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어항(대천항) 가는 길목
가랑비가 오락 가락 하는 어느날 나는 이불차를 몰고 뜬금없이 대천어항(대천항)까지 간 일이
있었다. 올해에는 강원도,충청도 산간 내륙지방에 있는 시장들만 돌아 다니다 보니, 갑자기
비릿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서해의 항구도시 대천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에는 충청도 서해에 있는 광천과 대천시장에 세 번정도 밖에 들리지 못한것
같다. 작년과 재작년만해도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꼬박 꼬박 갔었던 바닷가 시장이였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경유값이 한배, 두배, 세배, 네배...그리고 다섯배까지 무지막지하게 치솟고 나서
부터는 쉽사리 갈 수없는 머나먼 시장이 되어 버렸다
경유값이 오르기 시작하기 전이었던 3~4년전 까지만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서산, 홍성, 광천,
대천시장 바닥이 마르고 달토록 드나들었었는데, 이제는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 드나드는것도
아주 부담 스러워졌다
나는 지금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하나 있는데 그 것이 무엇이냐 하면, 어떻게 기름값을 3~4년
만에 다섯배 이상이나 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4~5년전에는 경유값이 이백몇십원이였는데, 지금
현재는 천삼백원대를 육박하고 있으니 불과 3~4년 만에 경유값이 다섯배 이상이나 올라버린
것이다
다른 영업용 화물차들은 매달마다 시나 군에서 경유를 사용한만큼 유류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는
데, 나는 영업용 화물차가 아니라 자가용 화물차이다 보니까, 그냥 달라면 달라는대로 군말 한 번
못하고 다 주고 장거리시장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조금 먼 곳에 있는 시장에 한 번 가려면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심사숙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지 않을수가 없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날 큰 맘을 먹고 아주 오랫만에 바닷길을 따라 비릿한 생선 내음이 솔솔 풍겨오는
항구도시, 대천까지 왔었던 것이다
대천어항(대천항)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어물 노점상들
저기 파란 지붕이 있는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대천어항(대천항)의 수산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데, 대천 시장이나 대천 기차역에서 자동차로 20분정도 가면 대천 해수욕장 입구가 나오고, 대천
해수욕장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자동차로 약 5분 정도만 가면 이렇게 대천어항(대천항)으로 들어
가는 길목이 나온다
내가 대천시장에서 대천어항(대천항)까지 자동차로 달려온 이유는 장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주 오랫만에 배를타고 외딴섬 원산도를 가기 위해서였다. 원산도 저두항에 도착하면 그 곳에
서 원산도 어촌 마을을 한바퀴 뺑 ~ 돌아본다음, 다시 뱃길로 안면도 최남단인 영목항까지 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안면읍을 지나 육지로 연결된 안면교만 건너게 되면, 태안 반도가 나오는데,
그곳에서부터는 육로를 통해 태안, 서산, 당진, 합덕, 예산, 아산시장으로해서 천안까지 돌아올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섬마을 기행코스이기도 하다
대천어항(대천항)
대천에는 대천어항이 있고 대천항이 있는데, 대천 여객선 터미널이 있던 대천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 대천어항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한데 요즘은 이 곳에서 걸어서 10분정도는 가야 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여객선 터미널 규모도 상당히 커지고, 터미널 주변에는 전에 없었던
어물전과 횟집들이 3층 대형건물속에 빽빽히 자리잡고 있었다.
오랫만에 대천어항에 왔던 나는 갑자기 변화한 그 모습에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기전에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 대천항에 오려면,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까지와서, 천안에서 다시 국도를 타고 아산, 예산, 홍성, 광천
을 지나야 겨우 찾아올수있는 아주 교통이 불편했던 곳이였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서울에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너 30~40분 정도만 달려오면
바로 대천인지라, 주말만 되면 대천어항 수산물시장은 물론, 여객선 터미널앞 횟집코너까지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늘 북적이는 부산한 항구가 되어버렸다
대천어항(대천항) 방파제 풍경
원산도 저두항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여객선 터미널로 가 보았더니, 1시 몇분에 출발하는 배는
이미 떠났고 3시에 출발하는 배편이 있었다
승선권을 끊어놓고보니 배가 들어올때까지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기때문에, 다시 어항으로
돌아와 항구 부근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또 한차례 비가 오려는지 항구의 방파제
저편에서는 비구름이 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목이 컬컬하니 쐬주 한 잔 생각이 났다
부둣가 바닥에 주욱 널어놓고 있는 저 괴기 한첨 집어 가지고
비 내리는 대천항의 방파제에 쪼그리고 앉아 마시는 쐬주맛은 과연 어떤맛이 날까 ?
