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퍼즐을 풀던 할머니
노엘이의 학교 음악이론수업과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조금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숫자 퍼즐을 풀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바로 마주 보는 제 앞자리에서 굵은 돋보기안경을 끼고서 열심히 풀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바로 우리의 어제의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옆자리나 앞자리에 와서 앉고 일어나고 신경 쓸 틈도 없이 집중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책에 소개하고 싶어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여쭈니 그러라시며 포즈를 취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이 아주 드뭅니다. 대신 모두들 휴대폰을 꺼내 듭니다. 그 속에 더 많은 것이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책이 더 좋고 신문이 정겹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그 소리가 정말 따뜻합니다. 손에 만져지는 촉감도 아주 다정합니다. 급하게 번뜩이며 지나가는 휴대폰의 현란한 화면 보다 종이와의 따뜻하고 그윽한 만남이 더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는 종이책이 만 권도 더 되고 온갖 종류의 종이들도 아주 많습니다.
제 아내와 저는 종이와 필기구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아들 노엘까지 저희를 쏙 빼닮아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종이에다 뭘 쓰고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정겨운 옛것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주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니 많은 것들이 색도 바래고 그 향기도 옅어져 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지난날이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찬란하게 빛나는 것들입니다.
“책, 연필, 크레용, 색종이, 달고나, 연날리기, 뜨개질...” 들이 그렇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게가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백화점이나 명품점도 아닙니다.
“Past Times”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랑하는 가게이지만 젊은이들도 아주 즐겁게 찾는 국민 가게입니다. 그곳에 가면 영국의 어제와 오늘이 다 들어 있습니다. 오늘을 아름답게 살려면 어제를 소중히 간직해야 하고 어제를 잘 기억하면 오늘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