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눈길]은 이 시대의 위대한 소설가 이청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졌다. 물리적 탈 고향과 심리적 탈 고향 사이에서 노인이라는 일반명사를 체처럼 사용하여 걸러내야만 했던 어두운 고향의 기억 끝에 어머니가 사금처럼 남는다. 그 사금이 발하는 빛 때문에 소설 속의 화자는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어 밤에 고향을 습관처럼 찾고 도망치듯 떠나야만 했다.
...“눈길을 혼자 돌아가다 보니 그 길엔 아직도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지 않았겄냐. 눈발이 그친 그 신작로 눈 위에 저하고 나하고 둘이 걸어온 발자국만 나란히 이어져 있구나.”
-눈길 중에서-
화자에게 던지는 어머니의 이 말이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닿아왔다. 어머니에 대한 부채라는 껄끄러운 고백을 하는 이청준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머니 하고 둘이 나란히 걷기에는 눈길은, 소설가에게는 탈 고향을 시도해야 할 비상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길과 다른 아들의 길은 과연 무엇을 의미 하는가? 나는 그것을 서구를 의식한 아시아의 근대화가 가져온 일종의 변명이자 반성문으로 읽었다. 확대해석 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가설을 지금도 지지한다. 탈 고향은 근대화이고 그건 물리적 공간의 변화와 더불어 시간개념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근대화란 개념 자체가 어떤 시점에 대한 금 긋기인 셈인데 소설가에게 어머니는 그 금 밖에 있어 함께 동참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근대화로 가는 길목의 방해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방해물이 아닌 화자의 근원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다른 아시아권의 작가들도 소재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근대화의 문제와 가족제도의 충돌이 빚은 비극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작가로 루쉰의 [광인일기] 같은 작품을 들 수 있겠다. 혜진이 고른 이청준의 작품으로 인하여 나는 순천행을 결정하였다. 내가 순천행 기차에 몸을 싣게 된 배경이다. 조금 구차한 느낌도 있다.
갑자기 몇 편의 시나리오를 떠안게 되었다. 시놉시스도 영화사에 넘겨야 하고 창작 시나리오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갑자기 각색 제의가 들어왔다. 불과 며칠 전에 벌어진 일이었고 토요일은 순천행 기차를 타야했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금요일 새벽까지 모처에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허겁지겁 출발 십 분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일행들의 눈길이 도도하게 밀려와 나를 질책한다. 2시 50분발 무궁화호. 8시 20분 순천 도착. 세종대왕 두 분이서 들어야만 하는 기차표를 손에 받아 쥐고 나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좌석번호가 각각이었다.
나는 진영과 경원이랑 마주보는 좌석이었고 승훈형이랑 현자누나랑 혜진과 봉희가 같은 좌석이었고 석원형과 영희누나는 부부고, 영등포역에서 합류한다는데 그 좌석은 당연히 다른 것이었다. 순천에 미리 도착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는 민용형과 경희씨는 우리가 아마도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풍성한 문학적 토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으리라. 언제부터인가 기차를 타면 나는 창밖으로 눈길을 주는 일보다는 사색에 골몰하는 하는 것을 즐긴다.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이 남긴 모양새 좋지 않는 근대화의 흔적들과 마주치면 분노가 나를 피곤하게 하기도 했지만 물리적 공간의 이동 속에서 하는 사색이 주는 맛 때문이었다.
낯선 사람들의 표정에서 친근한 이웃을 발견하고 좁은 통로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우거나 덜컹이는 기차소음에 움찔하는 오줌발도 그렇고 가끔 고개를 돌리면 시원스레 드러나는 산과 멀리 있는 마을의 풍경들. 석원형이 맥주 캔과 오징어포를 사들고 마시라고 권한다. 진영은 출판사에서 맡은 원고 걱정을 하다가 눈길을 읽지 못했다며 독서에 빠지고 버스가 고장 나는 바람에 나처럼 허겁지겁 서울역에 도착했다는 경원은 귤을 먹고 나는 도시락을 하나 주문하고 맥주 캔을 마시면서 이청준의 위대성과 그 재미없음을 이야기 하고 경원의 영국유학기와 유럽여행 이야기 그리고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이 오키나와 섬에 있어서 일본을 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프랑스에 가고 싶다. 그래서 요즈음 틈나는 시간을 이용하여 불어공부도 하고 있지만 점점 퇴화를 하고 있다. 유럽의 물가와 다양한 문화유적들 이야기 그리고 크레타 섬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앗, 나 시나리오 각색해야지. 주섬주섬 원고를 꺼내고 자리를 옮겨서 승훈형 쪽으로 갔다. 대강 각색할 영화를 이야기 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전라선 살인사건] 이라는 가제부터 만들고 승훈형의 놀라운 아이템을 기대한다. 전라선인지 절라선인지 全裸선인지 하여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반나절에 해결한다는 카피까지 순식간에 만들어 버리는 승훈형! 전라를 반라에 해결한다? 봉희가 서는 기차역마다 사람처럼 캐릭터를 부여하자고 한다. 그건 아이덴티티에서 벌써 사용했다. 즉석폐기! 아니면 기차 자체가 미쳐서 살인을 저지르는 에스에프로 갈까? 범죄를 저지르는 기차를 검거하는 형사들의 눈물겨운 노력! 사실감이 없다. 역시 폐기! 아니면 기차를 이용한 한국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만들까? 한 칸씩 옮겨 갈 때마다 희한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이를 해결하는 형사들의 코미디는 어떨까?