불과 10년전만 해도 서해바다의 항구 언덕에는 늘 새우와 멸치를 널어놓고 말리는 집들이 많았
었다. 그때는 길 바닥에 흘려놓은 마른새우나 멸치만 가지고도 쐬주 한 병은 족히 먹을수 있었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배타고 가려는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 부둣가 언덕에는, 그때 당시 항상
새우와 멸치가 널려 있었고, 나는 그 멸치를 안주삼아 두꺼비가 그려져있는 25도짜리 쐬주를
마시며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서산, 태안, 안면읍시장에서 장사를 마치면 안면도의 비포장 자갈길을 따라 안면도의 최남단
영목이라는 부둣가 어촌 마을까지 왔었다. 그리고는 방 하나를 빌려가지고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었고, 여의치 않으면 이불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었다
나는 지금도 그 부둣가 언덕위에 지천으로 널려있었던 멸치와 반 마른 고기 맛을 잊지 못한다
옛날에 먹어봤던 그 기억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부둣가에만 오면 늘 두꺼비 쐬주가 생각나곤
한다.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어선을 바라보며 마셨던 그때의 두꺼비 진로 쐬주맛은 왜이리
황홀하기만 했던지...
아침에 비린내 솔솔 풍기는 바닷가 언덕의 어느 어부네 집에서 일어나 부둣가로 나가 한참을
돌아다녀도 심심치 않았었다. 부둣가 시멘트 콩크리트 선착장에는 바닷지네들이 종일토록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으며, 갈매기들은 부지런히 어선 주변을 빙빙 돌았고, 가끔 도요새들도
날아와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나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 멸치나 고기들을 잡아 가지고 돌아오면 부둣가는 마을 아지매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멸치를 푹푹 삶아 까나리액젓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때 부둣가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면 흘리고간 멸치나, 작은 생선들이 바닥에 즐비하게 떨어져
있었는데, 햇볕 좋은날이면 순식간에 꼬들 꼬들하게 말라 버린다
길목에 질질 흘리고간 멸치와 새우, 그리고 작은 생선들을 잠깐만 줏어도 한 주먹이 넘었고,
또 그것을 안주로 부둣가에 앉아, 갈매기와 도요새를 친구삼아 마시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때의
두꺼비 그림의 진로쐬주 맛은, 나를 황홀지경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천항이나, 안면도 영목항을 가봐도 그때의 그런 맛을 볼수가 없다. 새우나 멸치
등을 말리던 부둣가 언덕위에는 모텔과 민박형 펜션, 그리고 횟집의 삐까뻔쩍한 총천연색 건물
들이 소박했던 섬의 부둣가 언덕을 모두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곳 대천항에서 어느섬을 가봐도 거의 모든섬들이 시장바닥이 되어 버린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내가 그때 마셨던 두꺼비 그림의 진로쐬주 맛도 나지 않을 뿐더러, 항구의 슈퍼에 들어가
면 양념까지 해서 아주 잘 포장된 어물 안주들이 있을 뿐이다
그때 당시에는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거쳐 안면도 영목항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한 번이던가,
이틀에 한 번 이던가...하여간 그렇게 밖에 안 다녔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다섯번 정도씩 다닌다
요즘은 여름 피서철만 되면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몰려든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로 인하여
마치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시장같은 독대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때의 그 맛을 잃어버린 그 이후로는 지금처럼 여름 피서철이 완전히 끝났을때,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호젓하게 섬으로 가려고 하고 있는것이다
대천어항에서 바라본 대천항(여객선 터미널) 풍경
이곳은 대천 수산물 시장이 있는 대천어항인데, 저 앞에 보이는 선착장은 이번에 새로 지어진
대천항(여객선터미널)이다
저곳에서 안면도, 원산도, 삽시도, 녹도, 호도, 그리고 이 부근에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섬
어청도까지 가는 배가 있는데, 어청도는 여기서 중국방향으로 약 7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곳가지 가는데 2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10여년전 겨울이 끝나고 초 봄 무렵이었던가...
