어 쌀농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2월 9일 기준으로 대구광역시ㆍ광주광역시ㆍ대전광역시(정보부존재)ㆍ제주특별자치도는 아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곡류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의 보관창고 현황수를 살펴보면 다른 지자체보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에 월등히 많은 창고가 존재합니다.
다만 안병길 의원의 주장 중, "양곡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지역구에만 '1/3' 이상'이 몰려 있다"는 사실은 자료를 통해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전라남도는 시ㆍ군마다 창고 현황을 집계해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 창고가 몰려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전라북도는 시군별이 아닌 등급별 창고 수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 미곡류 지역별 재배현황 살펴보니... 민주당 "이해관계 때문에 법안 발의한 것 아냐"
안병길 의원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구 보관창고 업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을까요?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인 신정훈 의원실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양곡관리법은 창고(업자에게 혜택 몰아준다는) 그런 취지로 발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원택 의원도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은 무한정 쌀을 사주는 법이 아니"라며 "농민의 소득을 위한 법안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은 도를 지나쳤다"고 지적했습니다.
2020년, 2021년 지역별 미곡류 재배 면적 현황,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통계서비스 한편 지역별 농작물 재배현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익명의 곡물협회 담당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그리고 충청북도"라며 "(해당 지역에) 미곡류 생산이 많기 때문에 창고가 모여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통계서비스>의 '2020, 2021년 지역별 미곡류 재배 면적 현황'에 따르면 전라남도-충청남도-전라북도-경상북도 순으로 미곡류 재배 면적이 넓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위 사진 참고).
"전국 양곡창고 절반 이상이 민주당 주요 지지 지역인 전북과 전남에 집중되어 있다"는 안병길 의원의 주장을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정보공개청구 결과 전라북도는 시군별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곡(관리)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의원 6명의 지역구에만 국내 양곡 창고 '1/3 이상'이 몰려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양곡관리법이 보관창고 업자가 아닌 '농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 안병길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대선 개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서울ㆍ강원ㆍ충북ㆍ충남ㆍ경북ㆍ경남ㆍ대구ㆍ울산ㆍ부산ㆍ대전에 존재하는 양곡창고 업자도 수혜를 본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기주의로 이 사안을 바라보기보다는 초과쌀 의무 수매가 농민 소득 안정에 기여하는지, 국가 재정에는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지, 농가의 재배 작물 전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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