몇 군데 문자를 날렸다 . 목적은 단 한 가지. 약 올리고 싶어서 였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그런데 문자 내용이 거의 장난으로 가득 차 있다. 거의 채팅 수준으로 문자를 날리다 보니까, 결국 나는 일행에게 지탄을 받고 하마터면 아무 역에서나 버려질 뻔했다. 순천에 도착하니까 전화를 받은 민용형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쉬가 라는 순천의 시인 남석우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민용형의 차가 앞에 서고 렌터카를 빌린 일행은 불안한 마음으로 따라갔다.
베스트 드라이버인 승훈형이 모는데도 차가 좀 이상했다. 한 성질 하는 혜진의 얼굴 표정이 점점 변한다. 렌터카 업체는 곧 엄청나게 시달리리라. 다음날 목표인 선암사를 염두에 두고 잡은 쉬가에 도착하니 어스름한 달빛과 진돗개를 표절한 제법 근엄한 표정의 똥개가 일행을 반기고 남시인의 아들이 안내를 하는데 지금 시인께서는 허리가 아파 입원중이라 한다. 아쉽고 걱정스러웠다. 아들은 서재를 내어주고는 다시 병원으로 가고 경희씨가 커다란 아이스박스와 불판과 프라이팬을 꺼내들고 돼지고기(목살)와 낚지곱창전골을 준비하는 사이 봉희는 문학기행 발제문을 돌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미쳐서 문자로 냉탕과 열탕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누군가에게 물었더니 ㄷㅎㄱ ㅅㄹㅎㅇ 이런다. 동희가 사랑해요. 나는 이 문자 때문에 새벽 세 시 까지 잠을 들지 못했다. 상을 펴고 저녁밥을 먹으며 술잔을 돌렸다. 봉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석원형은 평상시에 무엇을 그렇게 잘 먹는지 나날이 술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허리가 아픈 혜진을 제외하고는 영희누나, 현자누나, 경희씨, 경원이 주방에서 연신 고들빼기와 깻잎, 김치, 물김치를 공수한다.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는 보기에도 최상품이었다. 몇 근이나 될까? 열 한 명이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이도 준비한 민용형. 그의 손은 너무 크다. 기행 때마다 그의 큰 손이 발휘하는 엄청난 먹을거리의 위력은 항상 감탄을 자아냈다.
경희씨가 너무 분주하다. 예쁘고 귀여운 유진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의 격조 높은 유머를 이해하는 초등학생 유진이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단다. 아쉬웠다. 경희씨가 최근 폭주하는 식사량을 이야기 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67kg이었는데 제대할 때는 103kg였었다. 취사장에 있으면서 하루에 다섯 끼나 여섯 끼를 먹은 결과였다. 그 때 나도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것은 단순해지고 싶은 욕망 탓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일이다. 보릿고개를 괜히 생각해본다. 낚지곱창에 기름기가 많다는 현자누나의 말에 승훈형이 충격을 받고 수저를 놓다시피 한다.
역시 돼지고기에는 소주가 최고다. 하지만 나는 맥주만 마셨다. 나도 사실 몸이 좋지 않았다. 드디어 그것이 시작되었다. 발제. 혜진이 석원형의 사회로 발제를 시작했다. 낭랑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고 장단을 맞추듯 민용형의 돼지고기 씹는 소리가 절묘하다.
혜진:고향과 어머니는 결국 동일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아요. 고향이란 것이 물리적 장소가 아닌 어머니를 기억하는 어떤 특정한 장소라는 말이죠. 결국 고향을 찾는다는 의미는 어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과의 공유가 가능한 곳. 나도 고향에 가면 나라는 자체는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 아, 누구 딸 이라며 반가워해요. 뭔가를 챙겨주려고 하고요. 그런 행동양식들이 왜 생기겠어요. 그런 것이 고향이고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고 이청준의 눈길도 그렇게 읽혀지네요.