나는 친구들 몇몇하고 이곳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어청도까지 가려고 했었던적이 있었는데, 하
루에 한 번정도 배가 다니고 있었던것으로 기억을 한다. 하루에 한 번 오전시간에 어청도로 배가
출발을 하는데 그 날은 오후 시간에 왔기때문에 대천어항 부근의 여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배를 타려고 선착장에 갔었다
그런데 마침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서 다시 되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는 한 번도 어청도를
가 본적이 없었다. 그때 당시 소문에 듣기로는 어청도에는 약 300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고 들었
고, 녹도와 호도에는 섬 주민들 모두 합쳐봐야 40~50명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들었었다
그러니까 녹도와 호도에는 구멍가게도 없으니, 필요한것 있으면 여기서 모두 사가지고 가야
한다는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곳 대천항에서 어청도와, 녹도,
호도는 가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가까운 원산도에나 가보려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대천 어항에서 바라본 대천항(여객선 터미널) 풍경
이 곳 어항의 부둣가에서는 항상 이렇게 무슨 괴기를 널어놓고 말리고 있는데, 저기 입을 쩌억
벌리고 자빠져있는 괴기 하나만 가지면 한 몇일 술 안주감으로도 충분할것 같았다
그냥 멸치 같았으면 몇개 슬쩍 집어서 술안주 해먹어도 될듯 싶은데, 괴기가 너무 크니까
술안주 해먹다 껄리면 뺑뺑이좀 치겠지 ?
이곳은 대천 부둣가 옆에 자리잡고 있는 수산코너들인데, 이날은 평일날인데다 비까지 오락
가락하니까 장사를 접어두고 있는것 같았다
이곳은 방파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어물전인데, 이곳도 이날은 장사를 접고 있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한산하기는 해도 섬에 들어가서 비가 오면, 섬마을 선착장에 쪼그려앉아 쐬주
마시기는 딱 좋은 날씨것제 !
비내리는 선촌항 !
아니...
술 맛이 제대로 날려면 끝에 "항" 자가 들어가는 곳 보다 "포"자 들어가는 것이 훨 낫것제 !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항구 이름을 "항"에서 "포"로 바꾸어야겠다
비내리는 선촌포 !
부둣가 이름을 이렇게 바꾸어 부르니 또 술 맛이 댕기기 시작하는 고마 !
그런데 "선촌항"을 내 입맛대로 "선촌포"로 바꾸었다고 누가 붙잡아가지는 안것제 !
대천어항 수산물시장
이곳은 대천어항 수산물시장 중심부에 속하는 곳인데 이날이 평일날이었는데도 꽤 많은 사람들
이 북적이고 있었다
대천어항 수산물시장
항구라고 해서 모두가 다 근처 바다에서 잡아온 물괴기만 있는것은 아니다
태국제, 베트남제, 그리고 중국제 새우나 우럭등도 있었다
고기를 잡는것보다 중국에서 잡은 어물을 사오는것이 좀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었을까 ?
대천어항 수산물시장
대천어항 수산물시장의 건어물가게
대천어항 수산물시장의 건어물가게
이 곳은 대천어항의 백사장쪽에 자리잡고 있는 횟집풍경인데, 이날이 평일날이어서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대천어항의 포장집에서 바라본 대천 바닷가 풍경
대천항 시장풍경
대천항 시장풍경
이곳은 항구 철물점이라고 하는 곳인데, 이 항구사람들을 비롯하여, 섬지방인 원산도, 삽시도,
녹도, 호도, 어청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철물점인것 같았다
원산도 같은 섬은 논도 많고 밭작물도 많이 재배하는 섬이기 때문에 특히 그 곳의 섬 사람들이
호미나 낫, 삽, 괭이같은것을 이 철물점에서 사가지고 가지 않나싶다. 여기서 대천시장까지 가려
해도 시내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는 가야 하기때문에 거의 이 철물점을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기 "쌍둥이 회 타운" 이라는 횟집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대천항인 여객선 터미널이
나온다. 이제 원산도로 가는 뱃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나도 슬슬 가봐야 하것제
대천항 여객선 터미널의 승선장
원산도로 가는 배에 나의 백토마를 싣고 가려고 승선장에서 백토마에 올랐을때는 또 한 차례
검은 비구름이 방파제 쪽에서 낮게 밀려오고 있었다
대천항 여객선 터미널 승선장에 대기하고 있는 신한 훼리 2
승선장에서 차를 후진하여 배 안에 집어넣고 주변을 한 번 돌아봤는데, 그날 따라 관광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대천에서 시장을 보고 다시 섬으로 들어가는 할매들 몇몇만이
여객선안의 넓은 방에서 길게누워 있었다
이제 나는 대천항에서 나의 백토마를 싣고 원산도 저두항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백토마의 승선비를 모두 합쳐 26.000원이니 그렇게 비싼편은 아니었다
첫댓글 대천 갈라다가 무창포서 자리 잡고 술도가지에 빠지는 바람에 못 갔더마는 영판 아쉽그마 이~! 언재 찬바람 나먼 한 행보 해 질랑가... ^^
대천항에도 다녀오셨군요. 저 역시 대천은 무척 친숙한 곳입니다. 처가집 청양을 다니면서 종종 들렸던 곳이기도 하거든요. 전국 팔도강산을 백토마와 함께 누비는 먹통아님의 멋진 삶이 정말로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