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습관 / 박화남
카페에서 거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한 거울은 나에게 군더더기 많다 하고 뒤쪽을 비춘 거울은 버릴 문장이란다 똑바로 서 있어도 조용히 눈 흘긴다 물음이 묻는 잔을 뜨겁게 식히면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다가 헤어졌다 보여줄 건 보여주고 가릴 건 가리고 반대로 읽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웃으며 숨기는 법을 거울에게 배웠다 ―반연간 《서정과 현실》 2024년 하반기호 ---------------------------
* 박화남 시인 경북 김천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에창작과 졸업 2015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등단. 시조집 『황제펭귄』『맨발에게』 한국동서문학작품상 수상. 중앙시조신인상, 2024년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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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읽기
시인은 이 세계라는 프레임이 보여주는 현상을 시라는 운율을 통해 되비춰 내는 거울과 같은 존재들이다. 시인은 스스로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자각의 빛으로 가치를 두고자 하는 목적에 포커스를 맞추고 심미적인 작업을 한다. 위의 빛이란 시인이 직간접으로 근접한 경험치, 즉 사회, 문화, 정치, 종교, 다양한 학문과 예술을 망라해서 걸러낸 지성과 감성이다. 언어예술인 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이며 반성이며 치유이다. 따라서 반복된 언급이지만 시 창작의 첫 번째 독자는 시인 자신이다.
‘카페에서 거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중략)
대부분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가 서로를 스캔하며 일부는 유행을 만들고 상업화해서 인간을 물질적으로 조종한다. 그리고 이 거울들은 그에 순응하며 그 인공적인 빛을 기준으로 존재를 가위질하고 재단한다. 허술한 이토록 허술한 인간 군상을 이 시는 짧은 초장 하나로 긴 웅변을 대신했다. 시조의 미덕을 가장 경제적으로 표현한 깨끗한 심미적 덕을 갖춘 작품이다.
‘물음이 묻는 것을 뜨겁게 식히면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다가 헤어졌다’(중략)
화려한 현대인의 외적 삶과는 정반대로 절대적인 고독을 표현한 묘사가 가슴 시리다. 부표처럼 서로 겉돌고 마는 이 습관에 젖은 관계들의 비애가 절절하고 깊다. 차라리 ‘반대로 읽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무사히 나의 내면을 들키지 않고도 헤어질 수 있음에 화자는 안도한다.
박화남 시인의 시는 깊고 군더더기가 없다. 바쁘게 사는 척 허둥대는 우리의 눈길을 잡고 생각의 매혹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 문희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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