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한국의 태극전사를 이끌고 싸움에 임하는 총사령관 아드보카트 감독은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99%를 확정하고 1%만 남았다고 관심을 쏠리게 만드는 흥행수법도 프로답다. 그 1%에 송종국이 들어갔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고 김용대 일수도 있다. 차두리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들을 선발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을 중심으로 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고유권한이기에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걸 건더기는 조금도 없다. 평소에 오직 축구만을 지켜보아온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다만 막판에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우성용이가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떠돌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도 최고의 골잡이로 알려진 김도훈이는 아예 거명조차 안 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김도훈이나 우성용이가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이 즐비한 K-리그나 국제클럽 대회에서 골을 잘 넣는 선수라는 것 이외에 그들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그들이 월드컵에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다. 다만 이동국의 부상으로 빈 자리를 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우성용이 거론됐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축구에서도 골 잘 넣는 선수가 최고 아닌가. 아무튼 축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올림픽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는 월드컵으로 성장한 것은 그 박진성 때문이다. 11명의 선수들이 자로 잰 듯 패스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경탄이 나온다. 차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더 흥분하기에 좋은 경기가 축구다. 그러기에 홀리건과 같은 과격한 응원꾼들이 등장한다.
홀리건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학창시절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의 축구시합이 있을 때 종료 5분전쯤 되면 “5분 남았다. 까라” 하는 집단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지고 있는 팀에서 하는 소리다. 어차피 질 바에는 이제 5분밖에 안 남았으니 공을 차기보다 상대선수를 발로 차라는 의미다. 보복이나 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그런 사태가 벌어져 운동장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스포츠맨십과는 동떨어진 비겁한 행동이지만 전연 그런 의식은 없이 응원꾼들이 더 날뛰었다. 요즘 유럽에서 벌어지는 홀리건의 원조 격이다. 홀리건은 영국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평소에 점잖던 신사들이 운동장에 나오기만 하면 표범으로 변한다. 집단난동은 승패도 불고한다. 난동을 부리고 싶은 축구만의 심리학이다.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홀리건 전과자 명단을 대조하여 아예 입국을 거부할 예정이라고 하니 조용하게 끝날지 두고 볼 일이다.
축구는 격렬하게 몸을 부닥친다. 몸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그 중에서도 허리에 해당하는 미들 필더의 몸싸움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빠르고 힘이 있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허리’싸움에서 결판날 것이라는 견해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울이 매우 엄격하다. 과거에 용인되었던 깊은 택클은 부상이 염려되어 엄격히 규제된다.
상대선수의 옷을 잡아당기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경고였던 택클은 ‘퇴장’으로 강화되고 주의는 ‘경고’가 된다. 노랑카드, 빨강카드가 심판의 주머니에서 쉼 없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러다보면 경기의 흐름이 끊어져 축구의 기민성이 사라지지 않나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선수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대표선수로 뛰는데 부상의 위험에 노출하게 해서는 안 된다. 부동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불의의 부상으로 주저앉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도 달리지 않으면 꺼꾸러지는 경쟁구도에서 비롯된다.
“더, 더, 더 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죽도록 뛰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파울을 강화한 것은 월드컵 경기를 한 차원 높이는 지름길이다. 독일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우선 16강에 드는 일이다. 4개국이 같은 조에서 뛰는데 한국은 프랑스, 스위스, 토고가 상대다. 처음 상대가 토고인데 우리와 똑같이 그들도 우리를 제물로 삼으려고 한다. 첫 번째 싸움에서 이겨야 16강의 서광이 보인다.
지난번에는 히딩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포레온을 닮았다는 아드보카트다. 그의 카리스마와 용병술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홈 코트는 아니지만 붉은 악마는 선수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 독일 경기장에서의 함성은 ‘평정심’으로 극복해야 한다. 전 국민이 모두 선수처럼 뛰고 있다는 사실을 영감(靈感)으로 선수 개개인에게 심어주자. 6월의 독일 하늘에 태극기가 물결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만천하에 선언하자.
첫댓글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2002년 처럼 4강에 들어가 대한민국 온국민이 기쁨이 충만하기를 소망합니다. 전대열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