석원형:나는 서울 태생이라, 흔히들 말하는 고향의 기억은 없지만 나름대로 고향에 대한 정서는 공감합니다. 이청준에게서 실제적 의미의 고향이란 그가 도회지로 갔었던 중학교 이전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신동소리를 듣고 남달랐던 이청준은 과외공부를 학비로 충당하며 대학교까지 갔으니까 어머니의 도움 없이 혼자 컸다고 할 수 있겠죠. 사업에 실패한 형이 죽고 그 책임만 물려받은 형국 이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고향을 내려가지 앓고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친구들에게 했다는 말도 의미심장한 이 소설의 다른 측면일 수 있습니다.
봉희:아직도 시골에서는 장남만 우대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저만 해도 얼굴 관리 좀 할만하면 고향에서 일 좀 하라고 부른다니까요. 단지, 이청준의 고향은 서울에서 너무나 멀고 제 고향은 가깝다는 물리적 이동거리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지요. 다음번에는 꼭 자외선차단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일해야 겠어요.
명식:자외선차단 크림이라......어쩐지 눈길 위에 그 차단 크림이 발라진 것 같군.
승훈형:어머니를 부채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싸가지 없는 표현이긴 하지만, 내 경우를 이야기 하면, 어머니가 내가 읽은 책들을 모두 물에 불려서 나중에 절구로 찧는 거야. 그래서 그것을 방바닥에 깔고 그 위에 장판을 덮지. 나는 그런 방에서 자라서 컸다니까. 그리고 아들이라서 그런지 어머니가 무엇을 물어보면 대꾸가 싫어지고 짜증을 많이 내곤 했었어. 사실, 잘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지. 눈길의 화자도 그런 것이지.
영희누나:어려서 비료푸대를 펴서 그것으로 썰매 대용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자기(석원형)는 그런 기억 없어? 고향은 그런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하면 좋은데 눈길에서는 어두운 고향의 기억이 화자를 자꾸 고향 밖으로 내몰려는 갈등구조가 있어요.
현자누나:출세해서 고향에 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신세한탄을 표현한 것이라고 봐요. 많은 기대를 안고 서울살이를 하고 힘이 들고 고향은 고향대로 편히 쉬지 못하는 공간이 된 것이죠. 눈길은 화자에게 어머니와 함께 걷고 싶은 길이 아니란 거지요.
민용형:자기 어머니를 노인이라는 말 속에 가두어 놓고 진행하는 소설형식에 주목하면 화자의 심리상태를 읽을 수 가 있어요. 노인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읽을 수 있어요.
경희씨:저도 어릴 적 감나무 타다가 차아가 부러진 경험도 있고 어머니가 콩밭 매는 동안 어디 못 가게 묶어 놓은 기억이 생생해요. 그 당시 시골생활이 여자들에게는 무척 중노동을 요구하는 것이었어요. 화자와 어머니는 정을 나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일찍 갈라졌던 것이죠.
진영:어머니를 노인 이라는 말 속에 넣음으로서 타자화 시키는 것만 보아도 산업사회가 가져오는 익명성의 비극도 있어요. 근대화의 부정적인 면인 가족의 해체가 이 소설에서도 드러나는군요.
경원:체질적으로 이청준 소설이 가슴에 닿지는 않네요. 김주영은 같은 소설가가 맞는데 이청준의 소설은 나 하고 맞지 않아요.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과연 여기서 소설적 상상력의 역할을 묻고 싶어요.
명식:일단 화자에게 고향은 물리적으로 너무나 먼 곳에 있다고 봅니다. 심리적으로 당연히 멀어지죠. 어두운 기억만 있다고 한다면 평심하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것으로 읽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메모 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지 못한 것을 지금 가슴 치며 쓰고 있다. 일부 발제는 필자가 나름대로 왜곡을한 것이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을 발휘하시기를. 아침이었다. 밖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제는 조용했던 근엄한 똥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텔레비전에서는 이 나라의 장엄한 정치 쇼를 방송하고 있다. 기분 더럽다.
라면을 끓여 먹고 선암사로 향했다. 입장료를 내고 선암사로 들어가는 곳곳에 부도가 눈에 보인다. 부도란 결국 스투파라는 일종의 무덤양식이라고 한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나누어 가지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사찰이란 유교식으로 말하면 조상을 모신 사당에 해당한다. 조계산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조계종 계열이 아니고 태고종 계열이라고 진영이 말한다. 선암사에는 작은 정원이 많았고 해우소라는 말 대신 깐뒤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붙어있다. 엉덩이 깐뒤? 길을 따라서 가다보니 운수암이라는 암자까지 도착했다.
