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아슈레이는 하이델룬을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를 자신의 손에 조종될 수 있는 인형처럼 만드려 한 것으로 쓰신것 같군요.
여기서 엠블라님은 '자신과 동류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기묘한 안정감마저 느꼈다.' 라고만
말씀하셨지만 저는 엠블라님의 생각과 의도가 이보다 깊을 거라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이상의 시 오감도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현실의 자아는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다가 결국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그는 거울 속의 나에게 죽음도 강요해보고 자신의 왼쪽 가슴을 방탄한 채 총알로 거울 속의 그를 쏘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울 속의 나를 두려워 하고 증오하면서도 그는 끝끝내 거울 속의 자신을 떨쳐 내지 못하며 무시하거나 멀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그가 거울속의 자신이 바로 자신임을 알기에, 흩뿌리 칠 수 없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부정적인 현재나 미래의 자신을 바라보며 미워하고, 그것보다 더욱 두려워하는 모습이라 개인적으로 정의하고(아니, 해설에 나와있을지도;) 이것을 엠블라누님의 단편 신기루에 연착시켜봤습니다.
왜?
하이델룬은 내가 너에게 부여한 이름이다. 너를 하이델룬으로 만든 것은 나.
그런데, 그런데 왜......나는 너를 크리스티앙이라 부르는가?
왜 너를 하이델룬이라 부를 수 없는건가.
왜 그러고 싶지 않은건가?
이 부분이 사실 조금 애매했습니다. 정확히 엠블라님이 뭘 의도 하고 쓰신 것인지 파악되지 않아서 입니다(제가 바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다만 개인적으로 추측 할 뿐 입니다.
아슈레이는 이상의 오감도에 나오는 거울속의 나를 보는 것처럼, 자기 자신이 거울속의 나 자신을 증오하는 거라는 걸.
그러나 그 자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경멸하는 것으로 그치는게 아닌가 하는......그에게서 그것을 보기에 말입니다.
단지 놀리거나 장난감으로 여기는 것같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실제로는 더욱 큰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그와 똑같이 되기 싫다는 몸부림. 그는 크리스티앙과 같이 망가지지 않을 정신과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에게 약을 주며 그를 농락합니다.
아슈레이의 '발악'이다......라고 순간 생각해버렸습니다. 그를 보며 느끼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 하고 있기에, 일부러 크리스티앙을 망쳐가면서 어떻게든 자신을 추스려 보려는 발악. 대충 이 정도가 제가 이 단편을 읽고 느낀 점 이랄까요;
무척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아픔을 상처로 각인시킨채 살아가는 사람들......뭐, 파트2 만 해도 살라딘, 하이델룬, 아슈레이 등이 되겠군요.(엠블라는......아니겠지요. 그녀는 강한 여성이니까.)
흠흠; 개인적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 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는 저는 확실히 모르겠지요, 아마.
그러나 이제 연인을 잃고 복수의 화신이 된다거나 한 없이 나약해 져서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이제 조금 쉽게 지루해 지고 식상해진다고 할까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창세 캐릭터는 여전히 시라노입니다.
그 역시 크리스티앙처럼 자신의 형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고(형제는 뭐, 살라딘&버몬트, 데미안&크리스티앙만 있나? 시라노와 루벤도 있다!-_-; 뭐......형제를 죽인게 자랑은 아니지만;) 크리스티앙이 죽어버린 죠안의 시신을 껴안고 광인 비슷한 행동을 보인 것처럼 자신의 품에서 식어간 사랑하는 여인을 붙들고 오열했었지요.(대선배인 시라노를 하필 크리스티앙과 비교하다니......나도 참.)
그런데도 그는 살라딘처럼 마음을 닫고 폐인 비슷한 행동을 보인것도 아니고 하이델룬으로 변한 크리스티앙처럼 격한 아이같이 굴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자신의 동료들을 아꼈는지 짐짝으로 여겼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니 틀림없이 죽은 그녀보다 산 사람들을 소중히 여겼을 거라 추측합니다.
뭐, 어쨋든 그가 살라딘처럼 동생에게 배신당한 뒤 직접 죽이고, 크리스티앙처럼 사랑하는 여인이 품안에서 죽었는데도 미치거나 폐인이 되지 않은 것은 그가 메르세데스를 그들보다 덜 사랑해서가 아닐겁니다.
물론 체사레에 대한 복수심 때문일수도 있겠지요.(저는 뭐 만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복수가 어리석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복수는 마음의 안식을 얻기위해 뜻을 이루어가려는 사람의 또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당한건 그만큼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라고 할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복수심 때문이기 보다는 그가 크리스에게서 느꼈던, 자기 자신도 죽을때까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했던 부성애(父性愛)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동료로써 만났지만 사실 그 이상의 깊은 인연을 서로에게 무의식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게임상에서도 몇번 나오기는 하지만 의식하는 분들은 전무하더군요. 그래서 저의 이번 단편은 시라노&크리스티나입니다.)
음; 각설하고, 뭐, 이런 이유가 제가 시라노를 살라딘이나 하이델룬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강한 사람이라는 부분일까요......)
어느새 시라노 예찬이 되어버린 것 같군요;;(역시 시라노, 대선배인 당신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지요, 암. 당신은 철가면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큰 선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관계를 따져보면 크리스티앙이 그를 '사돈어른'이라고 불러야 하겠군요-_-)
아름다운 서정의 단편이었습니다, 엠블라 누님. 섬세한 감정표현과 세심한 씀씀이가 돋보이는 독백, 아무리 읽어도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는 시적어구 등이 저를 흥분시키게 하는군요. 시나리오를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단편도 기대해 봅니다. 저는 내일부터 단편 들어갈 겁니다(아......저 같은 허접의 단편 읽어서 뭐하시려구요?; 게다가 한글로 50장이 넘어갈것 같은데; 사실 이 답변도 신기루 읽고 나서 부터 시작해서 3일이나 걸린 거랍니다;)
아......지금 제 저번 단편이었던 흑태자&베라 커플링 단편을 읽어봤는데......자세히 읽는데 28분이걸리더군요!
비록 허접이라고는 하지만 이 단편을 뛰어넘는 분량과 완성도를 지닌 단편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담하기만 합니다.(실제로 지금 다시 이걸 보고 '내가 이런걸 과연 당시에 썼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