감나무가 몇 그루 보였고 감이 주렁주렁. 대나무 작대기로 두 개만 따고 내려왔다. 단풍이 든 조계산은 아름다웠다. 단풍은 너무나 투명하게 물들었고 나도 물들었다. 이청준의 초등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회진포구의 덕성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작은 포구였고 바다는 푸르고 거대했다. 고래의 푸른 수염이 파도를 일으킬 것만 같았는데 잔잔했다. 배가 한 척 들어올 뿐 빙하기의 초식동물들처럼 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는 너무나 쓸쓸했고 대낮부터 술에 취한 사람들이 보였을 뿐. 나는 거대한 침묵의 바다를 마음에 구겨 넣으며 덕성식당 문을 열었다.
안주인인 김동례 여사님이 몸이 좋지 않아서 일행은 다른 식당으로 옮겼다. 회진회집. 서비스 개판이고 전채에는 흔한 메추리알조차 없었다. 불친절한 종업원은 경희씨를 화나게 만들었지만 너무 허기진 탓에 운 좋게 종업원은 몇 마디 야단으로 살아났다. 전어회를 위주로 점심을 먹고 천관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순천만을 가자는 의견이 나와서 결국에는 어둑해져서 잡종견들이 마구 짖어대는 순천만 갈대밭에 도착해서 허무만 한 아름 안고 다시 순천 역으로 돌아왔다. 민용형과 경희씨와 경원은 대구로 돌아가고 일행들은 순천역에서 10시 50분 기차표를 끊었다. 표가 없단다.
그런데 서울행 기차표 두 장이 나왔다. 영희누나는 남편인 석원형을 슬쩍 바라보고 같이 갈 사람 찾는데 현자누나가 덥석 나섰다. 혜진은 그 때 화장실에 있었다. 남편을 버리고 쏜살같이 뛰어가는 영희누나와 같이 가는 현자누나. 그리고 석원형은 유리문에 이마를 찧었다. 그런데 오보였다. 나중에 그 표를 확인해보니 역시 10시 50분 이었다. 모두들 통쾌해 하는 분위기보다 남은 세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근처 가까운 식당을 골랐다. 식당이 좁아서 사장님이 안방을 내주셨다.
김치찌개와 동태찌개를 시키고 다시 시나리오 이야기와 홍상수 영화를 이야기 했다. 안방에 토종꿀을 발견한 현자누나가 몇 숟갈 꿀을 훔쳐 먹고 다시 식당을 나와서 노래방에 갔다가 기차에 올랐다.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간다. 문자가 날아온다. 누군가에게 내 꿈을 접속시킨다. 나는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살인의 추억을 보았다.
내 손에 시나리오가 들려있다. 늦어도 수요일 까지는 각색을 해야 한다. 이게 나의 현실이다. 내 꿈이기도 하고. 당분간 또 문학은 접어야 하나보다. 손이 시리다. 바다에 장갑을 두고 왔나보다. 한번도 내 손을 따스하게 한 적이 없는 그 장갑 말이다. 가위로 마디마디가 잘려나간 그 장갑. 목탁소리에 먼저 합장을 하네. 지랄이야.
경희씨 고마워요! 매일 구박만 받다가...다음에는 꼭 이도 해 넣고 메모장 준비해서 더욱 열심히 사실적으로다 각색 할게요. 유진이에게 치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어요. 민용형!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죠? 형! 건강하세요! 그 작업 성공하면 다음 기행 책임질게요. ㅎㅎ
첫댓글 엥? 내가 발제시간에 그런말을 했어여??? 꿀은 진짜루 한 숟갈 먹었지만...ㅎㅎ
현자누나,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다음에는 꼭 메모 할게요.
대단한 글솜씨입니다. 인정! 인정합니다. 짱구아저씨 치아 얘기를 하니까 유진이 하는 말 - 엄마 어른도 이빨이 빠지나요? 나 대답 - 좀 특별한 경우지. 숨은문님 담에는 꼭 유진이 데려갈께요. 서로 멋진 대화가 오고 갈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훌륭한 각색이다. 이런식으로 해라. 니 그작업도...
경희씨 고마워요! 매일 구박만 받다가...다음에는 꼭 이도 해 넣고 메모장 준비해서 더욱 열심히 사실적으로다 각색 할게요. 유진이에게 치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어요. 민용형!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죠? 형! 건강하세요! 그 작업 성공하면 다음 기행 책임질게요. ㅎㅎ
짜고 치는 고스톱만 쳤나봐요? 그거 아닙니다. 담에 누가 구박하면 내가 말려줄께요.(근데 힘이 되려나 몰라 ㅎㅎㅎ). 시나리오 성공하길 바라겠습니다.
유진이님! 사실 저 고스톱 못쳐요! 시나리오 오늘 세 편 넘겼는데요. 한 편이 거의 채택되어 다음 주에 감독 만나서 상의 들어갑니다. 그런데 아직 돈도 못 받았어요. 전라선 살인사건은 아직 계류중이에요.
넘 넘 축하합니다.